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영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 인터뷰

   
 

[문화뉴스]

 

"비보이 친구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세계 무대를 석권한 것은 어른들이 돈을 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런 감각을 믿고 싶다. 어른들이 지시하지 않고, 토양만 만들어 주고, 청소년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져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어린이·청소년극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작품개발을 수행할 국립 연구소로 2011년 출범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청소년 관객층에 대한 연구와 청소년극 제작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청소년 연극의 새로운 방향성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요 사업으론 청소년극 작품개발 및 현장 순회공연,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사례 및 제작과정 연구 책 발간, 국제심포지엄과 이야기판, 교사세미나, 젊은 작가, 연출가, 배우 육성을 위한 창작 인큐베이팅 작업인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작은극장 프로젝트',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예술가탐색전' 등이 있다. 
 
그 중 청소년극의 연극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탐색과 도전을 제시하기 위해 '국립극단 청소년극 릴-레이'가 2013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놀이 형식으로 풀어내 '여중생'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진 연극 '고등어'가 공연됐다.
 
그리고 9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류장현 안무가의 '죽고 싶지 않아'가 선보여진다. 안무가의 '춤의 언어'와 청소년의 '몸의 언어'가 만나 원시적인 삶의 충동이자 생명의 욕구인 '춤'을 엉뚱하면서도 진솔하게 펼쳐내는 '댄스 씨어터'(무용 작품에서 연극적 대사를 구사하는 융합 장르) 공연이다.
 
이러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이끄는 유홍영 소장을 만나 어린이·청소년극의 중요성과 함께, 청소년이 연극을 관람해야 하는 이유, 어른들이 청소년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등을 들어봤다. 먼저 인사말을 영상으로 살펴본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 오게 된 계기는?
ㄴ 먼저 나는 연극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를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우연히 봉사활동으로 어린이 연극을 하게 됐다. 당시가 1980년대 초반이었는데, 어떻게 어린이 연극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관찰하게 됐다. 대학로엔 샘터파랑새극장도 있고, 소극장들이 속속 생길 때였다. 1980년대 후반엔 오전엔 어린이 연극, 오후엔 성인 연극을 하는 시스템이 이뤄졌다. 그래서 유치원이나 단체 동원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관찰해보니 어린이 연극에서 돈을 벌면 그게 성인극으로 투자가 됐다. 돈을 벌면 어린이 연극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항상 신입 단원이나 수습 단원이 공연을 하고 소위 말하는 좋은 배우는 성인극으로 이동했다. 우연히 최불암 선생님이 현대예술극장을 운영하실 때, 어린이 연극을 활성화하셔서 들어가 같이 활동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도 어린이 연극은 중요했지만, 정작 어린이 연극을 연구하는 집단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극장을 나와서, 1988년 극단 사다리를 만들게 됐다. 최영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임도완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등과 함께 어린이 연극을 제대로 만들자는 모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극단 사다리로 다양한 어린이 연극 만들면서, 사다리 연극놀이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지원금도 받는 횟수가 늘어났고, 현직 선생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했고, 작품을 여러 편 개발도 해왔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서서 극단 사다리가 좀 더 다양한 투자를 받아 어린이 전용 극장인 사다리아트센터(현 동양예술극장)도 2005년 만들게 됐다. 꿈을 이뤘다고 생각해 5년간 열심히 작업했는데, 당시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이 나왔다.
 
복지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연극을 매우 싸게 보게 하는 방법이나, 지역의 문화회관에서 좋은 공연을 초청해 저렴하게 보는 정책이 펼쳐졌다. 우리 목적은 관객이 스스로 제값을 보고 내는 공연인데, 국가정책은 관객들이 제값을 내는 게 아니라 저렴하게 하려는 것이 되어버렸다. 20년 동안의 세월로 노력한 시장성을 정책이 죽인 꼴이 되어버렸다.
 
