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편의 작품 오르는 이번 시즌, 외국인 연출 등 다양한 협업 기대돼

   
▲ '향연' 중 '가인전목단' 공연 중인 국립무용단원들

[문화뉴스] '국립극장'은 세계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 대답을 가늠해볼 수 있는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발표회'가 29일 오후 달오름 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시즌에는 신작 20편, 레퍼토리 11편, 상설 15편 등 총 46편의 작품이 오른다. 시즌 소개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된 발표회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실내악 '이어도 가는 길'을 공연하며 시작했다.

뒤이어 나온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이고 처음할땐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계속 할 수 있던 것은 여러분 덕분이었고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여러분께 먼저 설명하려 한다"며 이번 발표회의 첫 운을 뗐다.

여러분께 먼저 설명하려 한다고 밝힌 것은 이번 자리가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자리가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초청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기자석보다 앞자리에 관객들을 배치하며 '관객 중심'의 국립극장임을 명확히 했다.

뒤이어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될거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하진 않았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다. (5년전 첫 시작할 무렵엔) 뮤지컬 공연 대관 등으로 유지되고 있던 국립극장 무용론, 해체론 등이 대두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레퍼토리 시즌 시작해보고 우리가 손을 털거나 해야하지 않을까 했다. 지금까지 해오며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둬서 마음이 든든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묵향', '시간의 나이' 등이 국내외에서 좋은 평 받았고 좋은 작품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 알게됐다. 우리가 걷는 길이 크게 틀리지 않음을 느낀 한해였다. 우리 스스로가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의미로 자리를 만들었다"고 다시 한 번 레퍼토리시즌 발표회의 의의를 전했다.

뒤이어 차례대로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과 함께 기획공연과 마당놀이 등에 대한 영상과 소개가 이어졌다.

우선 정오의 음악회를 진행하는 송혜진 교수의 진행으로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성국 작곡가, 오경자 악장과 문형희 수석이 자리에 참석했다. 

   
▲ (좌측부터) 문형희 수석, 오경자 악장(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국 작곡가,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송혜진 교수

임재원 감독은 '2016 마스터피스' 프로그램에 대해 "국립관현악 역사가 칠십여년이다. 그때부터 계시던 김기수선생 비롯해 작고하신 선생님들의 곡을 제자들이 오마쥬하는 컨셉이다"라고 컨셉을 밝혔다.

김성국 작곡가는 '상주작곡가' 제도에 대해 "대단히 영예롭고 저 혼자는 아니다. 상주 작곡가들이 일년에 세가지 프로젝트 진행한다. 우선 관현악단과 워크샵을 3월에 했다. 또 '신진작곡가 발굴프로그램'은 10월경 발표 할 예정이며 저와 정일련 작곡가가 두 작품씩 연주회를 준비중이다"라고 밝히며 "저는 고구려를 테마로 하고 있다. 고분벽화에 나타난 문화예술철학등을 나타낼 것이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오경자 악장은 '정오의 음악회'가 가질 변화에 대해 "베스트셀러인 정오의 음악회가 십년이 됐다. 우리의 얼굴이 됐다. 좋은 연주자를 통해 관현악단의 단원들이 하나하나 가까이 만날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변화의 방향에 대해 밝혔다.

마지막으로 문형희 수석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목표에 대해 "우리의 최대 미션은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 이 시대 최고란 자부심 가지고 준비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 거문고 독주 '꿈 속에서'를 선보이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오경자 악장

오경자 악장의 거문고 독주 '꿈 속에서'가 이어진 뒤에는 국립무용단의 차례였다. 영상을 통해 '묵향', '회오리', '시간의 나이' 등 국립무용단이 우선 소개된 뒤 무용단원들이 무대에 올라 '향연' 중 '가인전목단'을 직접 선보였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지난 시즌 메가히트작 향연과 오경자 독주를 보셨다. 이런 분들과 매일 얼굴 맞대고 사니 제가 숨이 막힌다(웃음). 매일 올릴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건 행복하다. 미술관으로 치면 콜렉션이 있는거다. 콜렉션을 가진 뮤지엄과 전시마다 작품을 대여하는 갤러리의 차이. 이런 보물들을 집에 두고 있고 매일 조합을 바꿔가며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시즌 무용단이 대단한 시간을 보냈다. '향연'이 회차를 늘려가며 전회매진하고, '회오리' 등도 해외 공연에 초청받아서 세계에게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시즌은 더 알차게 준비중이다. 6개의 작품을 준비해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무용단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는지'란 질문에 "지난 시즌의 성공은 전혀 성공 예상 못했다. 같이할수 있게 되서 영광이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무용단이 아니라면 이렇게 현대적인 무용을 만들수 없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 (좌측부터)박혜지, 김미애(무용단원), 윤성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대행, 정구호 디자이너, 안호상 국립극장장

