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사람 대 사람이라는 상황에서, 사랑의 아픔과 고귀함을 느끼려 노력했다."

 
지난해 외로움, 공허함, 질투, 사랑 등의 감정부터, 동성애, 마약, 청소년 임신 등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킨 '베어 더 뮤지컬'이 돌아왔다.
 
200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된 후, 미국, 영국, 필리핀, 호주, 벨기에, 캐나다, 페루에 이어 한국에 온 '베어 더 뮤지컬'은 제6회 RTCC 어워즈, 제23회 LA 위클리 어워즈, 2001 오베이션 어워즈, 2001 LADCC 어워즈 등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계 '성 세실리아 학교'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숨기기만 한 것들을 수면 위로 꺼내 고민을 강렬한 비트의 록 음악과 대담하면서 시적인 가사로 담았다. 지난달 28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9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한 장면.
 
지난해 초연에 참여했고, '인 더 하이츠'부터 '지구를 지켜라'까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정원영, '헤드윅', '쓰릴미' 등에 출연하며 팬층을 확보 중인 손승원, 이번 오디션을 통해 본격적인 주연 연기에 나선 신예 박강현이 킹카 '제이슨'과 비밀리에 교제 중이지만, 커밍아웃을 원하는 소신 있는 성격의 '피터'를 연기한다.
 
이어 '공동경비구역 JSA', '그날들'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 중인 김승대와 '머더 발라드', '풍월주'를 통해 연기 변신을 선보인 성두섭, '인 더 하이츠', '넥스트 투 노멀'과 최근 막을 내린 '뉴시즈'에서 활약한 서경수가 성 세실리아 기숙학교에서 잘나가는 킹카 '제이슨'을 맡았다. 성두섭과 서경수는 지난 초연에도 작품에 출연했다.
 
여기에 '그리스', '유린타운', '쓰루더도어' 등에 출연한 최서연, 초연 당시 아름다운 음색과 매력적 캐릭터 표현을 선보인 민경아가 예쁜 외모로 인기와 질투를 동시에 받는 여학생 '아이비' 역에, '올모스트 메인', '마이 버킷 리스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주민진이 성적과 사랑 모두를 '제이슨'에게 밀려 지내는 남학생 '맷'을 맡았다. 또한, 지우림이 '제이슨'의 쌍둥이 남매 '나디아'를 맡았다.
 
5일 오후 '베어 더 뮤지컬'의 프레스콜이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초연부터 함께한 이재준 연출을 비롯해 정원영, 손승원, 박강현, 김승대, 성두섭, 서경수, 최서연, 민경아, 주민진, 지우림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이재준 연출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가장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부분은 무엇인가?
ㄴ 이재준 : 이번에 재연하면서, 초연과 같이하려고 노력했다. 새로 오신 배우분들이 인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크게 작품을 바꿀 수 없는 여건 속에서, 캐릭터들의 설득력이 있기 위해, 몇 부분의 장면을 추가했다. '제이슨'과 '피터'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연습하는 장면, '피터'와 '제이슨'의 갈등과 선택 등이 좀 더 보강됐다. '신부'와 '샨텔 수녀'의 캐릭터 씬을 추가했다. 무대 뒷부분에 라이브 밴드가 잘 안 보이는 것을 보강했고, 동선 구조를 변화한 것도 있다.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 성격과 '피터'는 어떤 차이가 있나?
ㄴ 정원영 :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씀에 감사드린다. '피터'와 나는 닮은 부분이 많다. 어떤 상황에서 길은 있다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려는 모습이 있다. 나는 겉과 속 모두 강한 편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피터'가 인생에 대해 고민한 것을 비교하면, 나는 '피터'보다 덜 성숙한 것 같다. 내 안에서 강하게 '내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고, 후회 없이 살려는 것이 닮은 것 같다.
 
   
▲ (왼쪽부터) 박강현, 손승원, 정원영이 '피터'를 연기한다.
 
'피터'와 '제이슨'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ㄴ 박강현 : 직접 내가 그 사람의 감정을 정확히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브로크백 마운틴' 등 영화를 보게 됐다. 사랑에서 오는 아픔은 결국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성애인 사람과 이성애인 사람이 사랑을 두고 그 아픔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하고 있다.
 
손승원 : (박)강현 형 말처럼 우리가 경험할 수 없어서 처음에 힘들었다. 본질에서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같이 연기하는 '제이슨' 형들이 감정을 진실성 있게 주시니 진실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같이 뽀뽀할 때 어색하고 민망하고 했지만, 이젠 적응되어서 아무렇지 않아 문제인 것 같다. (웃음) 재밌게 연습했고, 공연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더 열심히 사랑하겠다.
 
