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엄청 부럽다. 그래서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어른들이 쉽게 지나치고 잊고 지내왔던 문제들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선보인 윤가은 감독. 단편 작품인 '손님'(2011년)으로 끌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그랑프리 수상, '콩나물'(2013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plus 부문 수정곰상을 받으며 윤가은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무서운 신예'로 부상했다.
 
윤가은 감독이 첫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아이들의 세계다. 초등학생인 세 소녀 '선'(최수인), '지아'(설혜인), '보라'(이서연)의 사랑, 미움, 질투 등 모든 감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인 '우리들'이 그 주인공이다. 윤가은 감독이 선보이는 인물과 배경은 일상적인 듯하면서 특별하고, 평범하면서도 비범하며, 동심처럼 보이지만 깊고 어른스러움을 살피며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각인을 새긴다.
 
'우리들'은 지난 2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 최우수 장편 데뷔작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 이후 9개 이상의 영화제에서 초청 러브콜이 이어졌다. 한편, '우리들'에선 '밀양'과 '시'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기획 총괄로 참여했다. 두 감독은 기획과 개발 과정부터 함께했고, '진짜 이야기이자 진짜인 순간'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다시 이번 인터뷰의 제목과 윤가은 감독의 대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주말, 극장가는 그야말로 '3파전'이었다. 매일 1위 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하는 9일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10일과 11일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1위를 기록했고, 12일엔 '정글북'이 1위에 등극했다. 그리고 주말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77만 관객을 동원한 '정글북'이 됐다.
 
   
▲ 영화 '정글북'
 
'정글북'은 주인공 '모글리'를 연기한 '어린이 배우' 닐 세티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CG로 만들어졌다. 또한, 가족영화로 남녀노소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한 '디즈니 작품'이다. '정글북'은 전 세계에서 9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천만 영화'나 흔히 말하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어린이 배우 주연' 영화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근 '아역 배우'들이 전면에 등장한 영화로는 2014년 연말 개봉한 이레, 이지원, 홍은택 주연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다. 관객과 비평가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영관 독점 문제에 휘말리면서 약 30만 관객 동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윤가은 감독은 이에 대해서 "할리우드 영화 중에 '슈퍼 에이트'도 재밌게 봤다. '이티' 같은 것을 보는 느낌인데, 우리나라에선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접근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인식이 변하는 추세인데, 그러려면 영화 속에서 어린이를 소모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누구의 아역이든, 아들이나 딸이든 간에 주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단순히 영화의 흥행 때문에, '정글북'을 예시로 든 것이 아니다. '정글북'에서 주인공 '모글리'가 자신을 키워준 집단에서 나오며 모험을 떠나는 '성장 이야기'인 것처럼, 한국영화에서 좀 더 많은 어린 배우들이 주체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꿈꾸기 때문에 윤가은 감독에게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우리들'의 내용은 적어도 그런 내용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사회에서 말하는 '어린 친구'들이 뭔가 해내는 것을 보면 사랑스럽고, 멋있고, 응원하게 된다"고 말한 윤가은 감독을 만나 16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들'을 제작하게 된 계기, 이창동 감독과의 일화, '어린이'들이 주역이 되는 작품을 주로 연출한 이유, 어린 배우들의 캐스팅 뒷이야기, 촬영 전 '연극치료'를 한 이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인터뷰 후반부에 포함되어 있다.
 
   
 
 
이창동 감독이 기획총괄로 참여하게 됐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영화가 만들어졌나?
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CJ E&M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산학협력프로젝트 공모전을 통해 시작됐다. 졸업생과 대학원 과정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인데, 최종 당선작은 장편영화 촬영 기회가 생긴다. 1차로 트리트먼트 형태로 당선이 되어 이창동 선생님과 시나리오를 개발할 기회가 열렸다. '도희야'와 '돌연변이'가 이와 같은 공모전을 통해 태어났다.
 
이창동 선생님을 2013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2주에 한 번씩 만났다. 다른 작품을 개발하는 친구들과 함께했는데, 서로 작품을 읽어와서 선생님이나 동기의 코멘트를 들으면서 이야기의 방향성을 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며, 트리트먼트가 완성되면 시나리오를 만들어갔다.