윤성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대행은 "지난 1년은 어땠는가"에 대해 "예술방향을 정해주실 예술감독이 공석이신지 일년이 좀 넘었는데 그럴수록 흔들리면 안된다는 선, 후배간 단합이 우리를 잘 이끌었던거 같다. 스케쥴이 너무 바빠서 다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 어제 돌아와서 아직 정리가 안된다. 시즌을 계속해서 매년 해오면서 그 전해에 이미 나온 작품들이 있었기에 감독이 공석이어도 잘 해왔던거 같다. 어느새 12년부터 다섯번째 시즌인데 반신반의했다. 처음에는 이런 스케줄 소화가 가능할까 했는데 워낙 정교하게 짜인걸 아니까 우리끼린 '더 늘려도 할수 있겠다' 한다"고 지난 시즌의 소감을 밝혔다.

무용단의 막내라는 박혜지 단원은 해외 공연의 소감을 묻자 "작년 11월에 칸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회오리'가 갔다. 그당시 파리 테러로 인해 우리도 무거운 마음으로 갔다. 개인적으로도 '관객이 없으면 어쩌나'했는데 많은 관객이 와주셨고 현지 기사를 봤는데 당일 현장구매로도 많이 보시고 2층도 오픈 계획이 없다가 예매가 많아져서 열었다는 기사를 봤다. 어떤 관객 인터뷰를 봤다. '테러의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한다'면서 '그래서 두렵지만 공연장에 왔고 '회오리'를 보며 위로받았다'라는 인터뷰를 봤다. 또 공연 후 커튼콜 때 기립박수를 보며 '우리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구나'란 느낌이라 뭉클했다. '회오리' 국내 초연때도 세월호 사건 이후라서 관객을 위로하는 느낌이었는데 특별한 작품인가 싶다"며 '회오리'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김미애 국립무용단원은 '무용 작품 6편 중 신작 1편에 나머지는 레퍼토리다. 언론 환경 등이 신작 위주 분위기지만 작품들이 너무 좋아서 올리게 됐다. 레퍼토리 위주로도 흥행을 자신하는지'란 질문을 듣고 "신작을 올리면 신선함이 있지만 공연 후 관객에게 더 어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 재정비를 통해 레퍼토리화하면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다가갈수 있고 같은 공연 자주하다 보면 매니아층이 생기지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 무용수도 같은 공연을 반복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서 새로운 작품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순간은 다시 오지않듯 무대 위 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걸 집중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할 때마다 새롭고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그래서 신작의 신선함도 좋지만 레퍼토리만의 재미, 새 무용수를 보는 재미를 통한 스타시스템도 가능할듯 하고 레퍼토리화가 기대된다"며 무용단의 지난 성과에 자신감을 표했다.

   
▲ '놀보 박타는 대목' 공연 중인 국립창극단원들

다음은 국립창극단의 소개 영상에 이어 토막창극으로 '흥보가' 중 '놀보 박타는 대목'을 선보였다. 김성녀 예술감독의 사회로 고선웅 연출과 임도완 연출이 무대에 올라왔다. 김성녀 예술감독은 "지금 본 것은 전통 형태의 창극이고 이제 고선웅 연출이 독특한 새로운 '흥부씨' 창극이 올라오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다. '배비장전'만 해도 11회중 8회가 매진이었다. 창극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레퍼토리 2개, 신작 4개를 준비했다"고 창극단에 대한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임도완 연출은 "그동안 예술감독 오신 뒤 서양의 많은 작품을 우리 정서에 맞게 고치셔서 저와 이야기할때도 '어린이극도 유명한 작품을 우리 정서로 바꾸자'고 했고 이번에 할 '미녀와 야수'에 기대가 많이 된다"고 밝혔다. 뒤이어 그는 "작품 고르며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어 처용가를 보면 가면이 우리나라 사람 얼굴이라 생각할수 없는데 어떻게 처용무를 만들었을까. 분명 외국얼굴이었을거다. 그런걸 모티브로 해서 조상들의 상상과 지혜를 빌었다. 어린이 창극의 새로운 길이 될것도 같다"고 '미녀와 야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 임도완 연출

고선웅 연출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창극 최초로 '차범석 희곡상' 탔다. 파리에도 많은 돈을 받고 작품을 수출했다. 자랑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처음 나가서 많이 당황했지만 많은 관심과 사랑주셨다. 그래서 더 쉽고, 재밌고,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방금 전 '흥보가'를 본 느낌을 묻자 "초기창극이라 하셨는데 너무 당황했고. 잘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박 타는게 제일 어렵다. '흥보씨'에 대한 개연성을 잘 만들어서 결국 선량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만드는게 중요한거 같다. 창극단과 레퍼토리시즌에 누가 되지 않게 잘해보겠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 고선웅 연출

