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개그맨 이경규와 배우 한철우의 관계가 인상 깊다. 자신에게 독설하는 사람을 좋아하다니. 

지난 29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나란히 출연한 개그맨 이경규와 배우 한철우가 남다른 관계를 과시했다.

이날 영화배우 최민식의 소개로 배우 한철우를 알게 됐다고 소개한 이경규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찍을 때 한철우가 최민식의 사투리 연습을 도와줬다"라고 그와의 첫 만남에 대해 언급했다.

이경규는 한철우에 대해 "오늘 한 번이라도 웃기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이경규의 으름장과는 달리 이날 한철우는 남다름 예능감을 뽐내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 잡았다.

한철우는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의 심부름을 하는 역과 '국제시장' 황정민 쌀가마니 들 때 감독관 역을 맡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만큼 그는 대표작이 없는 무명배우이기 짝이 없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조폭 7을 맡았다는 한철우의 말에 이경규는 "나머지 조폭 1,2,3,4,5,6은 모두 떴다. 김성균, 조진웅, 곽도원 등 다 떴는데 비련의 주인공이다"라고 한철우에게 독설했다.

   
▲ 한철우 이경규 ⓒ MBC

그러나 실제로 한철우와 이경규는 깊은 친분이 있었다.

협심증으로 쓰러진 이경규가 병원에 실려 갔을 때 한철우가 이경규의 보호자를 자처했다는 것. 특히 그는 환자와의 관계에 뭐라고 기재 해야 할지 몰라 '동네 형님'이라고 적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선사했다.

그 때문일까. 이경규는 한철우를 자신의 영화 '전국노래자랑'에 출연시켰다. 비록 영화는 예상보다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이경규는 한철우라는 후배이자 사람을 얻었다.

이날 방송에서 한철우는 이경규와의 만남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풀어놨다. 전복 버터구이를 먹으면서 분노한 이경규의 이야기. 한철우는 당시 이경규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표정과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다.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한철우의 연기에 이경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한철우가 이경규에게 독설을 듣고서도 그를 따르는 이유는 뭘까?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한철우와 이경규. 개그맨과 배우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경규는 언제나 그렇듯 한철우를 향한 독설과 디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경규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한철우는 놀라운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냈다.

한철우가 이경규를 따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경규. 그는 분노와 호통의 아이콘으로 후배들에게 냉정하고 날 서린 비판을 아끼지 않지만, 후배들은 그의 비판을 지지대 삼아 성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개그맨 이경규가 잊혀 가는 많은 개그맨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일 지도 모른다
 
문화뉴스 임수연 기자 jy1219@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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