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림(가운데)이 '에드거 앨런 포'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문화뉴스]

"음악 안에 담겨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와 삶이 조금이나마 관객에게 전달해졌으면 좋겠다" (노우성 연출)

시대를 앞서간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삶과 작품들이 음악을 만난다. 7월 2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국내 초연으로 진행하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가난과 신경쇠약을 동반한 채 어린 시절 어머니 '엘리자베스'의 죽음, 첫사랑 '엘마이라'와의 이별, 아내 '버지니아'의 죽음 등 어두운 삶을 살았던 '에드거 앨런 포'와 그를 시기한 '루퍼스 그리스월드' 사이의 사건을 다뤘다. 
 
'아이 인 더 스카이' 노래 등으로 유명한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인 에릭 울프슨의 유작을 편곡했고, 김성수 음악감독이 '첫 대면', '갈가마귀', '다른 꿈' 등을 새로 작곡해 작품을 보강했다. 또한, 2009년 독일 초연 당시, '그리스월드'의 시 낭송으로 표현된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인 '갈가마귀'를 한국 초연에선 '에드거 앨런 포'가 직접 낭송한다.
 
한편, 노우성 연출은 라이벌 '그리스월드'의 시각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삶을 표현하는 방법을 통해 인물의 대립구도를 강화했다. 여기에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애쓴 '에드거 앨런 포'의 따뜻함과 날카로움이라는 양면성을 엇갈린 프레임과 거대한 무대 상징물로 표현했다.
 
   
▲ (왼쪽부터) 최재림, 최수형, 마이클리, 윤형렬, 김동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31일 오후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프레스콜이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렸다. 기존 '에드거 앨런 포'의 그로테스크하고 미스터리한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는 그의 삶과 내면에 작품세계에 초점을 맞춘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박영석 프로듀서, 노우성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을 비롯해 '에드거 앨런 포'를 연기한 마이클 리, 김동완, 최재림, '에드거 앨런 포'를 시기한 비평가 '그리스월드'를 맡은 최수형, 윤형렬이 함께했다.
 
또한, '에드거 앨런 포'의 첫사랑인 '엘마이라' 역의 김지우, '에드거 앨런 포'의 사촌 동생이자 어린 아내인 '버지니아'를 맡은 오진영, 장은아, '에드거 앨런 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를 맡은 최윤정, 안유진, '그리스월드'를 따르는 인물 '레이놀즈' 역의 최종선이 참석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이들의 말과 함께 살펴본다.
 
   
▲ 작품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만의 '에드거 앨런 포' 개성이 있다면 무엇인가?
ㄴ 김동완 : 연습 공개 때 최재림은 짜장면, 마이클 리는 짬뽕, 나는 짬짜면이라고 농담 삼아 말했었다. 하지만 두 분을 모티브 많이 했다. 연출자와 동등하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맞는 것을 권유해 보는데, 나는 팔짱을 한참 끼고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무대 연기가 확실히 배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분을 따라가니 비슷해질 것이라는 오해가 있겠지만, 나만의 다른 '에드거 앨런 포'가 나오기도 했다. 최재림 씨가 트위터에 있는 말을 단체 메시지 방에 보내주셨다. 마이클 리 형은 상처받은 시인, 나는 도전하지만 낙오되는 시인이라면, 재림 씨는 다음 경기를 기다리는 킥복싱 선수였다. (웃음)
 
마이클 리 : 셋을 구분해서 말하는 차별화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두 사람 곁에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한 가지 역할을 여러 배우가 함께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역할을 하면서 다른 배우와 나누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견을 마음을 열고 받아줬을 뿐 아니라, 그 생각을 같이 공유했다. 보시게 될 때 배우들이 차별화되려고 노력하기보단 진실하게 연기했다는 것을 느꼈을 거라 본다.
 
최재림 : 마이클 형이 정확하게 답해주셨다. 한 배역에 여러 배우가 연기할 때, 서로가 경쟁자이면서 협동관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다르게 할거야"라고 연기하는 배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배우들이 생긴 게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덩치가 다를 뿐이지, 한 인물이 같은 목적이 있고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 누가 더 강점이고 단점인지는 가지고 태어난 게 다른데, 내 강점은 킥복싱인 걸로 정리하시면 되겠다.
 
