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전시 열려

   
▲ 건축물 '템플(Temp'L)'의 모습.

[문화뉴스] "환경적 이슈를 포함해 우리가 무시한 조각을 재구성했다."

 
경복궁 옆 돌담길을 따라가 올라가면, 선박이 한 척 뒤집혀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웅장한 크기와 독창적인 형태의 조형물인 파빌리온 건축물 '템플(Temp'L)'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함께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을 6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술관 마당과 제8전시실에서 연다. 5일 오전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엔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을 비롯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당선작 '템플'을 만든 신형철 작가, 박근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션 앤더슨 MoMA 큐레이터 등이 참석했다.
 
션 앤더슨 큐레이터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하 YAP, Young Architects Program)'은 1998년 MoMA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장된 신진 건축가 육성프로그램"이라고 입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oMA와 공동주최해 2014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MoMA, 로마국립21세기미술관(MAXXI), 이스탄불현대미술관, 칠레 컨스트럭토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전시를 개최 중이다. 션 앤더슨 큐레이터는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여러 국제기관이 파트너로 속속들이 참여 중"이라고 소개했다.
 
   
▲ 건축물 '템플(Temp'L)'의 후면.
 
YAP에 대해 션 앤더슨 큐레이터는 "특정 질문, 순간, 반응을 포착한 방식뿐 아니라, 잠시뿐이라도 컨템포러리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형태에 주목하기보단, 현재의 스토리에 더 주목한 것이다. 올해 당선작인 '템플'은 건축에서 '재고한다'는 측면을 환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더니즘 매체를 통해 건축이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에 심사위원으로 심사에 참여했을 때, 최종 후보 작품들을 보며 기뻤다. '템플'은 모더니즘의 경계를 시험하는 아티스트와 건축가의 분석으로 시작됐다. 분석을 통해 환경적 이슈를 포함해 우리가 무시한 조각을 재구성했다"고 션 앤더슨 큐레이터는 덧붙였다.
 
올해 YAP 당선작인 '템플(Temp'L)'은 신형철 건축가가 '템포러리(Temporary, 임시)'와 '템플(Temple, 신전)'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다. 뜨거운 여름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명상 공간이자 휴식을 제공하는 파빌리온 형태의 건축물이다.
 
   
▲ 신형철 건축가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창작 방식인 '레디메이드(Ready-Made(기성품), 일상의 사물을 변형하고 사물의 본래 용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 미술의 창작방식)'와 동시대 미술의 화두인 '재활용' 개념이 접목된 건축물이다.
 
그래서 '템플'은 뒤집힌 배로 선택됐다. 기능과 수명이 다하여 폐기된 선박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하여 형태를 변용하고, 사물 본래의 기능을 친환경적인 건축 설계를 통해 생태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신형철 작가는 예술적이면서 건축적 가치를 내포한 '선박'에 주목했다.
 
신형철 작가는 "르 꼬르뷔지에의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 소개된 파리의 건축물과 그 뒤에 등장하는 대형 여객선 그림자의 규모감 그리고 베네치아의 작은 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큰 배의 모습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형철 작가는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대표적 부산물인 선박에 건축적 개념을 접목해 '템플'을 완성했다.
 
   
▲ 마르셸 뒤샹의 남성용 소변기 '샘'(가장 왼쪽 사진) 등 '템플'의 제작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그는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정신에서 출발한 현대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전시장에 있는 마르셸 뒤샹의 남성용 소변기 '샘'을 언급했다. 신 작가는 "중국에서 폐선 과정을 직접 봤고, 운반 비용까지 살펴봤다. 폐선박을 찾기 위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수소문했다. 그리고 목포항에서 이 '그린 505호'를 찾게 됐다. '그린 505호'는 35년 전에 모래 운반선으로 만들어졌고, 컨테이너를 싣고 나르는 화물선으로 이용됐다"고 밝혔다.
 
신형철 작가는 대형 선박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오염물질이 바다에 배출되어 극심한 환경문제를 낳는 현실을 환기하고자 했다. 이번 작품에 활용된 폐선박은 체계적인 해체 작업으로 환경오염 발생을 줄이고 해체된 선박으로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분리해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환경의 중요성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한편, '템플'이 세월호 사건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지적이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건축적 가치와 미술적 가치에 집중했다. 세월호 사건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의식한 것이 아니다. 폐선박 해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암시한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 '템플'의 내부 모습.
 
심사위원들은 "'템플'이 건축과 현대미술의 경계를 확장했다"는 평을 전했다. 특히 "재활용 개념을 작품의 중심개념으로 설정한 작품의 제작 의도와 현대미술의 창작방식인 레디메이드를 파빌리온 건축 설계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재활용 개념을 사용한 것이 흥미롭고 가장 돋보이는 작품 수준을 보여 준다"부터 "산업혁명과 인간과 생태문제라는 가장 전 지구적이고 흥미로운 이슈를 다뤘다"라고 '템플'에 대해 평했다.
 
션 앤더슨 큐레이터는 "이러한 요소들은 오늘날 예술가나 건축가가 질문을 던질 때,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요소다. 건축가가 이러한 요소를 넘어, 훨씬 더 넓게 확장하는 다양한 오브제와 경험을 해서, 건축이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발견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발걸음과 동시에 신기술의 도래를 통해, 보고, 듣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방식을 포착하는 역사적 궤적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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