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유승철, 장지훈 등 '속구 투수 유망주 한 자리에 집합'

▲ 팀 동료 최지광(사진 좌)과 함께 한 윤성빈. 올 시즌 고교야구 유망주들 중 가장 많은 유명세를 치르며,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았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1편에서 계속) 이번 2017시즌 제1차 신인지명은 '투수 모시기'로 요약할 수 있다. 수도권역의 5개 팀 중 넥센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구단이 투수를 선택했고, 지방의 5개 구단은 아예 투수로 1차 지명권을 모두 행사했기 때문이다. 간혹 지역 연고에서 뛰어난 야수로 주목받은 이들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 오는 8월에 열리는 2차 신인지명 회의에 나서게 됐다. 사실 1차 지명 후보로 지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방 5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이들은 누구일까. '야읽남/야보남' 6번째 시간의 '연장전' 편에서는 프로에 먼저 지명을 받은 나머지 5명의 '야구돌(야구+아이돌)'들에 대한 소개와 지명 당일까지의 뒷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한다.

지방 5개 구단 유망주들, '고졸 투수 어서 오세요!'

강원 및 충청, 영/호남과 제주권을 대상으로 1차 지명권을 행사한 지방 5개 팀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예 '고졸 투수'를 뽑는 데 주력했다. 먼저, 오랜만에 전국에서 가장 빼어난 팜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롯데는 전국 우완투수 랭킹 1위로 손꼽히는 속구 투수 윤성빈을 뽑았다. 창원과 경남권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지명권을 행사한 NC는 김해고 좌완 김태현을 뽑았고, 호남권역의 KIA는 효천고의 에이스 유승철을 선택했다. 좋은 고교 선수들이 많았던 대구/경북지역의 삼성은 경주고 투수 장지훈을 선택하면서 1차 지명을 마무리했고,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한화는 북일고 투수 김병현을 선택했다.

먼저, 부산고 투수 윤성빈은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2학년인 지난해부터 청소년 대표팀으로 선발되더니, 그 해 열린 청룡기 대회에서 140km 후반대의 볼을 자유자재로 던지며, 팀을 4강으로 이끈 바 있다. 연고 구단 롯데에서 큰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윤성빈에 관심을 갖는 구단은 롯데뿐만이 아니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메이저리그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하여 몇몇 구단이 윤성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 '몇몇 구단' 중에는 야탑고의 박효준을 거액에 데려갔던 뉴욕 양키스 같은 명문 구단도 있었다. 본인도 그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성빈은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아예 해외 쪽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모 일간지에서는 샌디에이고와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가 나간 후 필자는 윤성빈을 향하여 조심스럽게 사실 관계에 대해 질문하자, "저는 국내에 남아있을 겁니다. 적어도 기사가 나가게 되면, 저에게 사실 관계를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며 자신도 모르는 계약 이야기가 나온 것에 섭섭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그것마저도 저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죠."라며, 고교 3년생 답지 않은 대범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명 직후에는 "고교 생활은 이제 마무리되지만, 프로 가서는 다시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겠습니다. 먼저 프로에 간 (이)민호 형, (송)주은이 형보다 잘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며 부산고 속구 투수 선배들에 대한 마음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향후 롯데 마운드에 송주은-윤성빈 듀오가 합류하고, NC 마운드에서 이민호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부산고 동문 3인방의 모습을 함께 볼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 투수냐 포수냐를 두고 NC는 지명 대상자 발표일 이전까지 고민했다. 결국 NC가 김태현을 지명하면서 고교 포수 최대어(용마고 나종덕, 사진)는 2차 지명 시장에 나오게 됐다. 사진ⓒ김현희 기자