이창동 감독이 했던 조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ㄴ 너무나 본질적인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깊은 질문으로 혼란에 빠뜨리게 하셨다. 사실 처음 1차로 당선된 작품의 트리트먼트는 지금 이야기와 완전 달랐다. 말하고 싶은 이야기만 있었고, 장르도 미스터리 같은 스릴러였다. 주인공도 다른 형태였고, 장치들도 많았다. 자극적으로 하면서, 관객이 재밌고 혹할 것 같은 구조로 꾸몄다.
 
그러더니 작품을 보시고 이창동 선생님은 "너무 가짜 같다. 진짜를 써보라"고 하셨다. "다 뒤집어엎고 새로 쓰라"고 해서, 그때부터 고난이었다. 어디가 가짜였고, 진짜는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만드는 내내 '키 질문'처럼 나를 붙잡았다.
 
   
▲ (왼쪽부터) 윤가은 감독, 배우 설혜인, 강민준, 최수인, 이서연이 1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우리들'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엣나인필름
 
전작 단편영화엔 관객들을 혹하게 하는 장치가 없었는데, 왜 장치를 넣고 싶었나?
ㄴ 장편 시나리오를 전에도 집필했지만, 흘러가는 드라마 형태로 썼었다. 그때 들었던 여러 지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때는 "너무 이야기로만 흘러가지 않고, 관객들을 15분 만에 사로잡아 극을 끌고 가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그 구조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는 다른 장치를 사용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 구조를 걷어내는 작업이 있었다. 그 장치들로 뭘 쓰고 싶었는지 몰랐던 것 같다. 소재적으로 매몰되어 있었고, 그래서 본질로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러한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들'을 쓰게 됐나?
ㄴ '진짜'가 뭔지 잘 몰랐다. 그때 변용된 형태의 이야기로 내 경험에서 출발했다. 내 경험에서 그대로 고백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겪었던 일에서 시나리오를 시작해야 하나 생각했다. 작더라도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래서 자전적인 사건을 떠올리게 됐다. 씨앗을 찾으려 노력하고 보니, 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내려갔다. 첫 트리트먼트에 등장한 살인사건도 사라졌는데, 가정이나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살인사건보다 더 깊은 감정을 보여줄 것 같았다.
 
기존 단편영화도 그렇고 아이들이 작품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ㄴ 농담으로 "어린 시절 뭔가 있었는지 상담을 받아보라"고 주위에서 들은 적은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 영화를 꼭 만들 거야"라고 한 적이 없다. 여러 고민이 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동력을 찾는 게 가장 중요했다.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저지르는 것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경험에서 겪은 감정이나 사건에서 글쓰기의 씨앗을 찾는 것 같다.
 
   
 
 
그대로 경험을 옮기는 것보다 '이때 나는 어땠을까?'부터 '극복한 감정이 있다면, 그걸 어떻게 영화적으로 보여줄까?'를 고민하다 보니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나는 내가 나이를 먹었는데도, 어른이 됐다는 생각을 잘 안 한다. 나이가 안 믿기고, 자라는 것 같다. (웃음) 어린 마음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말하는 화자가 어린이인 때가 많다.
 
다음 작품도 어린이가 주인공인가?
ㄴ 계획을 통해 어린이 영화의 거장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몇 개 있다. 당장 다음 영화에 쏟을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사회에서 말하는 어린 친구들이 뭔가 해내는 것을 보면 사랑스럽고, 멋있고, 응원하게 된다.
 
한국영화 중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의 성적이 좋지 않다. 반면, 할리우드에선 어린이가 주인공인 '정글북' 등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ㄴ 엄청 부럽다. 그래서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슈퍼 에이트'도 재밌게 봤다. '이티' 같은 것을 보는 느낌인데,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접근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이 변하는 추세인데, 그러려면 영화 속에서 어린이를 소모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누구의 아역이든, 아들이나 딸이든 간에 주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들'에서 어른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됐나?
ㄴ 어른들이 아이들의 인생에 방해가 되지 않거나, 일부러 위협하는 존재로 보여주거나, 인생의 해법을 알려주지 않는 존재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실제 어른의 모습인 것 같았다. 부모 영향권에서, 부모에 따라 아이들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 어릴 때를 생각해봐도, 학교에서 매일매일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부모한테 모두 이야기하지 않는다. 큰일이라고 생각해도 부모님께 말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어린 시절 떠올려도 많았던 것 같다.
 
   
▲ 영화 '우리들'에서 어른들은 그들만의 사정이 존재한다.
 
