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암 니슨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지난해 리암 니슨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캐스팅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당시, 네티즌들의 재미난 댓글들이 기사 하단에 개시됐다.

'테이큰'에서 딸을 구하는 아버지를 연기한 리암 니슨의 명대사인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나는 널 찾아서 죽일 거야"를 인용한 것이었다. 그만큼 국내 영화팬들에게 리암 니슨은 '테이큰'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4년 작품 '쉰들러 리스트'의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테이큰'의 성공 후 유사장르 블록버스터인 '논스톱', '런 올 나이트' 등에 출연하며 관객들의 진한 인상을 남긴 '앵그리니슨 52' 리암 니슨. 그가 '인천상륙작전'에서 '더글라스 맥아더'를 연기하며, 첫 한국영화 출연에 나섰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6.25 전쟁 당시 펼쳐진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인천 상륙을 돕기 위해 비밀리에 대북 첩보작전을 펼친 이들을 중심으로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전투 중심과는 차별화된 첩보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북한군으로 위장해 인천 사령부로 잠입한 해군 첩보대위 '장학수'(이정재)와 그의 정체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인천 방위사령관 '림계진'(이범수)의 긴장감이 주 관람 포인트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 장면.
 
27일 개봉을 앞두고, 13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인천상륙작전' 리암 니슨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1월 영화 촬영을 위해 방문한 이후 6개월 만에 12일 오후 한국에 입국한 리암 니슨은 여독을 푼 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해 10월 제작발표회 당시 이정재는 "어떤 분들은 내가 할리우드가 진출한 것이 아니냐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리암 니슨이 K무비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만큼 충무로에 할리우드 배우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리암 니슨은 "이렇게 한국에 다시 초대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이재한 감독이 작품을 마무리한 것이 대단하다. 매우 높은 산을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넘을 수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남겼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엔 배우 이정재와 이재한 감독,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도 참석해 영화에 대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리암 니슨의 출연 소감부터 제작 후기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왼쪽부터) 이정재, 리암 니슨, 이재한 감독,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ㄴ 리암 니슨 : 항상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 이유는 미국이나 영국 기준으로 봤을 때, 잊힌 전쟁으로 기억됐기 때문이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이 전쟁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큰 호기심이 있었다. '맥아더' 장군 배역을 제안했을 때, 전설적이고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많은 대립과 충돌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했다. 매력적이고 좌충우돌인 인물을 이재한 감독을 통해 연기해서 좋았다. 훌륭한 대본이었다. 복잡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라인으로 전개했다. 여기에 내용도 매우 감동적이었다.

작품과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지점은?
ㄴ 이정재 : 시나리오를 처음 감독님 통해서 보게 됐다. 첫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 '인천상륙작전' 제목 때문에, 상륙작전 씬 위주로 된 시나리오인 줄 알았다. 작전이 실행되기 얼마 전까지의 첩보 상황을 수집하고, 내용을 보내면서 겪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그 부분이 많이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장학수' 역시 실존인물을 베이스로 설정됐다. 실존인물은 어떤 분이었고,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되셨는지를 알게 되며 이 영화가 그냥 전쟁 영화라는 흥미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한국전쟁에서 이름 모르는 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노력을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저 없이 하게 됐다.
 
   
▲ 이정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ㄴ 리암 니슨 : 많은 리서치와 독서가 필요했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마크 페리가 작성한 책이 있었다. 매우 흥미로웠다. 얼마만큼 '맥아더'가 논란이 있는 인물인지 잘 표현한 책이라 생각한다. 내가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도 계속 봤다. 그를 실사 촬영한 필름도 봤다. 그가 녹음한 연설도 들었다. 미국 국회 앞에서 한 연설이 있었다. 트루먼 대통령이 직위 해제를 했을 당시의 연설이었다. 맥아더는 중국을 침공하고 싶었고, 트루먼이 반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한다. 배우로 정확하게 잘 표현하고 싶다는 것도 있지만, 그런데도 픽션적인 요소가 있다. 하나의 캐릭터를 새롭게 재해석해서 표현했다. '맥아더'의 특별한 성품 중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항상 모자를 약간 삐뚤어진 각도로 쓰고 다녔다. 수많은 사령관이 이것 때문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 특정한 권위가 느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천의 군인 앞에 이를 표현하려 했다. 군인들 앞에 파이프 담배 피우는 할아버지 같은 장군이 있으니, 편안하게 보인다는 이미지도 있었다. 수만 명의 인생 생사를 결정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제공하려고 한 것이었다. 이런 캐릭터를 연기해서 재밌었다.

