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카이, 한명구, 강신일, 박정복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화뉴스]

"세세하게 '마크 로스코'에 대해 알지 못하더라도, 인물이 치열한 삶을 사는 것만 봐주셔도 좋을 것 같다." - 배우 한명구

 
추상표현주의 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화가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마크 로스코'와 가상인물인 조수 '켄'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화로 구성된 2인극 '레드'가 7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레드'는 두 사람이 펼치는 격렬한 논쟁을 통해 예술이라는 영역을 넘어 기존의 것이 새로운 것에 정복당하는 순환, 세대 간의 이해와 화합 등 삶의 본질에 관한 메시지를 던져 관객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준다.
 
존 로건이 쓴 연극 '레드'는 2009년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2010년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제64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 6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얻은 작품이다. 2010년 공연 당시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고, 올해 '대니쉬 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켄'을 연기해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국내에선 지난 2011년 초연돼 이번이 4번째 시즌이다. 2011년 당시 강신일, 강필석 배우의 열연을 시작으로, 정보석, 한명구, 한지상, 박은석, 박정복 등 연기자들이 2013년과 지난해 공연에 출연했다. 이번 시즌엔 강신일, 한명구가 '마크 로스코'를 연기하고, 박정복과 카이가 '켄'을 맡았다. 특히 카이는 '삼총사', '아리랑', '드라큘라' 등 다양한 뮤지컬에 출연했지만, 연극 무대는 첫 도전이라 관심을 받고 있다.
 
8일 오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레드'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 시연이 열리기 전, 네 배우가 취재진 앞에서 인사말을 남겼다. 배우들의 인사말을 통해 연극 '레드' 무대에 오른 심정을 느껴본다.
 
   
▲ 강신일이 세 번째 '마크 로스코' 연기에 도전한다.
 
다시 한 번 '마크 로스코'를 연기한 소감은?
ㄴ 강신일 : '미술 문외한'인 나에게 미술을 알려준 사람이 마크 로스코다. 대단한 철학적 깊이와 인간적 성찰을 보인 당대 미술계 거장을 연기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마크 로스코' 역할을 한 이후로 삶이나 연기 인생에서 롤 모델 같은 것이 각인됐다. 은연중에 내 안에 '마크 로스코'가 고민하고 추구했던 예술 세계에 대한 것이 무의식적으로 쌓여 있었다.
 
2011년 초연 때는 방대한 대사량을 관객에게 선보이면서, 우리말처럼 편안하게 들리게 할 수 있을까 했다. 그렇게 우리말 각색에 많은 고민을 했다면, 올해 다시 하면서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선보이려 한다. 70이 다 되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인데, '레드'(빨간색)에 집착한 예술 세계에 그 나이까지 열정을 갖고 자기가 목표한 것을 이뤄내려고 애썼던 그런 열정이 나한텐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절망에 휩싸여 자살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마크 로스코'의 예술 작업에서 나오는 광기, 기존에 했던 '마크 로스코'보다 더 역동적인 날 것 같은 느낌의 '마크 로스코'를 표현하려 준비하고 있다. 
 
   
▲ 한명구가 지난해에 이어 '레드'에 출연한다.
 
한명구 : 작년에 '레드' 처음 접했는데, 다시 하게 되어서 반가웠다. 오랜만에 깊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다 보면 참 배우에겐 지랄 맞은 작품이고, 못된 작품이다. 미술사, 화가, 철학가가 등장하는 것으로 인해 내가 미술학도가 된 느낌이었다. 그림들을 다 알고 대사를 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힘들었던 작년 기억이 있다. 연기했다기 보단 '마크 로스코' 인물과 싸운 것 같은 투쟁을 했다.
 
'레드' 작품이 추구하는 건 '마크 로스코'의 삶을 그리겠다는 것보단, 인간을 보여주려 한다. 자기 신념을 지니고 치열하게 살려는 인물이 작품의 본질이다. 방대한 대사, 철학적 사유, 미술사적 이유를 많이 생각했는데, '마크 로스코'의 진실에 좀 더 다가서 봤으면 좋겠다. 이 분이 미술계나 세상을 위해 악을 쓰는 것을 들여다보면 내가 연극 하는 것과 비슷했다. 감히 견줄 순 없지만, 공감대를 갖게 됐다.
 
나는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의 삶을 잘 살고 싶다. 그리고 잘 살았다고 듣고 싶은 욕구를 '마크 로스코' 역시 듣고 싶어서 그렇게 치열하게 산 것 같다. 20세기 세상의 부정적 생각과 실패로 오는 고통, 아픔을 극복하려고 애를 쓴 모습에 다가가야겠다고 봤다. 지난해 '마크 로스코' 배역과 싸웠다면, 올해는 '마크 로스코' 인물에 깊이 들어가 한 번 생생하게 끌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명구'가 그렇게 했는지는 관객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 박정복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마크 로스코'의 제자인 '켄'을 연기했다.
ㄴ 박정복 : 처음엔 강신일 선생님이 연기하는 거 보고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지난해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것 같다. 이번엔 선생님과 많이 이야기도 나눴고, 좀 더 명확하게 '켄'에 접근하기 위해 고민을 한 것 같다. 선생님 말씀처럼 좀 더 편하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카이가 연극 무대에 처음 올랐다.
 
지난 주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어떤 느낌이었나?
ㄴ 카이 :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 앞에 선 느낌 같았다. 이길 수도 없고, 이기려도 해서도 안 되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자연과 같은 연극 무대였다. 이 연극 작품 자체도 그랬고, 두 대배우님 마주하기도 그랬고, '연극배우'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선 것도 그랬다.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이를 통해 나는 성장했다는 것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하나의 확신이 들었다. 나는 '레드'이기 때문에 도전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사생결단해서 목숨을 걸고 산에 등반하는 느낌으로 좋은 모습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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