성인이 되면 그걸 잊는 것 같다. 아이들은 단순한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아이들도 자기 삶을 사는 주인공이다. 아이들도 그런 노력을 하는 부분도 있고,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사건도 키우는데, 이렇게 아이들은 스스로 자생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여기에 어린이 영화에서 어른이 이상한 소외를 안 당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갑자기 도와주거나, 위협을 한다면 어른이 기능적으로 쓰이는 것이다. 어른들도 자기 삶과 사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봤다. 할아버지 문제 때문에 걱정하는 아빠, 김밥을 마는 등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선생님도 이러한 문제를 놓치는 부분도 그랬다.
 
어린이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고려한 점은?
ㄴ 여러 측면을 고려했다. 제일 많이 생각한 것은 나랑 대화할 수 있는 친구였다. 보통 아역 배우 오디션을 보면, "오디션이에요, 오세요"라고 하면 학원에서 준비한 대본을 1인극처럼 펼치면서 울고, 분노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노래나 춤 같은 장기자랑을 한다. 그 친구가 보여주는 것이 그 친구의 진짜 모습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 어떤 친구이고, 가정생활, 학교생활이 어떤지 등을 대화하다 보면,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보이며, 그 성향이나 기질이 전부 다르다.
 
영화 속 캐릭터의 기질을 비슷한 친구가 연기했으면 좋겠다. '선'은 내향적이고 차분한 친구인데, 실제 배우인 최수인이 그렇다. 애교도 부리지만, 평소엔 얌전하다. 어른들의 말도 들어보고, 친구들도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조심성도 많은 친구여서 이 친구가 부담 없이 동화가 이뤄지겠구나 싶었다. 다른 캐릭터도 그런 식의 접근을 해보려 했다.
 
기질이 비슷해도 연기는 다를 수 있다. 원하는 연기가 나오지 않아 걱정도 했을 것 같다.
ㄴ 걱정은 당연히 됐다. 연기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라, 당연히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쩔까 했다. 또한, 경험하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다가 싫어지고, 마음이 상처받는데,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봤다.
 
   
 
 
"나도 장편이 처음이고 너도 처음인데, 나도 공부할 거고 노력도 하겠지만, 너도 끝까지 책임지고 할 수 있겠니? 하지만 같이하면 재미난 게 나오겠지만, 용기를 내야 해"라고 진심으로 물어봤는데, 세 배우(최수인, 설혜인, 이서연)가 다 "하고 싶다"고 답했다. 감정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리허설을 긴 시간 했다. 상처 주고, 상처받는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영화 현장의 감정을 경험해보는 식으로 연습을 많이 해서 하면서 서로 단련이 많이 됐다. 이걸 연기라고 인지하는 게 중요했다. 
 
최근 '곡성'의 김환희, '아가씨'의 조은형 배우가 어린 나이가 하기 힘든 연기를 펼쳐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연기가 본인에겐 심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작품도 '왕따'의 가해자, 피해자가 모두 등장한다.
ㄴ 그게 큰 고민이었다. 영화야 어른인 우리가 잘 만들면 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처음으로 연기를 뭔지 모르고 시작할 때, 이 경험이 상처로 남으면 회복이 힘든 큰  일이 될까 싶었다. 이번 작품 소재는 일상적으로 친구들이 보고, 듣고,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라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게 프로덕션 전체의 고민이었다. 하지만 심리치료사가 현장에 매일 있을 여건이 아니어서, 우리가 그런 방면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친한 친구 중에 아동·청소년 연기 전공 친구가 많아서, 전문가분들이 계신다. 연극을 위주로 하셔서, 청소년 연극치료를 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영화를 찍고 싶어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게 좋을까?"라고 물었고, 실제로 세미나처럼 촬영 초기 리허설 할 때, 두세 번 아이들을 불러서 자신의 경험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다. 마치 '힐링캠프'처럼 모여서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줬다. 나나 스태프들도 모두 우리만의 이야기를 했다. 비밀이 쌓이는 시간이었고, 이 비밀은 부모님도 모르는 우리끼리의 비밀이 됐다. 끊임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매번 격해지거나 불편해질 때는 물어보고, 느끼고, 풀어보는 과정을 했다. 이건 연기이니, 다른사람을 체험하고, 체험을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고 체화하도록 하게 됐다.
 