CNN에서 왔다. 한국전쟁에 대해 명백한 견해 차이가 있는 북한에 대한 걱정은 없는가?
ㄴ 리암 니슨 : 모두가 북한의 반응에 대해 일부 걱정하고 있다. 북한과 대한민국은 1953년 휴전 동의서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여러 가지 시사 이슈를 봤을 때, 영화 관계자뿐 아니라 한 시민으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홍보가 아닌, 한국 영화 홍보로 내한한 사례다. 이번 내한 결정의 계기는?
ㄴ 리암 니슨 : 이재한 감독과 정태원 대표가 나를 잘 설득했다고 말할 수 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줬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한국에 대한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데 출연해 영광이다.

리암 니슨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전해 달라.
ㄴ 이정재 :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한 커트가 끝나고, 다음 커트로 넘어갈 때가 있다. 조명이나 카메라가 이동하는 중에도 본인이 앉으시고 연기한 소품 의자에서 떠나시질 않았다. 본인의 의상이나, 소품의 모습도 바꿔보시고 현장을 계속 거닐면서 본인이 '맥아더' 역할에 더 몰입했다. 몰입된 본인의 느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정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리암 니슨 : 첫 촬영 날일 것이다. 지금까지 70여 작품에 출연한 것 같다. 자랑인 것 같지만, 진정한 배우를 만나면 나는 느낄 수 있다. 이정재 배우는 진정한 배우다. 순수하며 아름답고, 정제된 집중력이나 지적인 면을 짧은 순간 연기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연기하면서 편했다. 훌륭한 전문 배우와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한국 촬영 스태프도 전문적이면서 신속하고, 집중력 높은 크루를 만나 충격이었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 각자의 자리에서 직무에 임한 것이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쉰들러 리스트'의 '오스카 쉰들러'와 '인천상륙작전'의 '맥아더' 장군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는가?
ㄴ 리암 니슨 : 사실 내가 그런 캐릭터와 잘 맞는지 모르겠다. '오스카 쉰들러'는 '맥아더'와 반대라고 생각한다. 유일한 공통점은 강인한 자신감이라고 본다. '오스카 쉰들러'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사업가였다. 하지만 흉악한 시절에 폴란드에서 훌륭한 일들을 했고,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

'맥아더' 장군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에서 매우 어려운 도전을 극복했다. '쉰들러'는 1,200명의 생명을 구원했고, '맥아더' 장군도 77만 5,000명의 군대를 기자회견하는 이 홀 크기 정도밖에 안 되는 해협에서 5,000대 1의 확률을 뚫고 도전해 극복했다.
 
   
▲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을 준비한 과정을 소개해 달라.
ㄴ 정태원 : '인천상륙작전'을 기획하면서, 어떤 영화로 기획을 할까 공부를 했다. 인천상륙작전은 노르망디상륙작전과는 달리 일방적이어서 영화화하기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계속 자료를 찾다가 '엑스레이 작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료를 보고 이것을 영화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엑스레이 작전' 역시 맥아더 장군이 기획한 작전이면서, 우리 무명의 해군 첩보부대 군인 활약상이 잘 드러난 작전이었다. UN군에 의해 성공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이들의 이야기여서 이 작전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상의를 시작했다. 그 작전을 실제 지휘한 함명수 제독이 계신다. 그분을 뵙고 실제상황에 대한 설명도 듣고, 인천상륙작전 때 살아계셨던 어르신 분들을 감독과 함께 수차례 만나 인천상륙작전 당시 상황 조언을 해주셨다.

이정재 :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많은 것을 준비를 워낙 많이 하셔서, 그것을 많이 참고하게 됐다. 당시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셨던 켈로부대원들의 이야기, 민병대분들의 이야기, 실제 해군 첩보 군인분들의 이야기 중에서 민병대 분들의 실제 이야기가 있다. 
 
