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 ⓒ스토리피

[문화뉴스] 관객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올슉업'은 전 세계에 로큰롤 충격을 안겨줬던 슈퍼스타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으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로 주인공인 엘비스가 아직 데뷔하기 전 어떤 마을에서 악상을 얻었다는 발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인 엘비스 역에는 가수 휘성, 인피니트 성규, 뮤지컬 배우 최우혁이 출연하고 상대역인 나탈리 역으로 가수 박정아, 뮤지컬 배우 안시하와 가수면서 뮤지컬 이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제이민이 출연한다.

이외에도 나탈리의 아버지 짐 역에 정찬우와 장대웅, 실비아 역에 서지영, 류수화, 데니스 역의 김재만, 안세하, 산드라 역에 송주희, 정가희, 딘 하이드 역에 선한국, 김태윤, 로레인 역에 조윤영, 이하경, 마틸다 역에 임은영, 정영아, 얼 역에 김선, 앙상블에 조상현, 조연화, 김현우, 김보배, 김경훈, 전지원, 이재덕, 김준희, 최원섭, 이진우가 출연한다. 모두 연기와 노래에 각자의 색깔을 지녀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나 앙상블들은 특수 분장으로 깨알 같은 웃음을 주기도 하고, 행복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주인공들만 구원받는 것이 아닌 한 마을이 사랑으로 물들어가는 지점을 확실하게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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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슉업'은 어떤 웅장하고 멋진 스토리를 기대한 사람들에겐 배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이야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정숙법령'이란 말도 안 되는 법 때문에 조용히 살던 마을 사람들의 가슴에 엘비스가 불을 지르고, 이윽고 마을 전체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시시해 보이거나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작품에선 아주 빠르게 이 이야기를 작품 초반에 바로 세팅해서 보여주기에 거부감 없이 녹아들어 간다. 웃음과 유쾌함으로 가득 차 있는 톤앤매너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뮤지컬 '올슉업'은 쥬크박스 뮤지컬이지만 다른 뮤지컬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가져간다.

작품 속 등장하는 연인들은 때론 유쾌하고, 때론 엉뚱하게 사랑을 이야기해나가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사랑이 퍼져가는' 이 마을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란 것이다. 또 엘비스에게 구애하던 나탈리가 충격받은 후 아버지 짐의 사랑으로 다시금 일어나거나, 마을에 사랑의 불씨를 제공한 로레인과 딘의 사랑이 결국 실비아와 마틸다에게도 인정받으며 더 큰 사랑으로 번져가는 모습은 단순한 로맨틱코미디를 넘어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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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빠르게 압축된 스토리 전개로 인해서 대부분 캐릭터는 기능적인 연결을 수행하는 면이 강하지만, 유쾌한 톤앤매너를 지닌 작품 자체의 분위기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충분한 개연성을 획득하는 것도 이 작품의 장점이다. 앞서 말했듯 자연스레 사랑을 더 해주는 앙상블들과 함께 웃고 울고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에 깊이를 더해준다.

예를 들면 마틸다 시장을 사랑하는 보안관 '얼'은 작품이 이어지는 100여 분간 대사 한 마디 없다가 마지막에 속사포처럼 20년 된 사랑을 쏟아낸다.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춤 동작 하나도 같이 맞출 정도로 그녀를 따르는 보안관의 멋진 고백은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난 이제부터 당신에게 키스할 거야! 그것도 아주 세게!"
"법을 어겼으니 날 체포해도 좋아. 하지만 지금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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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의 필연성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엔딩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어디에나 있고, 참으로 위대한 법이다. 하물며 마을 전체가 사랑에 빠지는 그 날 밤, 우연의 기적이 생겨났다고 믿고 싶어질 정도로 이 작품은 관객에게 여유와 미소를 선물한다.

또 여러 차례 강조한 기능적이란 이야기는 반대로 대본의 퀄리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본에서 웃기고 싶은 장면에서 관객이 틀림없이 웃는 작품인 '올슉업'은 쥬크박스 뮤지컬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토리적으로도 관객을 휘어잡는다. 앞으로도 여러 배우들이 만들어갈 미래의 '올슉업'이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것은 작품 시작에는 무심하게 작품을 보던 뒷좌석의 중년 관객이 중간에 점점 박수를 함께 치다 1막 마지막의 'Can't help falling in love'가 나올 때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었다. (관람에 방해가 될 만큼은 아니었다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이외에도 여러 연령대의 관객들이 함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각함은 잠시 벗어던지고 폭넓은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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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스토리만 칭찬할 것이 아니지만 작품의 음악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들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그의 곡을 모른다고 생각할 당신도 분명 노래를 듣다 보면 한 곡 정도는 익숙한 멜로디가 떠오를 것이다. 굳이 아쉬운 점은 억지로 꼽자면 '올슉업'의 '올슉업'이 스토리와 붙어있지 않고 2막 시작 때 무덤덤하게 나온다는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불운한 면이라면 그저 지금이 '로큰롤 시대'가 아니라는 점뿐이다. 물론 엘비스의 매력에 푹 빠지고 나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란 이름의 '로큰롤 소울'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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