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 (맨앞 중앙부터 시계방향으로) 하박, 조수원, 최진영, 김국진, 최기섭, 채경선, 이경섭, 조준우.

'넌버벌 코미디'를 선보이는 '퍼포디언(퍼포먼스와 코미디언의 합성어.)' 옹알스. 이들은 아기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옹알이를 하며 비트박스, 저글링, 연기 등을 통해 웃음을 선보인다. 옹알스의 코미디는 자극적이거나 불편하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웃을 수 있다. 이들이 호주,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비결이다.

맨몸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예술의 전당,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빛나는 활동을 선보여 온 옹알스. "최종적인 느낌의 '꿈'보다는 계속 고쳐나가는 '목표'라는 단어가 좋다"는 이들의 역사는 매 순간 새롭게 기록되고 있다. 잔잔하고 부드럽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힘 있는 웃음을 선사하는 퍼포디언 옹알스를 만났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ㄴ조수원: 호주, 필리핀 등에서 해외 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행사하러 다니고 있다. 한 달 내내 공연하고 얼마 전에 귀국한 상태라 아직 다들 지쳐있다(웃음).

옹알스는 '넌버벌 코미디'다. '난타' 와 같은 넌버벌 퍼포먼스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ㄴ조준우: 넌버벌 퍼포먼스에 비하면 스토리 라인이 적다. 그쪽이 연극에 가깝다면, 저희는 코미디에 가깝다. 실제 넌버벌 공연을 하는 분들이 저희에게 스토리 라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스토리를 보강하면 웃음이 떨어지더라. 공감대를 조성하고 쭉쭉 웃겨나가야 하는데 이야기 속에서 웃음을 주기 시작하면 코미디가 아닌 연극이 돼버린다. 저희의 근본적인 정체성은 '오리지널 코미디'다.

ㄴ최기섭: 실제 해외 분들은 스토리 라인을 보강하는 것을 반대한다. 아무리 길어도 60분 안에 끝나길 원한다. 저희만의 스토리를 간결하게 압축해놓은 것이 현재의 포맷인데, 코미디 공연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다.

ㄴ조수원: 가장 다른 점은 연출과 연기자가 구분되지 않고 저희가 연출, 제작, 연기를 모두 한다는 점이다.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나서 재밌는데 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스피커, 조명, 바닥을 비롯한 무대 곳곳을 저희가 모두 준비하기 때문에 거기서 저희의 정성을 느끼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코미디와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ㄴ조준우: 한국 코미디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넌버벌'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공연화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옹알이하는 아기 캐릭터를 잡고 저글링, 비트박스, 마술 등을 선보인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공감하는 콘텐츠다 보니,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

또한, 기본적인 포맷 자체가 다르다. 일반적인 개그 프로그램은 약 3~4분 길이의 코너를 여러 개 모아서 진행하지만, '옹알스'는 오직 네 명이 한 시간을 채우는 공연 콘텐츠다. 저희 공연은 방송이 아닌 공연장의 무대 위에서 진행된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어떻게 구성하고 발전시키나.
ㄴ최기섭: 일반적인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들은 아이디어를 짠 뒤 연습을 하지만, 저희는 저글링, 마술 등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연습을 먼저 한다. 서로 합이 맞을 때까지 연습한 후에 이 기술을 공연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후 스토리 라인과 웃음 포인트는 블록을 맞추듯 상황에 맞게 조율한다.

그래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새로 합류한 친구들도 무대에 오르기까지 무려 4년 걸렸다. 공연 내용을 왜 바꾸지 않느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기술적인 연습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레퍼토리를 바꾸기가 결코 쉽지 않다. 기존의 서커스에 스토리, 무용 등을 결합한 캐나다 퀘벡의 '태양의 서커스'가 내용을 바꾸기 어려운 것처럼.