   
 
 
 
1990년대엔 어린이 연극 공연장이나, 인형 극단이 붐을 일으켰다. 몇몇 인형극장에선 다양한 공연도 실험하고 했는데, 그렇게 운영하는 극단이 소멸하게 되어 현재까지 왔다. 현장 작업을 하면서 바람은 "어린이극을 올바르게 연구해야 한다"였다. 이를 연극계에 쭉 설파했다.
 
그러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유시어터를 만들 때, 처음 어린이극을 연출 부탁해 인연이 닿게 되어 그때 이야기를 하게 됐다. 당시 건의한 내용은 개인이나 극단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하는 어린이·청소년극 관계자가 모두 모인 연구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2011년 생겨났고, 여기에 와서 일하게 됐다.
 
청소년극을 준비하고 공연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ㄴ 나 역시 청소년기를 겪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문제가 된 것이 있다. 청소년기엔 내 생각이 있는데, 항상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지만 일방적으로 가르치면서 지시해온 문화가 이해가 안 됐다. 좋은 교육이라는 것은 서로 대화하고 함께 찾아가는 것이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주는 게 아니라고 봤다. 그 부분에 고민했다.
 
가르치는게 뭐냐는 개념이 있는데, 연극에선 본질적으로 내가 다른 사람의 인물이 된다. 인간에 본질적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하고, 목표를 위해 설득과 주장을 하는 등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본질에서 보는 게 연극에 숨어있었다.
 
그런 맥락으로 보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두 주인공이 16살인데, 어른들의 불화로 두 친구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다. 거기에 재밌는 부분이 있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성이 몬태규이기 때문에,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연극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날 수 있다. 연극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청소년기의 문제가 모두 나오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삶을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공립단체인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생기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연극 '고등어'의 한 장면.
청소년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 관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려 하나?
ㄴ 그 원인을 찾다가 1960~80년대 사회적인 변화를 관찰하게 됐다. 물론 우리 때도 어른들과 대화는 안 됐지만, 청소년기라는 교과서적이나 발달심리학적인 용어 말고, 마을 공동체 문화가 존재해서 직접적인 교류가 아니라도 형, 삼촌, 동네 아저씨 등 또 다른 방법으로 소통할 기회가 있다. 그런데 지금 현대에 와선 모두 다 단절됐다. 집단 내에서 또래문화가 형성됐고, 다양한 연령층이 아닌 지금의 나이로 또래문화가 갇혀 있다. 
 
체제에 의한 또래문화가 생겨, 계층 간의 대화 방법이 문화적인 측면에선 없어진 것이다. 우리보다 앞선 외국에선, 나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동아리나 마을의 다른 프로그램이 개발됐는데,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교육적인 측면으로 사회구조가 생기다 보니 청소년 문제가 안 좋은 쪽으로 주목받았다. 지금도 어느 지역에 가면 나이를 초월한 마을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있다. 성년식 같은 의식이 있는데, 현대에선 학교에서 성년식을 치른다. 그런 문화적인 것이 사라지는 추세에, 연극은 짧은 시간 내에 청소년들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때, 감각이 개발되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매체를 통한 소통은 좋은 부분도 있는데, 사람과 사람이 앞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을 한다고 하는데, 연극은 아직도 오래된 예술 행위면서도 숨 쉬는 사람이 앞에서 실수도 하고, 침도 튀어가며 온 감각으로 삶의 모습을 짧게 보여준다. 연극이 어렵다고 하지만, 청소년기엔 감각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사회에선 그런 부분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비행소년 KW4839'의 한 장면. ⓒ 국립극단
지난해 공연된 '비행소년 KW4839'에선 공연 입장 전, 배우가 입국 심사를 하면서 "요즘 청소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유 소장은 요즘 청소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ㄴ 요즘 청소년은 외적으로는 굉장히 풍요로운 시대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론 굉장히 외롭게 자라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시기마다 다른 느낌인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전쟁을 겪어서 청소년 시기가 아예 없었다. 노동을 해야 했고, 어린 나이에 먹고살 고민을 했다. 지금은 먹고살 고민이 아니라, 다른 미래가 있는데 거기에 대한 준비작업이나 미래사회의 본질적인 질문을 어른들이 만든 세계 때문에 고유 세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나는 좋은 선생님 만났는데, 항상 먼저 말씀하신 게 그거다. "네 삶은 네가 책임지는 건데,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살 것인지. 내가 만든 세상에서 살 것인지는 네 나이 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 그런 이야기가 굉장히 멋있게 들렸다. 요즘 친구들한테는 그런 질문 자체를 할 시간이 없을뿐더러,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선 이제 답을 주는 연극이 아니라, "당신은 이런 다양한 현상이 벌어지는데, 미래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려 한다. 공연이 끝나고도 이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고 이야기한 분들이 있다. 결국, 계속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낀다. 
 
