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정수, 송문선, 하선진, 최주리, 박영수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30년 전 서울예술단 창단의 목적엔 통일을 대비할 수 있는 예술단으로 출범한다는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좌우를 떠나 사랑이라는 드라마로 통일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염원할 수 있다고 본다." -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남녀의 슬픈 사랑을 통해 점점 잊히고 있는 남과 북의 만남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서울예술단이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을 공연한다. 2006년 안판석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며,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연출과 신예 작곡가 이나오가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국경의 남쪽'은 운명적인 첫사랑을 아름답게 키워가던 '선호'와 '연화'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선호'는 갑작스러운 탈북을 하게되어, '연화'와 헤어지게 된다. 이 둘은 다시 만날 날을 위해 고된 나날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선호'는 '경주'를 만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2일 오후 '국경의 남쪽'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국경의 남쪽'은 2016년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서울예술단의 창작 신작이며, 남북 분단 71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공연"이라며 "분단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단원과 실력 있는 스태프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엔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 추민주 연출, 이나오 작곡, 홍세정 안무, '선호'를 맡은 최정수, 박영수, '연화'를 연기한 최주리, 송문선, '경주' 역의 하선진이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최정수와 최주리가 '당신만 보이네' 넘버를 '국경의 남쪽' 프레스콜 중에 시연하고 있다.

작품에 참여한 소감은?
ㄴ 추민주 : '국경의 남쪽'을 통해 서울예술단과 함께 작업해서 좋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적 마주하지 못하는 남·북 현실과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에 이야기를 통해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어 좋았다. 배우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평양에서 온 선생님을 만나서 북한말을 배우며, 피상적 이야기가 아니라 '빨래'의 '솔롱고'처럼 우리 옆엔 '선호', '경주', '연화'가 살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면서 만들려고 했다.
 
이나오 :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서 작업했다. 남과 북이 나뉘면서 큰 상처를 더 가까이 못 바라본 것이 있다. '선호', '경주', '연화' 인물을 다뤄가며, 세밀하고 인간적인 상처나 그들의 흘러간 사랑, 새로 찾아온 사랑에 사이에 놓인 '선호'와 두 여인의 심정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모호하지만, 그 색채를 찾아가는 사랑이라 생각하고 작업에 임하게 됐다. 같이 작업해주신 창작진, 배우 여러분과 함께한 즐거운 과정이었다.
 
홍세정 : 뮤지컬 배우를 1990년대에 했었다. 선망하는 단체에 나이를 먹고 안무가로 참여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많이 배웠고, 창작 작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길었으면 아쉬움이 덜했다고 본다. 공연일수가 준비 기간에 비해 짧아서, 많은 홍보 부탁드린다.
 
최정수 : 북한말 억양이 조금 나온다. 연습할 때, '선호'처럼 탈북한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들어보고, 역할 공부를 위해 북한의 사정을 찾아보게 됐다. 북한 사람들은 멀게만 느껴졌었다. 드라마나 공연 매체에서 북한 소재를 다룰 때, 내가 아는 북한 이미지만 있었지, 현재는 어떤지에 대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연출님처럼 그냥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보니, '선호'가 우리와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왼쪽부터) 최정수, 박영수가 '선호'를 맡았다.
 
박영수 : 짧게 하겠다. 이 작품으로나마 남북이 통일되고, 분단 현실에 가슴아파하는 사람이 더 없기를 희망한다.
 
최주리 :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작품에 임했다. 잊고 지내는 남북관계에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송문선 : 마지막 공연까지 진실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겠다.
 
하선진 : 여기 있는 분들 중엔 유일한 '남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많은이들이 생각하는 이웃 사람이고, 주변인들인데 아픔과 사랑을 좀 더 들여다볼 기회다.
 
같은 역할을 맡은 박영수 배우의 장점은?
ㄴ 최정수 : '뿌리 깊은 나무' 했을 때, 박영수 배우가 더블이었다. 가냘프고, 팔다리도 길고, 얼굴이 조그마한 것이 요즘 훈남의 '와꾸'를 가졌다. (웃음) '면상'으로 수정 부탁드린다. 그런 외모가 있어서 그냥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당차고 열심히 하는 친구다. 배울 게 많은 배우라고 늘 생각한다. '선호'를 연기하면서 내부에 많은 색깔을 가진 것이 자연스럽게 열린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할 것 같고, 더 많은 모습을 보여줄 배우다.
 
'연화'를 맡은 배우들의 차이점은?
ㄴ 박영수 : 두 분의 매력은 화이트, 블루 옷처럼 극명한 차이가 있다. 연기에서 묻어나듯이 푸르고 오색찬란한 느낌이 있다. 어린 나이에 당차고, 당돌한 순백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각자의 매력은 지금 입으로 말할 수 있지만, 오셔서 확인하시는 게 빠를 것이다.
 
   
▲ (왼쪽부터) 송문선, 최주리 배우가 '연화'를 연기한다.
 