   
▲ 베를린영화제 현장에서 윤가은 감독(왼쪽)과 최수인(오른쪽)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엣나인필름
 
베를린영화제를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ㄴ 청소년 친구들이 리포터처럼 마이크를 들고 GV(관객과의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성인은 질문하지 않고, 아이들이 줄을 서서 질문했다. "한국에서는 저런 상황일 때, 학급에서 도와주는 친구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최수인 배우가 "때때로 친구들이 상황을 보고 나쁘다고 하면 도와줄 때도 있지만, 안 도와줄 때도 있었다"고 답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독일엔 학교 내에 그런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학생이 개입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리포터 친구들이 누구인지 물어봤는데, 독일엔 어린이 방송국이 있는데 직접 취재를 왔다고 했다.
 
작품의 카메라 시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ㄴ 어린 친구들이 주인공이면, 아이가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눈높이에 맞추려는 게 것이 원칙 중 하나다. 어린아이가 작으므로, 어른과 있으면 카메라가 내려다볼 수밖에 없다. 또한, 어른 위주로 잡힐 수밖에 없는데 가능하면 눈높이 맞춰보려고 했다. 촬영감독님과 했던 이야기 하면서, 콘티를 짜고 엎고를 3개월 동안 했다.
 
촬영 감독님이 이 영화가 어땠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선'의 얼굴만 한 시간 반만 나와도 이 이야기가 말이 됐으면 좋겠다고 극단적으로 답하게 됐다. '선'에게 카메라가 달려서 주변이 나오지 않아도, 표정 리액션만으로 영화가 감정을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클로즈업이 영화에 많이 들어간다.

그러한 체험을 안겨준 작품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사울의 아들'이었다.
ㄴ 주변에서 그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보지를 못해서 아쉽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엔딩을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ㄴ 먼저 음악을 넣으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다 아이들 소리로 갈까 생각도 했다. '선'이 무언가를 말할 것 같은데 끝이 난다. 관객들은 "이 친구가 어떤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운동장에서 긴장도, 기대도, 설렘도 있을 것인데 이런 것을 관객들이 상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엔딩 음악이 들어가면 내가 엔딩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윤'(강민준)이 '선'에게 하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ㄴ 어떠한 메시지를 주려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야기 자체가 들은 이야기였다. 지인의 아이가 유치원에서 맞고 왔는데, "내가 맞았어. 그래서 같이 때리고 또 놀았어"라고 말한 것이었다. "그럼 싸우고 왜 또 같이 놀아?"라고 묻자 "그럼 내가 언제 같이 놀아"라고 한 것이었다. 그게 큰 의미가 있었다.
 
삶에서 치열하게, 인생을 전쟁처럼 몰아붙이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럼 '언제 놀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걸 응용하게 됐다. 어른의 입에선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윤'이 말한 것은 메시지가 아닐 텐데, 어른들이나 '선'은 메시지처럼 느꼈을 것이다.
 
(인터뷰 당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러 시사회에서 호평을 얻었는데, 현재 소감은?
ㄴ 정식 개봉(16일)은 아직 하지 않았다. 시사회에 참석한 관계자분들은 마음이 좋으시다. 넓은 마음으로 영화를 포용해주시는 분도 있다. 스타가 한 명도 없는 다양성영화다. 너무 좋은 영화들이 극장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보며, 내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실제 관객이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 
 
   
 
 
관객들이 어떻게 '우리들'을 봤으면 좋겠나?
ㄴ 학교폭력, 왕따와 같은 따돌림, 소외의 문제가 소재다. 어린 시절엔 가해자나 피해자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 속에, 친했던 사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것은 부모와 자식 간에,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게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아프고 풀기 힘든 것으로 생각했다.
 
관객들이 보시고 나서 영화가 좋으셨다면 같이 본 사람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떠오를 수 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 감독으론 그게 가장 기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삶에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는다면, 감독으로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자신의 과거, 현재 문제들과 관련된 이슈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볼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한다.
 
앞으로 작품 계획은 어떠한가?
ㄴ 열심히 써야 한다. 하는 이야기는 몇 개 있는데, 개인적으로 요새 작품 개봉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집중할 시간이 없다. 관련 도서도 살펴보면서, 만져보려고 하고 있는 단계다. 내가 이 순간 사회를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명확히 살피려 한다. 어쩌면 아이가 또 나올 것 같다. '우리들'보단 나이가 많은 중학생일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