'비행소년 KW4839'를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자부하는데, 이 작품은 어떤 어른 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청소년 예술가 탐색전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신동 미술가가 워크숍을 했다. 청소년들에게 본인의 공간성을 말이 아닌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다. 한 친구는 학교와 집만 그려놨다. 이 친구의 삶은 학교와 집밖에 없다. 동네 마을 길도 없고 산도 없다. 내 인생은 두 공간밖에 없는 것이다. 
 
   
▲ '비행소년 KW4839'엔 다양한 그림이 등장한다. ⓒ 국립극단
 
 
여신동 미술가가 작품을 보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공간이 있지 않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 짧은 만남이 1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며, 청소년들의 생각이 열리는 것을 봤다. 그런 질문 과정을 통해 다시 돌아보고 발표회를 했는데, 이게 공연으로 이뤄지고 앞으로 계속 레퍼토리가 될 것이다.
 
청소년의 삶이 우리와 함께 사는 파트너가 될 것인데, 함께 만드는 작업에 실험샘플로는 '비행소년 KW4839'가 좋은 결과물이라고 하고 싶다. 여기에 고전을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타조 소년들'처럼 번안한 경우도 있고, '고등어'와 같은 창작물이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한다.
     
어린이·청소년극이 좀 더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 접근돼야 하는가?
ㄴ 현장에서도 고민하고, 여기서도 고민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연극발달사와 어린이청소년극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연극협회 내에선 1980~90년대엔 어린이청소년 분과가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흐지부지 없어졌다. 여기에 '아시테지'는 원래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의 한국본부인데, 지금은 거기가 한국 어린이·청소년 극의 전문인력이 모이는 축제가 됐다.
 
한편, 연극영화학과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증가한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 하지만 어린이 연극을 가리키는 학과가 조금밖에 없다. 이제야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전문 과정이 생기는 등 전문 인력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과거엔 어린이청소년연극대회 등 전국적으로 다양한 사업이 있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어린이·청소년을 '시장'이나 '소비층'으로 본다는 점이다. 1980년대 최불암 선생님과 일할 당시 어린이날에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면, 1억 투자하면 3일 만에 1억 5천을 번다. 단순히 소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옛날에 어린이 공연을 방학 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할 때는, 어느 윗분이 예술의전당에서 애들 뛰어노는 것이 시끄럽다고 하셔서 그만하라고 한 적도 있었다.
 
   
▲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의 한 장면.
 
 
미래를 위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극 아트센터가 건립이 이제야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계속된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 것에 있다. 과거 MBC '뽀뽀뽀' 같은 유아 프로그램도 출연한 적도 있다. 외국에선 어린이 프로그램 담당 PD는 오랜 경험치가 있는 최고의 PD가 함께하지만, 우리는 신임 PD가 거쳐 가는 곳이 유아 프로그램이다. 어린이·청소년극의 인식도 그렇다.
 
유럽 쪽에선 어른이 되어서 한 달에 한 번 연극을 보지 않으면, 감각이 잘못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에 돈을 내고 본다고 한다. 그러려면 연극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유아기에 하는 경우는 있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막혀있다. 실제로 조사해보면 연극의 개념을 영화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차이점을 모르는 친구도 많다. 
 
