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회사의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종류의 회의에 참석한다. 임원회의, 이사회의, 부서장회의, 기획회의, 마케팅회의 등 수많은 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중요한 일들을 결정한다. 회의가 너무 많다는 건 십수 년 전부터 대부분의 직장인이 공감하고 있다. 실무자들은 회의가 너무 많아서 정작 해야 하는 일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결국, 회의가 너무 많아서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직장인들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의를 없애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회의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우리는 회의실에서 지켜야 할 많은 규칙을 만들고 실천을 강요한다. 회의실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은 대부분 이렇다.

   
 

회의 자료는 회의하기 1일 전에 공유한다.
회의는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종료한다.
회의 참가자 모두가 발언한다.
결론이 도출되는 회의를 한다.
회의 결과는 참석자 외 조직 구성원 전원과 공유하고 반드시 실천한다.

이 규칙 중에서 지킬 수 있는 규칙은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종료하는 것뿐이다.

외근이 많은 실무자는 이것도 지키기 어렵다. 회의 자료를 사전에 공유할 수 없는 이유는 무슨 회의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회의실에 모이기 때문이다. '회의 합시다'라는 말로 회의를 소집한다. 회의에서 논할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회의실에 구성원들이 모인다. 이렇게 모여서 하는 회의는 참가자 전원이 발언하지 않아도 무사히 끝난다. 왜냐하면, 회의 내용이 대부분 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론이 도출되는 회의를 한다는 규칙은 지키려고 해도 지킬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회의 결과는 각자 다이어리나 스마트폰, 노트북에 메모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 회의가 이렇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규칙을 지킨다고 해서 답을 내는 회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면 회의에 참석하는 임직원들의 마음가짐과 회의문화를 바꿔야 한다. 문화는 규칙이나 스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회의문화는 생각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회의실에서는 말 한 마디에 따라 공동체가 되기도 하고 지배-피지배 관계가 되기도 한다. 직급이 비슷한 직원들끼리 회의할 때는 이런 저런 얘기가 오고 간다. 얘기가 오고 간다는 것은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고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직급이 높은 상사(감시자)가 회의에 참석하면 자유롭게 나누던 이런저런 이야기는 싹 사라진다. 지배-피지배의 관계만 남고 문화는 사라진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회의실에서 상사들이 부하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경험이 많은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 여부를 그 자리에서 판단한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던 직원들도 상사에게 "그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몇 번 들으면 회의실에 입을 닫는다. 더 한심한 것은 상사들이 좋아할 만한 의견만 제시하는 직원이다.

회의를 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지 아이디어나 의견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고 하면서 회의는 십수 년 전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명백한 아이러니다. 상사들보다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단점이 많다. 아이디어에 단점이 있다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안돼"보다 "내가 했을 땐 이렇게 해서 결과가 좋지 못했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조금 생각을 바꿔서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해야 최고의, 최상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회의 참석자의 열정은 자존감에서 나온다. 내가 제시한 의견이 반영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성취감을 느낀다. 보상 시스템까지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다면 성취감 더 높아지고 다른 구성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상사의 말 한마디가 그 회사의 회의문화를 만든다. 회의는 아이디어를 평가하거나 검증하는 시간이 아니라 최상의,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실현 가능한 방법, 성공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하는 자리다.

애플의 최고 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의 애칭은 'Top Listener'였다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최고 경청자'다. 최고 경영자뿐만 아니라 회의실에서 상사들은 모두 최고 경청자가 되어야 한다.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상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성공의 밑거름으로 만든다면 답을 내는 회의문화로 바뀔 것이다.

[글] 한국HRD 교육센터 정경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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