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1호 홈런 최석호, 수비 요정 전다남, 멀티 히트 이정호, 주목받는 외야수 권순덕 '주목'

▲ 제71회 청룡기 선수권대회에서 1호 홈런을 친 상원고 주장 최석호. 일찌감치 큰 경기에 강하고, 장타력이 있는 선수로 인정받은 바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지난 4일부터 목동야구장에서는 '제71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겸 2016 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이하 청룡기)'이 시작됐다. 각 학교별로 재능 있는 전국의 '야구돌(야구+아이돌)'들이 청룡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막 경기에서는 지난해 우승팀 상원고가 부산의 복병 개성고에 8-2로 완승하며, 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였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개성고가 한 수 위라 할 수 있었지만, 상원고 선수들은 청룡기 대회만 다가오면 유독 힘을 내는, 일종의 '징크스'를 지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원고를 이끄는 박영진 감독은 1977년 대회에서 선수로 청룡기 우승을 차지한 이후, 감독으로서 2011년과 2015년에 동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었다.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대회에서 또 다시 우승을 노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 좋은 징크스를 안고 있는 상원고의 야구돌들은 다음 경기를 기약하며, 경기 직후 고향인 대구로 내려갔다.

재미있는 것은 첫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인 '야구돌'들의 성적이다. 대부분 전반기에 부진에 빠지거나 이렇다 할 활약이 없던 선수들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던 본선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결승 3점 홈런의 주인공, 주장 최석호를 비롯하여 '멀티 히트'로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간 '수비 요정' 전다남, 역시 멀티 히트로 공격의 흐름을 이끈 톱타자 이정호, 우익수로 활약하며, 중요한 순간마다 진루타를 기록한 권순덕 등이 그 주인공이다. 상원고의 내/외야를 이끄는 'F4'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약하다고? 'F4를 얕보지 말라!'

사실 상원고의 'F4'는 시즌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이들의 기량에 의심을 가져서가 아니라, 지난해 선배들이 구축해 놓은 전력이 너무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전상현(KIA), 이동훈(한화), 황경태(두산), 이석훈(롯데), 류효승(성균관대) 등을 앞세워 황금사자기 준우승,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 상원고 전력은 '프로 3군'이라는 평가를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주말리그를 통하여 점차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보인 'F4'들은 디펜딩 챔프라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청룡기 첫 승을 신고했다.

먼저, 청룡기 대회 1호 홈런을 기록한 주장 최석호는 단연 'F4'의 선두 주자다. 지난해, 청룡기 결승전에서 역전을 알리는 결승타를 기록하며 수훈상을 받은 바 있다. 그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하고, 장타력이 있어 홈런 생산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다만, 3학년 진학 이후 잔 부상에 이어 부진에도 빠지며, 한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에 상원고 박영진 감독도 그의 타순을 4번에서 6, 7번으로 조정하는 등 타격감을 찾기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이는 '큰 경기'를 위한 워밍업에 불과했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석호는 상대 에이스 도윤의 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 넘기는 쐐기 3점포를 작렬했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버리는 한 방이기도 했다. 경기 직후 많은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던 최석호는 "외야 플라이라도 치자는 생각으로 들어섰는데, 그게 넘어갔다."라며 자신도 믿기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한편, 다음 경기에서도 주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타격 실력이나 자세가 동문 선배이기도 한 류효용(SK)을 닮아서 '제2의 류효용'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야구돌 중 하나다.

상원고에서 3루수를 맡고 있는 전다남은 전반기 어려운 시간을 경험해야 했다. 수비 에러도 적지 않았고, 타석에서도 좀처럼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금사자기 대회를 시작으로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이더니, 후반기에서는 공-수-주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도 '수비요정'. 수비가 안정화되면서 방망이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개성고와의 1회전에서는 2-2 상황서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의 3-2 리드를 안기기도 했다. 집중력이 강하여 찬스 상황에서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이동훈에 이어 상원고 중견수 자리를 차지한 이정호는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박영진 감독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그만큼 박 감독이 이정호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정호 역시 누구나 그러했듯 시즌 초반에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황금사자기 대회를 시작으로 점차 수비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 청룡기 1회전에서는 아예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1번 타자 역할을 100% 수행했다. 한때 투수로도 마운드에 오를 만큼, 어깨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해 청룡기에서 신들린 타격감을 과시했던 외야수 권순덕은 사실 올해 그 좋았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3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지난해에 비해 너무 아쉬움이 남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영진 감독은 "언젠가 터질 녀석이다."라며 꾸준히 그를 기용했다. 이에 권순덕은 감독의 믿음에 실력으로 보답했다. 공-수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팀이 필요한 순간에 진루타를 기록하는 등 보이지 않는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경험이 있는 만큼, 올 시즌 슬럼프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제71회 청룡기 쟁탈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1일차 경기 결과

제1경기 : 대구 상원고등학교 8-2 부산 개성고등학교
제2경기 : 서울 장충고등학교 7-0 경기 장안고등학교(7회 콜드)
제3경기 : 경기 부천고등학교 vs 경기 충훈고등학교(우천 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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