정원영 : 초연 이후 다시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다. '샨텔 수녀'님 말 중에 답을 아는 인생은 없다는 것이 있는데, 작품의 소재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크리스천인데,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라는 말이 있다. 작품에서 동성애를 죄로 묻게 되고, 악몽도 꾼다. 교리에 맞춰서 사려는 인간의 모습 중에 "왜 하필 나야"라는 마음을 갖는 것처럼, 누구나 겪는 고민과 아픔에 대해 좀 더 다가갔다. 사람 대 사람이라는 감정에서, 사랑의 아픔과 고귀함을 느끼려 노력했다.
 
   
▲ (왼쪽부터) 김승대, 성두섭, 서경수가 '제이슨'을 연기한다.
 
김승대 : 앞에서 세 명의 '피터'가 말한 것이 다 같이 공유된 부분이다. 이 프로덕션이 좋은 게, 초연 멤버가 많다. 초연 만들면서 고민한 것을 공유한 시간이 많았다. 연출님이 많이 들어주셨고, 새로운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해주셔서 재밌었다. 나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이성애자라 접근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 성소수자 분들이 다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상상한 그림이 아니었다. 남자 두 분이 육두문자와 물건을 던져가면서 격하게 사랑싸움을 하는 것을 봤다. 이분들의 사랑도 아프구나를 표현하려 했다. 사랑이라는 전제가 기본 베이스로 깔렸다.
 
처절하도록 아름답고 미완성된 사랑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제이슨' 역할에 매력이 있었다. (정)원영 배우가 '피터'와 닮아있다고 했는데, 나는 '제이슨'과 비슷하다. 다 같이 고민하고 있지만, 배우 직업도 그렇고 어딘가에 속해있는 것에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그런 점이 '제이슨'과 비슷해 매력을 느꼈다.
 
성두섭 : 초연에 이어 재연할 때도 마찬가지 고민을 했다. 초연 때 아직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생각해, '제이슨'이라면 내가 어떻게 생각했으까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 점에서 '제이슨'이라면 이런 행동을 이렇게 했을 거라고 깊이 생각했다. 재연하길 잘했다. 몰랐던 점을 깨닫게 됐다.
 
서경수 : 접근 방식 자체를 어렵게 가지 않았다. '특별히 다르다'라는 전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사랑으로 접근했다.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자들의 차이는 대상만 다를 뿐, 본질적인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 최서연(왼쪽), 민경아(오른쪽)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아이비'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ㄴ 민경아 : 지문에 퀸카고 누가 봐도 예쁜 캐릭터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예쁜 척을 안 하려고 했다. (웃음) "어, 나 예뻐. 킹카야." 이것보단 '아이비'에 좀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최서연 : 처음 대본 받을 때 '아이비'에 대해 '예쁘다', '소심하다'가 적혀 있었다. '소심하다'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비'의 상처에 좀 더 중점을 뒀다. '아이비'가 오해를 받는데, '나디아'가 '아이비'는 '걸레'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받는 상처도 있다. '아이비'가 상처받는 부분에 연기 중점을 두기도 했다. '아이비'가 조금 '까진' 여자라기보단,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아픔을 가진 소녀라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아이비'가 외로움도 많고, 행복하지 않아 보였다.
 
   
▲ 주민진(오른쪽)이 '맷'을 연기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전작인 'Q'와는 어떤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나?
ㄴ 주민진 : 전작 'Q'에서 박진감 넘치는 강한 이미지 연기를 했다. 동시에 모범적이고 정직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큰 차이점은 모르겠다. ('Q'의 'PD'나 '베어 더 뮤지컬'의 '맷') 둘 다 너무 힘든 일을 이겨내려고 하는데, 방어기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있다. 'PD'가 너무 힘들어서 결국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맷'은 학업 등 힘든 일을 견디기 위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주게 될까라는 관심을 유발하는 성격으로 연기했다.
 
   
▲ '나디아'를 연기한 지우림이 끝인사를 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지우림 : 이번 공연이 데뷔 무대여서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다. 지금도 떨린다. 공연을 보러 다닐 때, 같이 울고, 웃고, 마음의 공감을 얻으려 했다. '베어 더 뮤지컬' 작품을 같이 하면서 '제이슨', '피터', '아이비', '맷', '나디아' 등 반 친구들 모두 각자의 고민과 아픔이 있어서 좋았다.
 
한 장면이 지나면 지날수록 보이며, 터뜨리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그런 아픔이 관객들에게도 모두 있다.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에서 같이 공감하고 울 수 있는 작품이다. 요새 사회가 힘들어서 지친 것 같은데, 그런 감정을 해소하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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