 
두 '선호' 배우인 최정수, 박영수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ㄴ 최주리 : 정수 오빠는 목소리 깡패인 줄 알았다.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어서, 목소리 좋다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고 있다. 영수 오빠는 눈빛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두 분 다 대사를 같이할 때, 눈을 뗄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송문선 : 영수 선배님은 어리지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선호'를 연기하고 있다. 정수 선배님은 목소리가 좋은 듬직한 '선호'를 연기한다.
 
가장 공들여서 작업한 장면은?
ㄴ 추민주 : 먼저 첫 번째 장면이다. 북한에서 공연 연습을 하는데, 동시에 그들의 일상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북한에서의 모습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호', '연화', '경주' 세 명이 각자를 향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각자 만날 수가 없음을 나타내는데, 작곡가로부터 서정적인 곡을 받아서 너무 좋았다. 여기 담긴 안타까움의 정서를 잘 풀어보고 싶었다. 배우들이 연습 후에도 남아서 정서에 관해 이야기하며, 밤을 뜨겁게 보낸 대목이다.
 
음악적으로 공들인 부분을 듣고 싶다.
ㄴ 이나오 : 먼저 남과 북을 이분적으로 나누고 싶지 않았다. 탈북자들이 어떠한 정체성으로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볼 수 있는 음악을 중심으로, 장르적으로 구애받지 않는 틀에서 작곡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선호'와 '연화'의 듀엣이나 '연화'의 솔로나 마지막 주제가 등은 그들의 색채에 주안점을 뒀다. 그 밖에 주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넘버들은 장르적 색채를 넣어 만들어봤다.
 
   
▲ 박영수(오른쪽)와 송문선(왼쪽)이 '만났으니 됐어요' 넘버를 시연하고 있다.
 
 
안무할 때 주안점에 둔 것은 무엇인가?
ㄴ 홍세정 : 영화를 보면서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긴장을 많이 했다. 안무가는 관객들이 전형적으로 원하는 움직임이나, 배우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화려한 무대를 해야 하는 암묵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런 안무들은 '선호'와 '연화'의 감정선이 깨질 수 있으므로, 드라마 구성과 진행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적으로 훌륭한 배우들이 가진 것을 활용하지 못해서 아쉬운 점은 있다. 그래도 예상한 대로 엄청난 에너지를 뽑고 있어서 만족한다.
 
서울예술단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ㄴ 최종실 : 30년 전 서울예술단 창단의 목적엔 통일을 대비할 수 있는 예술단으로 출범한다는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통일 무드가 상당히 좋았다. 잘 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뢰 도발 사건이나 핵 실험을 통해 그러한 무드가 가라앉았다. 아쉽지만, 이 작품을 통해 좌우를 떠나 사랑이라는 드라마로 통일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염원할 수 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다. "통일을 왜 해야 하지?"라는 시대에 이 작품을 통해 통일이 큰 화두로 느낄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그리고 서울예술단이 예술의전당 안에 있으므로, 보통 공연을 CJ 토월극장에서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로는 공연예술 메카다. 이 때문에 서울예술단 작품을 중극장 규모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서 18명 단원 규모로 작품을 올리게 됐다.
 
   
▲ 최종실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돌아갔으면 좋겠나?
ㄴ 최정수 : 첫사랑과 결혼을 하신 분도 있고, 10번째나 11번째 분과 결혼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혹은 결혼 안 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결혼이라는 결과보다 사랑의 애틋함과 잡히지 않는 상태의 기억이 이 작품을 보고 나올 것 같았다. '연화'와 '선호', '경주'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사랑 기억을 좀 더 떠올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습이 끝나고 그런 생각이 많이 났다. "사랑은 뭘까?"라는 질문 하나쯤은 이 공연보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묻어둔 생각을 좀 달리 꺼내 볼 기회일 것 같다.
 
박영수 :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현실에 아픔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단에 대해 생각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우리는 약 60년 전에 전쟁이라는 게 났다는 생각과는 멀어진 것 같다. 단순히 전쟁을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묻히고 있거나, 잠시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
 
최주리 : 관객분마다 느낌이 다르실 것 같다. 공연 중에 '선호'와 '연화'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듀엣곡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그 노래의 가사를 좋아한다. 사랑도, 일도, 삶도 내일 당장 어떻게 될 수 없다는 말이 와 닿았다. 이 시간도 나를 떠나가지만, 언제나 사계절은 나를 맴돌고 시간은 흘러간다는 가사를 되짚으면서 내가 지금 힘들고 아픈 것도 다 흘러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분도 있고, 다른 장면을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면마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 가져가는 것이 다른 작품이라 본다.
 
송문선 : 이 이야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히 상상할 순 없지만, 지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본다. '국경의 남쪽'을 보러오셔서 조금이나마 그 아픔을 같이 느끼고 공감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최정수(왼쪽)와 하선진(오른쪽)이 '나랑 할래요' 넘버를 부르고 있다.
 
 
하선진 : 작품을 보러오시는 분들이 '경주'가 외롭다고 한다. 분단의 현실이 모든 배경에 깔려있지만, 작품의 주제는 사랑이며 그렇게 흘러간다. '첫사랑'은 아름답고, 그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랑인 '끝사랑'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한다. 물론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마음이 아픈 것도 떠오르겠지만, 지금 내 옆의 사랑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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