김동완 : 마지막 연습 주에 아이디어를 하나도 안 내니까, 안무감독님, 음악감독님, 연출님이 디렉션을 따로 주셨다. 연약하고 소년 같은 포즈나 아픔에 대한 리액션을 많이 주입해 주셔서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 최수형(가운데)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리스월드' 캐릭터는 '에드거 앨런 포'를 비난하는 역할인데, 전작 '살리에르'의 '살리에르' 역할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유다'와 비슷한 포지션에 있다. 어떤 차이가 있나?
ㄴ 최수형 : '살리에르'와 '에드거 앨런 포'의 다른 점이 있다.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거기에 빠져드는 역할이다. '그리스월드'는 자신의 신념이 있다. 문학계 거물과 동시에 목사로 하느님의 시와 문학을 전파해야 하는데, '에드거 앨런 포'라는 자유분방하고 욕망과 타락의 내용을 다루는 작품을 쓰는 사람을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제재하려는 모습이 있다. 그 안에 질투와 천재성을 인정하려는 디테일도 갖고 있다. 이것을 버무려 관객들과 최대한 이해시킬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한다.
 
윤형렬 :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유다'와 '지저스'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사랑이 존재한다.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지만, 각자의 신념이 있고 '유다'의 믿음 부족으로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살리에르'도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심이 있다. '그리스왈드'가 '에드거 앨런 포'를 천재라고 인정하는 모습은 '레미제라블'의 '자베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에드거 앨런 포'가 무너지지만, 그의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적 갈등이 있다. 인간의 감정이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혼합되는데, 그런 모습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 같다.
 
   
▲ (왼쪽부터) 최재림, 마이클 리, 김동완이 '에드거 앨런 포'를 연기한다.
 
노래는 잘하지만, 팬들이 비판하는 것 중 하나는 대사의 발음이었다. 점점 더 대사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는데, 한국어를 따로 연습하는가?
ㄴ 마이클 리 : 질문 주셔서 감사한다. 그런데도 한국어로 지금 말할 수 없는 점은 양해드린다. (웃음) 질문처럼 꾸준히 틈이 나는 대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송스루 뮤지컬이 됐든, 대사가 있는 뮤지컬이 됐든 보시면서 내 노력을 높이 사주셨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보지 못한 제작진이나 연출부가 인내해주시고, 이해해주시고,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갈가마귀'라는 새로운 넘버가 있다. 음 변화가 많고, 음의 높낮이도 심하다. 어떻게 만들게 됐으며, '에드거 앨런 포'를 연기한 배우는 이 곡을 어떻게 생각하나?
ㄴ 김성수 : 너무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서 사치를 부려봤다. 다른 배우가 못 부르도록 해봤다. 곡 쓰기가 힘들었다. '갈가마귀'라는 시를 원래 좋아했다. 어린 시절 무서운 시로 남아 트라우마가 됐다. 공연 시작 6일 전에 곡이 나왔다. 빨리 멜로디 익히도록 하고,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해서 무대에 올렸다. 그 부분이 죄송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 영광스럽게 지휘하고 있다.
 
김동완 : 노래가 어렵지만, 너무 좋다. 심취할 수밖에 없다. 옆에 두 분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는지 눈치를 봤다. 똑같이 따라 하진 않았지만, 섞어서 좋은 노래가 나왔다. '에드거 앨런 포'의 좋은 노래를 에릭 울프슨이 아니라 김성수 음악감독이 만들어 기분이 좋다.
 
마이클 리 : 정말로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곡이다. 곡이 써진 것을 보면 김성수 음악감독의 열정이 강하고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훌륭한 곡을 전할 수 있는 '도구'여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최재림 : 이하 동문이다. (웃음) 처음 곡이 나올 때, 음악감독이 곡을 써내려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도입부나 후반부는 썼고, 중반은 못 썼는데 이러면 어떠냐고 말도 했다. 곡이 나와서 불러보니 나한텐 정말 잘 맞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음역이 넓다. 저에서 고까지 다 올라간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대로 시도해 봤는데, 그 과정이 정말 좋았다. 음악이 쌓여가면서 절규처럼 바뀌면 좋겠다고 했는데, 세 분의 배우가 밤늦게 연습실에서 리허설 끝나고 피아노 앞에서 부르는 과정이 있었다. '갈가마귀'의 시와 음악에 빠지며, 자기만의 색깔이 녹아든 것 같다. 아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 윤형렬(왼쪽에서 두 번째)이 '에드거 앨런 포'를 시기하는 '그리스월드'를 맡았다.
 