창원/경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NC는 사실 지명 막판까지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NC의 선택은 용마고 포수 나종덕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실제로 시즌 초반까지 유영준 스카우트 팀장을 비롯한 양후승 스카우트도 "포수 쪽으로 간다면, (나)종덕이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라며 그에 대한 관심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김해고 좌완 김태현의 성장세가 굉장히 빨랐다는 점이다. 이에 NC 스카우트 팀은 둘 사이를 놓고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고심 끝에 선발 자원으로 쓸 수 있는 좌완 속구 투수를 지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명 직후 유영준 팀장은 "(나)종덕이도 아까운 선수다. 정말 막판까지 고민 많이 했다."라며 운을 뗀 이후 "투수를 원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물론 (김)태군이 이후의 안방마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퓨쳐스리그만 해도 (박)광열이를 비롯한 젊고 가능성 있는 포수들이 여럿 있지 않은가. 그 점을 감안하여 (김)태현이를 뽑게 됐다."라며 기대감과 아쉬움이 담긴 뒷이야기를 펼치기도 했다.

호남 권역을 연고로 하는 KIA는 사실 큰 고민 없이 1차 지명권을 행사했다. '150km의 사나이'라 불리는 효천고 우완 유승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수화-김선규-차명진의 뒤를 잇는 효천고 에이스 계보가 유승철까지 이어진 셈이다. 지난해까지 평범한 선수였지만, 마운드에 선 이후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던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부산고 윤성빈, 충암고 고우석과 함께 '2016 우완 속구 투수 트리오'를 형성하고 있으며, 타격에도 능해 팀의 4번 타자로도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대구/경북지역을 연고로 하는 삼성 역시 '잠깐의 고민 끝에' 경주고 우완 속구 투수 장지훈을 선택했다. 지난해부터 경주고의 대들보로 큰 역할을 했던 장지훈은 3학년 진학 이후 더욱 농익은 모습을 보여주며, 일찌감치 1차 지명 대상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경북고 졸업 이후 경성대로 진학한 에이스, 김명신 역시 고려 대상이었으나, 고졸 선수 위주로 연고지 지명권을 행사한다는 기존 방침에 큰 변화는 없었다. 만약에 타자로 갔다면, 어떠한 후보군이 있었을까. '포스트 이승엽'을 노리는 경북고 거포 곽경문이나 '리틀 강민호'로 불리는 상원고 포수 박민호를 떠올릴 수 있다.

▲ 팀 동료 강진호(사진 우)와 함께 한 효천고 에이스 유승철. 150km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사진ⓒ김현희 기자

반면, 충청권역을 연고로 한 한화는 몇 번이나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지역 내 좋은 재원들을 다른 팀에 내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신생팀 창단이라는 변수가 있어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역 연고 유망주들을 양보해야 했지만, 그 덕에 최근 몇 년간 한화는 1차 지명에서 큰 재미를 못 봤다. 올해는 그러한 페널티가 없지만, 제한된 자원 속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다. 그 결과, 북일고 좌완 김병현을 선택하는 것으로 1차 지명을 마쳤다. 좌완 속구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미래 가치를 본 것이다. 물론 지역 연고지 내에 김병현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대전고의 투-타 만능꾼 전무권, 세광고 졸업 이후 국가대표급 포수로 성장한 홍익대 나원탁도 지명 대상 후보군이었다. 포수가 부족한 한화 내부 사정을 고려해 보거나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드러내 보인 유망주에게 관심을 둘 법했지만, 그들의 선택은 북일고 에이스였다.

이렇게 해서 1차 지명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유망주들은 오는 8월 열리는 2차 신인지명 회의에 지명 대상 후보자로 나서게 된다. 10개 구단 중 고교 3학년 투수를 뽑은 구단은 총 8개, 대학 4학년 투수를 뽑은 구단과 고교 내야수를 뽑은 구단은 각 1개였다. 각 구단이 투수 모시기에 중점을 둔 만큼, 2차 지명에서는 미처 지명을 받지 못했던 나머지 속구 투수 유망주들과 고교 3대 포수(용마고 나종덕, 상원고 박민호, 경남고 문상인), 대학 에이스들, 그리고 해외 유턴파 및 해외 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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