그나마 1년에 한 번 정도 선생님 인솔 하에 대학로에 와서 연극을 보면 상업극을 위주로 보게 된다. 만약, 연구소에서 전용극장이 만들어진다면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수용층도 살아나게 될 것이고, 어린이 전문으로 일본처럼 학교를 여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작품을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방법이 뭔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에선 국립극단 청소년극연구소와 '아시테지'를 통해 그나마 청소년극이 공연되고 있지만, 지방에선 힘든 상황이다. 어떤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나?
ㄴ 단순히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뿐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하는 공연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 분들과 연계해 전국을 생각하는 국립극단이 됐으면 좋겠다. 지방에서 제작을 먼저 해 서울에서도 공연이 이뤄지는 방법도 있다. 현재도 국립극단에선 지방 공연을 꽤 하고 있다. 여러 팀이 움직이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한여름 밤의 작은 극장'이라는 개념으로 어린이·청소년 극 워크숍을 하고 있는데, 소수 배우가 극장에서 공연하는 게 아닌 교육현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역 축제나 학교 가서 공연하고, 교육 현장이 공연장이 될 수 있는 순회공연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장기적으로 대기업 문화재단이나 국공립 단체에서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30년간 어린이·청소년 연극을 만들어오고 고집한 이유는?
ㄴ 연극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다. 나를 가장 사랑하시는 어머니가 나한테 "내가 누구 때문에 살아왔는데"라고 말씀하실 때였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행복하시면 내가 행복할 텐데, 나 때문에 고생하셨다는 말이 모순처럼 들렸다. 연극을 하니까 이처럼 삶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면을 알게 됐다. 연극은 비극, 희극 등 다양한 것이 있는데, 표현하는 요소뿐 아니라 그 속에 또 다른 의미가 있어서 수많은 표현 방법이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할 때, 어떻게 뱉느냐에 따라 "내가 널 죽이고 싶어"도 될 수 있다. 
 
아무튼, 나는 공부를 더 해서 유명한 사람이 되려고 했는데,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도리어 많은 공부가 됐다. 봉사활동으로 유치원에서 공연을 하러 갈 때 아이가 "아저씨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아저씨는 연극을 보여주러 온 배우야"라고 답하니, "연극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또 설명하니 "왜 해요?"라고 다시 물었다.
 
"누구세요", "뭐해요", "왜 해요"는 학문의 본질적인 질문이다. 도리어 아이들한테 본질적인 것을 공부하게 됐다. 연극은 삶을 함께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배워서 행동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극 본질을 보니 감동을 했고, 유명해져서 어린이 연극을 하겠다고 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환경을 알게 됐고, 극장이 없으면 길거리에서 다양한 축제도 만들어보려고 했다. 지금도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 9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리는 류장현 안무가의 '죽고 싶지 않아' 포스터 앞에 유홍영 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대들에게 연극이 줄 힘과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ㄴ 먼저 연극과 영화는 허구다. 그러나 연극은 인류 초창기부터 예술 행위로 발전했고, 직접 관객들과 만남을 통해 '상상력의 세계'를 체험하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중요하다고 다시 조명되고 있다. 직접 만난다는 것은 삶 자체의 만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것을 온몸의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데 굉장히 중요하다.
 
문화뉴스와 인터뷰했다. 유홍영 소장에게 문화란 어떤 의미인가?
ㄴ 문화는 내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내가 주는 게 아니라, 함께 가지고 논다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는 "잘 노네"라고 평가하는 개념이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철학이다. 판소리 단가들의 마지막 가사를 보면 "노나보세"가 꼭 들어있다. 삶과 놀이는 안과 밖이라고 표현한다. 고통 안에 놀이가 있다. 외국인이 놀라워하는 것이, 상여를 매고 이동하는 슬픔의 의식조차 놀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마을 문화의 놀이가 굉장히 많은 나라인데 근대 사회 오면서 말살된 것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문화는 함께 나누는 것이고, 함께 살면서 놀 수 있게 된다. 논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래서 '노닐다'라는 말을 한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함께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문화는 '노니는 것'이라 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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