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문화뉴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독일의 난민 수용과 이민자 문제가 거론된다. 또한, 미국의 트럼프와 영국의 브렉시트가 자국 보호주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며 제2의 제국주의를 언급하기도 한다. 인류에 큰 상처를 낸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역사를 근대와 현대로 구분 짓는 기준점이 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보아야 한다.
 
과거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그들의 제국주의적 욕망을 충족시켜준 노예와 하층 외국인 노동자가 오늘날 짐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민자와 난민 수용 문제가 심화하고, 자국민이 피해를 받자 유럽 연합을 나가는 것이 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기를.
 
반면 독일의 경우, 세계 대전 시기에 저지른 끔찍한 홀로코스트의 살육을 "기억"한다. 그래서 자국만을 위한 길보다는 같이 사는 길을 택함으로써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수많은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오늘날 유럽은 과거에 화려한 부의 이면에 있었던 제국주의적 탐욕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닐까.
 
   
▲ 왼쪽부터 나치즘에 대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사울의 아들.
 
아시아에서도 제국주의로 권력을 얻은 나라가 있다. 섬나라 일본. 우리는 안타깝게도 그들이 떠나고 잠시 우리 역사를 잊으려 했다. 미군정이 곧바로 시작되면서 친일파가 그대로 권력을 이어받고, 역사 청산보다는 북한과의 이념 투쟁, 자본주의가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경제 성장만이 강조되었다. 
 
같은 시기 일본이 식민 지배했던 대만의 경우도 유사하다. 광복 이후, 곧바로 본토 사람들한테 정권을 넘겨주었고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이 국민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중국 본토와의 이념 투쟁, 자본주의의 강점을 보여주기 위해 경제 성장에만 주력했다. 
 
그래서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밀린 과제로 남았다.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한테 적절한 배상을 하는 순리로 세상이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 우리 사회는 순리를 바라기에 수많은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게 아닐까.
 
위안부는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의 상징적인 문제다. 현재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41명 생존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문제가 외교적으로는 타협이 이뤄졌지만, 살아계시는 할머니들의 분을 풀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할머니들이 아직도 수요일마다 나오시니 말이다.
 
홀로코스트 문제도 피해자들에게 완벽한 보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활발하게 기억되었다. 2016년 상반기, 위안부 문제가 활발하게 기억되고 있었다. 
 
   
▲ 컴포트 우먼 공연 당시 뉴욕의 극장 앞에서 김현준 연출. ⓒ김현준
 
뮤지컬 김현준 연출의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  
 
미국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있던 25살 청년 김현준 연출은 정치가 해주지 못한 것을 예술로서 승화하고자 할머니들과 당시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뮤지컬을 기획했다. 뮤지컬 '컴포트우먼'은 사실 지난해 7월부터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세인트 클레멘트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총 18회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올해 말 국내에서도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1941년 일본군에게 잡혀간 오빠를 둔 소녀는 오빠를 되찾기 위해 높은 임금을 주는 직장에 취업시켜주겠다는 일본군의 말에 속아 도쿄로 간다. 그러나 그는 인도네시아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또 다른 위안부들과 탈출을 계획한다.
 
김현준 연출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위안부에 관련된 한국 책과 미국 책을 대부분 읽어봤다고 전했다. 미국도서관에는 필리핀 피해자, 네덜란드 피해자 등등 세계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책도 있었는데, 이는 개인과 자국의 부를 위한 욕망과 성적 욕망이 결합했던 인류 전체의 부조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컴포트 우먼'은 브로드웨이 월드 닷컴 어워즈에서 오프-브로드웨이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오르면서, 내용 자체가 현재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에게 의미 있는 것임을 시사한다. 
 
   
▲ 영화 귀향 포스터 ⓒ와우픽처스
 
영화, 조정래 감독, '귀향(鬼鄕)'
 
1943년, 천진난만한 열네 살 소녀 '정민'(강하나)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다. '정민'은 함께 끌려온 '영희'(서미지),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제2차 세계대전, 차디찬 전장 한가운데 버려진 '정민'과 어린 소녀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일본군만 가득한 끔찍한 고통과 아픔의 현장이었다.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2002년부터 봉사하고, 14년 만에 어렵사리 영화를 완성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가 무증거라는 주장에 대해서 문화적 증거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제작의 뜻을 밝혔다. 또한, 그는 "영화 '귀향'은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 명의 억울한 영령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다."라며 진심을 담아냈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국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자금을 모았다. 또한, 사실상 비주류 영역에 있는 이 영화가 3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2016 미쟝센 단편 영화제 포스터
 
38m 단편 영화, 백유경 감독, '0814 멈춰진 시간', 2016 미쟝센 단편 영화제
 
미쟝센 단편 영화제의 영화 소개문에 이렇게 적혀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그러나 아직 광복을 맞이하지 못한 47명(2015년 11월 기준)이 존재한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기억해달라고, 잊지 말아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일본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기 위해 온 국민이 목소리를 높인다."
 
감독은 미쟝센 단편 영화제 GV에서 "영화를 제작할 때만 해도 생존해 계시는 할머니가 47분이셨는데, 현재(6월 24일 기준)는 41분이세요. 더 늦기 전에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38분의 단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주제별로 구분지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현황을 기록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인 접근, 국제법, 인권, 피해자 할머니들, 작가, 이에 관심있는 일본 학생 등 이와 관련한 수많은 사람들을 영상에 담아내며, 문제에 진지하게 다각도로 접근한다. 또한, 힙합을 주요 음악으로 활용했는데 힙합이 하고자 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아픈 과거를 기억하라는 것. 그리고 그들을 잊지 말라는 것. 하반기에 더 활발하게 기억되길 바라면서, 상반기를 다시 기억해본다. 그럼 이제 밀린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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