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와 영화 '스턱 인 러브(Stuck in Love)'가 전하는 메시지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영화 '스턱 인 러브'에서 '사만다'는 마음을 배제한 채 육체적인 쾌락을 즐기는 단순한 관계들을 맺으며, 정작 자신의 진심을 자꾸만 건드리고 동요하게 하는 '루'를 밀어낸다. 그가 '로맨티스트'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사랑에 빠질 줄 아는 남자라 분류했고, 그런 그와 사랑에 빠질 자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동생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두 종류의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다. 세상에는 '가망 없는 로맨티스트'와 '리얼리스트'가 존재하는데, 새로운 그녀를 만난 그 순간, 현실주의자들은 지금껏 자신이 만나온 수많은 그녀들의 예쁜 얼굴을 쭉 떠올려 보지만, 낭만주의자들은 바로 이 사람과 함께하도록 신이 자신의 인생을 운명지었다고.앞으로의 내 인생에는 이 여자밖에 없을 거라 확신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덧붙여, 그러나 신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인생이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만큼 의미 있는 것이므로, 결국 여자를 얻는 것은 감상에만 빠져있기보다 현실적인 지점을 공략할 수 있는 현실주의자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니 너도 잘 들어두라고, 사랑만은 피하는 것이 이 누나의 신조라고.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의 '신주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 '사만다'와 닮아있다. 어릴 적 자신이 업어 키웠던 못난이 소년 '완'이 이토록 근사한 남자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와, 그때부터 지금껏 쭉 당신만을 사랑해 왔다고 말하는 이 달콤한 현실 앞에서, 그녀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니컬해진다.

이런 상황이 현실로 존재할 리 없다고, 이십 대도 아닌 나이에 이런 헛된 것을 꿈꿀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고, 설레는 자신을 애써 진정시킨다. 그리고 그런 그를 외면한 채, 그만큼의 달콤함은 없지만, 덜 힘들 수 있을 거라 예상되는 이성적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남자와 어른의 연애를 해보려 노력해 보기도 한다.

연애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당신은 낭만주의자 혹은 현실주의자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어떠한 대상을 향한 마음인지에 따라 우리는 이 둘 모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우리는 변화하고, 또 누군가를 만나 그와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다시 변화한다.

'사만다'로 하여금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도록 했던 것은, 바로 '사랑하고 믿었던 엄마의 외도, 그리고 부모의 이혼을 목격했던 경험'이었고, '신주연'의 경우, '이번은 다를 수 있을거라고 믿으며 마음을 내어 주었지만 결국 다를 것 없이 끝나기를 반복했던 실패한 연애들'이었다. 결국 그녀들을 뒤틀리게 하였던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서 받은 상처였다.

하지만 그녀 둘 다, '루' 그리고 '완'이라는 한 남자를 만나 달라진다. 다시 사랑이 있다고 믿게 되고, 아니, 실은 자신이 여전히 사랑을 믿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이성과의 관계뿐 아니라, 그들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변화 또한 가져온다.

물론 그녀들과 우리는 지금의 이 만남 또한 영원하리라 확신할 수 없고, 그래서 이렇게 나를 변화시키기까지 했던 관계가 종국에 끝이 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더 지독한 현실주의자로 삐딱선을 타거나 망가져 버릴 수 있다는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함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럴 가능성이나 불안을 이겨내고, 지금의 변화와 이 순간 상대와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에 충실히 행복해하는 것. 그것이 현명하게 사랑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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