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다음달 2일에 열릴 19회 '부산국제 영화제'의 영화 예매가 지난 25일 시작됐다. 개막작인 '군중낙원'은 예매가 시작된 지 2분 만에 매진이 될 정도로 영화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지자체행사가 생겨나고 매년 1조원*가까운 방대한 예산을 쓰고 있지만, '부산국제 영화제'만큼 관객과 영화계, 부산시 모두의 호평을 얻는 양질의 문화행사는 드물다.

   
 

지자체 행사는 지자체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조직위원장이 해당지역 자체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위원회도 공무원과 관련 전문가로 구성되는데, 이들 간의 관계와 균형이 행사의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례를 살펴보면 이들의 충돌이 만들어 내는 문제를 볼 수 있다.

'부천판타스틱 영화제'는 2004년 당시 조직위원장이었던 홍건표 부천시장과의 갈등으로 김홍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해촉했다. 그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영화 위주로 초청하여 국내외 영화 팬들의 호응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행사의 방향성을 돌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단행한 일이었다. 이 일로 한때 국내외 영화 팬들의 보이콧을 받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로도 영화제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정체성이 모호한 행사를 거듭하여 총 관객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전과 같은 '영화제'로의 명성을 되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광주광역시가 걸개그림 '세월오월'에 대한 광주시의 사전 검열로 인해 전시가 무산되는 사태가 있었다. 동료 작가들이 행사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수습 끝에 비엔날레는 열렸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광주 비엔날레'의 정신과 명성이 훼손됐음을 요란하게 알리게 되었다. 해외작가들에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만 예술인들은 안타까움과 분노가 담긴 항의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19회 '부산국제 영화제'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나서 '다이빙 벨'의 상영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세월호 희생자 수색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에서 '다이빙 벨'을 상영하면 법적으로 조처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논란이 일었던 소재로 한 영화를 상영하면 영화제의 순수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와 안해룡 감독이 공동연출한 영화 '다이빙벨'은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이 기자는 지난 5일 국민라디오 '조상운의 뉴스바'에서 "다이빙벨이 세월호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오브제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찍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부산 국제영화제에 세월호 관련 영화가 불행하게도 이 작품 하나"라며 "영화를 보면 다이빙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깨끗하게 정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 영화제 측은 "매년 문제작은 있었지만, 논란을 이유로 선정된 상영작을 취소한 전례는 19회를 맞도록 없다"며 예정대로 상영할 것을 강조한 상황이다. 영화제 한 관계자는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해마다 일부 상영 작품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작품을 바꿨다면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개막일까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모르나 '부산국제 영화제'에 지자체의 이러한 개입이 현실화된다면, 그간 쌓아온 국제 행사로서의 위치와 국내의 영화를 소개하는 좋은 행사의 장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문화행사 존재의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2013 안전행정부 '지자체 행사 및 축제성 관련 경비'자료
2009년 1조24억원, 2010년 9천928억원, 2011년 8천779억원,
2012년 9천405억원. 2013년9천846억원

[글] 아띠에터 박으뜸나리 artietor@mhns.co.kr

서울대 디자인학부, 한예종 조형예술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팟캐스트 '상수약국'(http://m.podbbang.com/ch/6432)에서 문화·예술의 다양한 해석 소화를 돕는 독한약 처방 전문 약사 '독사'다. 독서토론 '리딩홀'을 운영한다.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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