상륙전을 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다 하시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북한군에게 발각이 되어 포위된다. 정보를 들키지 않으려는 결심을 하시고 자결을 하시게 된 실제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 해군에서도 두 분을 해군 최고의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다. 영화에서 최대한 잘 그려서 그분들의 그런 숭고한 희생을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인천에 지난 1월 방문해 맥아더 동상을 살펴봤다.
ㄴ 리암 니슨 :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인천 자유공원에 방문하면서 큰 감동을 하였다. 추운 1월에 방문한 것을 기억한다. 촬영하기 직전이었다. 방문하면서 긴장도 했다. 내가 이런 대단한 분을 연기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공원에서 그 동상을 보면서 맥아더 장군이 얼마나 존경받는지, 한국에서 성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 분을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했다. 영감을 많이 받았다.
 
   
▲ 리암 니슨(왼쪽)과 이정재(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출연하고 싶었던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ㄴ 리암 니슨 : 특정 장면이 있긴 했다. 대본 전체를 봤을 때, 매우 호소력이 있고 아름답고 잘 쓰였는데, 복잡한 스토리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장면인데 스포일러는 하고 싶지 않다. UN 사령관들이 인천상륙작전이 미친 아이디어라고 할 때, 맥아더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수천수만 수백만의 생명이 걸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 리더나 정치가들이 내려야 하는 결정이 무겁다는 걸 깨달았다. 리더의 자리에서 국가의 원수 일부를 대표한다고 할 때, 막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역사가 그것에서 결정됐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첩보물을 강조하기 위해 참고한 영화가 있나?
ㄴ 이재한 : '인천상륙작전'의 역사를 연구하다가 인상을 준 키워드가 있다. '5,000분의 1'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성공확률이었다. 첩보 전쟁영화의 장르적 성격을 자연스레 띠고 있다. 그러면서 참고한 영화가 상당히 많았다. 첩보 영화는 아니었지만, 존경하는 샘 페킨파 감독의 '철십자 훈장'을 먼저 다시 봤다.

'7인의 새벽'이라는 영화도 나와 같이 작업하신 작가 선생님과 거론한 적이 많았다. 그 외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많은 영화를 참고했다. 하지만 21세기 젊은 관객과 호흡도 맞춰야 해서, 우리가 가장 많이 보고 쉽게 접하는 현대 첩보물들도 많이 다시 보면서 연구했다.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 '본' 시리즈 등을 살펴봤다. 1950년대 이야기를 다루지만, 정말 많은 관객이 한국을 나아가 글로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언어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장르 영화를 많이 살펴봤다.
 
   
▲ (왼쪽부터) 이정재, 리암 니슨, 이재한 감독,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이 자칫 '영웅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ㄴ 이재한 : 영웅주의의 정의가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영웅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 사람들이다. 맥아더 장군을 포함해 이정재 씨가 연기하는 캐릭터처럼 완벽하게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넘어야 할 걸림돌이나 큰 산이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일을 극복하고 많은 것을 희생하고 바친 분들을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영웅은 전쟁에도 있지만, 일상에도 있다. 그러한 인간적인 영웅을 다루고 싶었고,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ㄴ 정태원 : 전쟁은 인간에겐 상처를 남기고, 세상엔 파괴를 남겼다. 제1·2차 세계대전을 통해 1억 명이 넘는 사상자가 생겼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겪은 참상을 통해 젊은이들도 좀 강한 안보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재한 : 한국전쟁은 20세기 최고 비극 중 하나다. 한국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슬픈 역사다. 전쟁의 판도를 바꾼 '인천상륙작전' 이야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리암 니슨, 이정재 씨를 비롯한 모든 분의 노고와 전쟁에 목숨을 바친 호국 영령분들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관객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관람일 것 같다. 잘 부탁한다.

리암 니슨 : 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 영광이다. 연기자들과 이재한 감독과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정재 : 주제나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서 무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름 시즌에 개봉하는 영화이니만큼 오락적 요소도 있으니 즐겁게 봐주길 바란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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