한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오르페오전'의 이소영 연출은 영상을 통해 "창극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가 기존 창극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이들에게 사랑받게 하고 싶은 팬으로서의 욕심이다. 오페라 창극화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길이다. 제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겠다고 하고 있지만… 2015년 '적벽가'에선 창극이 판소리의 외연이 확장된 것으로 결정내리고 창이 잘 전달되게끔 하려 했고 2016년엔 동서양의 조화가 됐다. 제 역량으론 부족한 감이 있지만 '오르페오전'이라 이름지은 것은 오페라 고전인 이 작품이 우리 전통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면 돌이 된다는 모티브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망자와 산자, 죽음과 삶 등을 보게끔 해서 저도 많은것을 뒤돌아보고 있다. 동료들과 예술가들의 협조를 바라고 열심히 하고 있다. 창극은 끊임없이 창으로 이야기를 푼다. 오페라는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간다. 음악이 정서를 대변하는데 집중하는 것인데 그게 음악극으로 창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오르페오전'을 맡은 자신의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트로이의 여인들'을 연출할 옹켄센 연출 또한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은 이에 대해 "원래 영국의 톰 모리스 연출과 함께 만들려던 프로젝트 중에 '오르페오'를 오페라로도 만들고, 창극으로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있다. 그런데 영국측 요청으로 미뤄지면서 못하게 되나 했는데, 이소영 연출도 '오르페오'를 가져왔다. 악보가 남은 최초의 오페라인 '오르페오'를 보고 영국과 한국의 두 연출가가 창극과 어울린다 생각한거 같다. 재밌는 일이다"라고 뒷 이야기를 밝혔다.

   
▲ 손진책 연출(좌), 안호상 국립극장장(우)

그는 국립극장 기획공연 소개 영상에 뒤이어 "겨울철에 뮤지컬 장기 대관을 하지않으려고 어떤걸 해야 하나 했는데 마당놀이다. 그래서 해오름 극장이 넓어서 무대 위에 객석 놓고 하게 됐다"며 손진책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손진책 연출은 이번 신작을 묻자 "마당놀이를 저번부터 새로 하며 다 '온다 시리즈'('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였는데 이번엔 '놀부가 온다'다. 마당놀이를 해보지 않겠냐해서 어떡하나 했는데 한 번 하려하면 할 맘이 없었고 아예 레퍼토리화 하면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또 ''놀부가 온다'와 고선웅 연출의 '흥보씨'가 묘하게 대결구도가 된 것 같다'는 말엔 "힘으로 하면 내가 진다(웃음). 놀부가 심술 부리는 것이 대명사라면 놀부가 요즘 세상엔 어디에 심술을 부릴까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놀부의 심술이 관객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면 좋겠다. 반면 흥부는 착함의 대명사지만 무책임하고 게을러서 가난을 스스로 불러온 느낌으로 해석해보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돈 없는 자와 돈 있는 자 이야기는 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마당놀이적으로 잘 접근해보고 싶다"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마당놀이를 만드는 의미에 대해 묻자 "마당은 실제로 땅을 딛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 여기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골동품 애호가, 국수주의자적인 마당놀이가 아니라 오늘 살아있는 오늘의 연극이란 쪽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며 대답을 마쳤다.

발표회 마지막으로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성녀 예술감독은 '트로이의 여인들을 계속 하고싶다 하셨는데 왜 싱가폴 연출과 하게 됐는지' 묻자 "옹켕센 연출이 창극을 하고 싶다 해서 만났다. '심청' 등 여러가지를 이야기 했는데 같이 제작해서 싱가폴예술축제에 가려면 모두가 아는 소재로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했다. 원래는 작년에 하려했는데 시기가 안 맞아서 올해 제작해서 내년 8월 싱가폴에 간다. 트로이 이야기로 만들면 창극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창극이 그리스 비극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아직 만들지 않은 작품 중 변형시키고 싶은 작품이나 레퍼토리화하고 싶은게 있냐'는 질문에 "국립무용단 만나며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가치나 틀이 참 많은데 활용을 못하지 않나 싶었고 아주 전통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보이냐에 따라 가장 현대적일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장 서양적인 요소와 한국적 요소가 만나는 단계까지 여러가지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다. 다섯 가지정도 생각 중이고 가장 전통적인게 가장 현대적이고 가장 컨템포러리적인게 가장 전통적인것과 잘 조화될수 있다 생각한다. 레퍼토리도 중요한데 우리 전통 요소 가치를 해외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답변하며 짧은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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