ㄴ조준우: 저희 공연은 내용이 똑같다고 비난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저희는 일회적인 코너가 아닌 장기적인 공연 콘텐츠로서 내용을 꾸준히 다듬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용이 숙성되면서 특유의 풍미가 생기다 보니, 이제 그런 말들은 하지 않더라. 라이브 공연으로서의 '옹알스'의 매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세계를 웃기려면 보편적인 웃음코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ㄴ조준우: 처음 준비할 때는 55분 공연에 1시간 30분 분량을 준비해갔다. 관객의 반응에 따라 더하고 빼면서 조율해나갔다. 외국 분들은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시니까 우리끼리 내용 바꾸라는 말을 옹알이인 것처럼 하고(웃음).

ㄴ최수원: 저희는 지구인을 대상으로 한다. 사실 어느 곳에나 성별, 나이, 국적이 모두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특정한 관객에게 맞춘다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 각 나라에 맞춰 살짝씩 고치긴 하지만 저희는 보편적인 웃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ㄴ하박: 웃음의 세계화다.

ㄴ조준우: 웃음은 공감대에서 나온다. '어린아이'라는 공감대 덕분에 옹알스가 세계에 통하는 건데,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원주민들을 웃겨보고 싶다. 그들이 마이크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이파리를 말아서라도 웃길 것이다(웃음).

 

   
 

8인 체제로 바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함께하기로 하고, 연습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ㄴ채경선: 쉬지 않고 네 명만 공연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되고 한 명만 아프더라도 공연을 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더블 캐스팅 체제를 생각하고, 눈에 띄는 친구들을 차근차근 영입했다.

ㄴ조준우: '옹알스'라는 콘텐츠의 질을 위해서 더블 캐스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일반적인 코미디언의 행보는 아니다. 멤버를 새로 영입하는 것 자체가 저희의 공연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ㄴ조수원: 같은 꿈을 가지고 스스로 모인 사람들이다.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코미디언들이 마음이 맞아서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나간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체제가 바뀌면서 마술, 비보잉 등 퍼포먼스가 추가됐다. 넌버벌 코미디를 넘어 종합 퍼포먼스 장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인가.
ㄴ채경선: 따로 장르를 규정하고자 고민하지는 않는다. 관객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공연이 가장 먼저다. 웃길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시도하려 한다.

나중에 합류한 멤버들은 소감이 어땠는지.
ㄴ하박: 우리나라의 코미디는 대부분 개그가 전부고, 다양한 코미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대부분의 한국 코미디와는 다른 것을 하고 싶었던 차에 형들을 만나서 즐거움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웃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한국의 코미디는 순수하지 않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옹알스의 코미디는 저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순수하게 거기서 웃음을 주는 것이라서 좋다.

 

   
 

옹알스를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ㄴ조준우: 한국은 코미디 공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코미디는 대부분 짧은 코너로 짜인 방송 프로그램으로 접하지 않나. 코미디 공연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텔레비전 틀면 볼 수 있는데 굳이 돈 주고 볼 이유가 있냐"고 하시더라. 정말 잘 나가는 스타가 아니고서야 코미디 공연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공연을 홍보할 때도 "누구 나오냐"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반면 외국은 코미디 공연문화가 자리 잡혀있다. 코미디를 관람할 수 있는 전용 클럽도 있고. 물론 중간에 인터미션도 있다.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나 코미디언의 사회적 위치가 한국보다 높다. 그래서 저희는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다.

ㄴ최기섭: 우리나라 공연계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기도 하다. 요즘은 대형 뮤지컬 진행하기도 힘들지 않나.

ㄴ조준우: 한 공연 관계자께서 저희 공연을 보더니 한국에서 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더라. 해외에서 하다가 공연계 좋아지면 들어오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저희는 한국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또 저희를 꾸준히 찾아주시는 팬들이 계시기 때문에 잘 안될 줄 알면서도 한국에서도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수많은 공연에 참석하며, 그 차이를 몸으로 느꼈을 것 같다.
ㄴ조수원: 지난 4월 호주의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석했는데, 저희가 3년 연속 공연을 해서 그런지 올해는 한국 관객들이 많이 오셨다. 그런데 유난히 한국 분들은 잘 웃질 않으시더라. '얼마나 웃기나 보자'하는 태도 때문도 있지만, 본인이 웃기다고 판단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눈치를 살피시느라 그런 것 같았다. 한국의 어떤 문화 때문에 타지에서 공연을 보면서도 맘껏 웃지 못하시는지 안타까웠다.