작품에 임하면서 와 닿았던 부분이 있나?
ㄴ 윤형렬 : 런스루 연습을 돌 때 되게 많이 울었다. '에드거 앨런 포'가 불쌍해서였다. 두 살 때 죽어서 기억도 안 나는 어머니가 마음속에 항상 나온다. 죽고 나서도 그 어머니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야 자유로워지는 '에드거 앨런 포'를 보며 '이 사람 가엾게 살았구나'부터 '우리에게 행복과 안식은 무엇인가'는 생각도 했다. 살아있을 때 찍히기만 하다가, 비로소 행복한 얼굴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대의 비틀린 액자부터 처음에 등장하는 날개 구조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ㄴ 노우성 :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은 그가 담고자 한 내용이 정확하게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보다 '그리스월드'에 의해 왜곡된 것이 많다. 그래서 아치 앞에 중심을 무시하고 엇갈린 길을 냈다. 또한, 액자가 정직하게 맞지 않고 다 엇갈리게 만들어졌다. 여러 공간을 탄생하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액자틀 구성을 했다.
 
작품 초반, '엘리자베스'가 등장할 때 나오는 구조물은, '에드거 앨런 포'의 날개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그 날개는 최대한 날카롭게 보이는 재질로 만들어졌다. '에드거 앨런 포'가 뱉은 예술의 언어를 상징한다. 그게 독이 되어 자기 자신을 찌른다. 온 세상과 소통하기로 한 작품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표현했다. 윤형렬 배우가 말한 것처럼, 죽어서야 '에드거 앨런 포'가 이 시대에 사랑받는 것을 날개로 표현하려 했다.
 
   
▲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의 무대.
 
'포'라는 인물이 단순한 인물은 아니다. 어떤 점에서 공감했나?
ㄴ 마이클 리 : 나도 예술가로 살아오고 있으므로, 그 점에서 공감을 했다. 아시다시피 나는 미국에서 왔다. 때로는 동양계 미국인이 공연에 서기가 쉽지 않다. 나 같은 경우는 행운이 따랐지만, 일이 있고 없고는 롤러코스터 타는 것과 비슷하다. '에드거 앨런 포'는 본인의 재능과 예술성을 세상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의 '버지니아' 주변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힘들어할 때가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상 예술가들이면 누구나 겪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성을 펼칠 때,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변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될 때가 있다. 나 역시 두 아들의 아빠로 생각해야 하는것이 예술을 추구하는 데 있을 것 같다.
 
최재림 : '에드거 앨런 포'가 젊었을 때,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을 뛰어넘는 오만함까지 있는 확신에 찬 모습이 있었던 것 같다. '함정과 진자'라는 글을 탈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있다. 나는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과제를 수행할 때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질 땐 끝장을 볼 때까지 작업하는 성격이 있다.
 
이 부분은 '에드거 앨런 포'와 내가 닮지 않았나 싶다. 오랜만에 '엘마이라'나 '버지니아'와 로맨스 연기를 한다. 일상생활과 얼마나 비슷하다면 그건 0%다. 무대에서 개인적 소망을 마음껏 풀어내는 삶을 사는 것 같다. (웃음)
 
2년 만에 뮤지컬을 하게 된 계기는?
ㄴ 김동완 : 그동안 '헤드윅', '벽을 뚫는 남자'를 했다. '헤드윅'은 색이 강한 작품이라 뮤지컬 이상이라고 봤고, '벽을 뚫는 남자'는 송스루 뮤지컬이라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었다. 그러한 내용의 안건을 회사에 넣어서 오래 기다렸다가 이 작품 제의가 왔는데, 너무 겁을 먹었다. 여차여차해서 하게 됐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공부를 많이 했는데, 공연 중엔 공부하지 않고 보여드리려 한다.
 
   
▲ 박영석 프로듀서(가장 오른쪽)가 끝인사를 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박영석 : '에드거 앨런 포'를 한국에 들여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배우가 소화하기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다. 마이클 리에게 "브로드웨이에선 원 캐스트 위주로 작품을 하는데, 이 작품이 원캐스트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베테랑 배우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에릭 울프슨 자체가 음악적 천재성이 있다. 그 천재 역시 비운의 천재이지만, 또 다른 비운의 천재를 다루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나 소설을 공연과 음악을 통해 올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여기에 김성수라는 천재 음악감독이 덧붙여졌다. 라이센싱을 해서 새롭게 음악을 덧붙인다는 것은 어려우면서 불가능한 작업이다. '갈가마귀'를 비롯해 6곡을 새롭게 만들었다. 제작의도나 연출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작품의 깊이를 더 깊게 하는데 보탬이 된 것 같다.
 
연습할 때 배우나 스태프에게 영화를 한 편보고 오라고 했다. 바로 '곡성'이다. '곡성'을 보며, 너무나 완벽한 시나리오나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 감탄했다. '곡성'의 관람평을 보니 1점부터 10점까지 호불호가 너무 갈렸다. 우리 작품도 그런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서 연출님께서 세트 안에 작품의 메시지가 다 담겨있다고 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부터 열 번까지 더 보면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최재림과 안유진이 '달님의 시간' 넘버를 부르고 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영상]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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