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문화뉴스] '베어 더 뮤지컬'은 과연 편견을 이길 수 있을까?

6월 29일 개막해 9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 고등학교 성 세실리아 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피터와 제이슨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5년 국내 초연 후 1년 만에 다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전작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가지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품의 퀄리티를 높였다.

피터 역에 정원영, 박강현, 손승원, 제이슨 역에 서경수, 성두섭, 김승대, 아이비 역에 최서연과 민경아, 맷 역에 주민진, 나디아 역에 지우림, 신부 역에 송이주, 산텔 수녀와 클레어(피터 엄마) 역에 백주희와 최현선이 출연한다. 성 세실리아 고등학생으론 타냐 역에 배명숙, 다이앤 역에 송나영, 카이라 역에 안상은, 로리 역에 김수언, 앨런 역에 문남권, 잭 역에 김방언, 루카스 역에 신동근이 출연한다.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성 세실리아 고등학교의 룸메이트인 피터와 제이슨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둘 다 남자라는 이유로 남들에게 사랑을 공개하지 못한다. 하지만 학교의 킹카로 통하는 제이슨을 곁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피터는 커밍아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그로 인해 둘의 관계가 조금씩 깨어지기 시작한다.

   
 

음악이나 서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언급해야 할 점은 이 작품이 동성애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동성애 외에도 자극적인 소재(동성애 외에도 약물 복용, 청소년 성관계, 임신 등이 다뤄진다)가 많이 다뤄지면서 '베어 더 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한다. ''동성애'를 쇼비지니스 적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특이한 소재로 접근한 작품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실제로도 작품 속 피터와 제이슨은 남자와 남자로서 사랑하기에 고민한다기보다는 비밀 연애를 공개하고 싶은 연애관계의 을 피터와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그 역시 나약한 청소년에 불과한 제이슨의 사랑 이야기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피터는 동성애에 대한 확신이 마음 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채로 아무런 고뇌 없이 오직 열렬히 제이슨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들이 고등학생이 아니고 배경이 캘리포니아 주라면 별다른 갈등 없이 해결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로 접근했다고 하기에는 작품의 원작자들 역시 성소수자라는 점에서 작품의 지향점이 명확해진다. 이들이 드러내는 소재는 자극적인 비주얼, 이야기거리가 아니라 그들이 처한 현실 그 자체인 것이다. 피터와 제이슨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에게 반문한다. '동성애자의 사랑도 이성애자와 다르지 않다'고.

엄마, 목사 등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지나치리만큼 가혹한 외면은 이 지점에서 생명력을 가진다. 피터와 제이슨의 사랑은 남들과 같은 고민을 함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비할 수 없는 고난을 겪게 되는 것이다. 좋다 나쁘다 조차 언급하지 않고 '회피'해버리는 '믿었던 이'들에게 느낄 괴로움은 유머러스하게 말하자면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이 작품에서 두 가지의 아쉬운 부분은 이러한 이야기에 공을 들인 만큼 상대적으로 각 넘버의 생명력은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첫 관람 끝에 기억에 남은 두 가지 넘버는 유쾌한 분위기의 '911! Emergency!'와 희망적인 멜로디와 절망의 심리가 동전양면처럼 담긴 'Are you there'였다.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가창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 아닐까. 나머지 한가지의 아쉬운 점은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평일 공연은 오후 11시에나 끝이 나기 때문에 집이 먼 관객은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귀가 시간이 늦더라도 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동참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을 봐야할 이유는 제법 많다. 성 세실리아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마치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인 것처럼 각자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확실히 살아있으며 좌우의 벽을 뒤집는 세트는 심플하지만 효과적이다. 레이브 파티 장면에서의 연출이 특히 매력적이다. 제이슨의 동생인 나디아 역의 지우림은 인물 등록조차 안된 신인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해낸다. 정말 잘난 형제를 둔 동생처럼, 콤플렉스 덩어리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잘 풀어낸다.

'베어 더 뮤지컬'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게이물'이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이 땅에서 가장 큰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 특히나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청소년 시기의 성소수자들 이야기인만큼 편견의 크기는 더 클 것이다. 그런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어떤 이야기인지는 연강홀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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