ㄴ채경선: 외국은 코미디 공연장에 편하게 와서 당연한 듯이 웃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돼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는 것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다.

 

   
 

현재 옹알스가 우리나라 코미디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ㄴ최기섭: 감히 말씀드리면, 한 시간 콘텐츠를 꾸며서 보여드리는 건 최고라고 생각한다.

ㄴ채경선: 해외 페스티벌 진출, 코미디 공연 구축 등 우리나라 코미디에서 저희가 최초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 많다. 이에 걸맞은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하나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코미디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저희한테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ㄴ조준우: 이전에 했던 사람이 없어서 최초인 것이지 저희가 실력이 다른 코미디 팀보다 뛰어나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초의 길을 일부러 의도했던 것도 아니고. 지난 4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등 옹알스뿐만 아니라 한국 코미디에도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지만, 스스로 저희를 평가하기는 애매하다. 옹알스는 현재진행형이다. 저희는 그저 웃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ㄴ조수원: 2010년에 연습실 공사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거의 모든 작업을 저희가 직접 했다. 연습실 벽도 남은 페인트 섞어서 칠한 거라 얼룩덜룩하다(웃음).

ㄴ조준우: 지난 4월 정식 초청을 받아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한 업적이다. 정식 초청으로 무대에 오른 사례는 한국에서 저희가 세 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처음엔 저도 실감이 안 나서 재차 확인했는데, 오페라하우스의 극장 세 개 중에서도 가장 큰 메인홀 공연이더라. 그런데 주위에 얘기하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라는 게 믿기지 않는지, 다들 예술의전당으로 알아듣더라(웃음).

 

   
 

후배 코미디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들려달라.
ㄴ채경선: 케이팝(K-POP)을 비롯한 한류 문화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한류 코미디는 옹알스밖에 없다. 우리나라 코미디를 외국에 알리기 위해서는 각 팀이 똘똘 뭉쳐야 한다. 외국의 코미디 페스티벌에 우리나라 팀이 참석하는 것이 흔한 모습이 됐으면 한다. 외국에 나가면 저희밖에 없어서 외롭다.

저희가 맨몸으로 무작정 나간 외국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어떻게 보면 코미디언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저희가 웃겨주고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니까, 더 쉽게 친해지고 일도 수월하게 풀릴 때가 많았다.

남은 2016년의 계획은 어떤지.
ㄴ조준우: 처음 연습실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정해진 일정이 없어서 뭘 해야 할 지 막막했는데 이제는 다음 해의 일정까지 미리 조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얼마 전까지 해외 공연을 진행했는데, 올해 하반기에도 여러 나라 투어들이 잡혀있고 다른 일정들을 조율하고 있다. 영국, 말레이시아 등 예전에 다녀왔던 곳들에 재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 같다.

ㄴ채경선: 활동이 쌓이다 보니 1월은 뉴질랜드의 '월드 버스커스 페스티벌', 4월은 호주의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8월은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등 고정적인 사이클이 생겼다. 국내 공연은 지난 3월에 진행했으니 내년쯤 다시 계획하지 않을까 싶다.

옹알스의 바람이 있다면.
ㄴ채경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하고 싶다. 쉼 없이 공연을 해온 데다, 한 달씩 해외 공연을 소화하다 보니, 갈수록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앞으로 2~30년은 더 해야 한다(웃음).

ㄴ조준우: 개인적으로 오래 하고 싶은 바람도 있지만, 옹알스가 하나의 콘텐츠로서 우리가 그만둔 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멤버도 영입할 생각이 있다.

ㄴ조수원: 라스베이거스에 옹알스 전용관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 때 백악관에서 공연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기도 한다. 서태지처럼 교과서에 실리는 것도 또다른 바람이다(웃음).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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