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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왕'은 이 시대상을 대변하는 그런 거창한 연극이 아니다. 그리고 제목 때문에 떠올릴 수 있는 야한 연극도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어떤 때의 용기 있는 우리와 어떨 때의 비겁한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 박성찬 연출

 
2008년 이후 꾸준히 대학로에서 다양한 창작극을 기획하고 제작한 잘한다프로젝트가 연출가 박성찬과 함께 2번째 창작연극을 펼친다. 8월 7일까지 소극장 알과핵에서 열리는 연극 '누드왕'은 미완성 소설 '누드왕'을 완성하고자 하는 작가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권력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모이고 또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하엔 '작가'라고 하는 남자와 스스로 '경찰'이라고 말하는 두 사람이 하나의 테이블을 두고 대치한다. '경찰'이라고 하는 두 사람은 '작가'에게 소설을 의뢰한 사람들의 정체를 알고자 하지만 작가는 미완성인 소설 '누드왕'을 완성하게 해준다면 원하는 것을 알려주겠다며 협상을 하고자 한다.
 
한없이 고통스러운 험난한 소설 완성기인 연극 '누드왕'은 제목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시작됐다. 최근 다양한 연극 뮤지컬에서 패러디된 동화와 달리 연극 '누드왕'에선 안데르센의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작품은 무대 안과 밖,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며 책 속의 인물들까지 무대에 등장하면서 이야기와 연극은 관객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연극 '루틴'을 통해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극작가 겸 연출가 박성찬은 이번 작품에서도 극작과 연출을 함께하며 오늘이라는 이상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박성찬 연출은 "쉬는 날이면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 TV와 스마트폰을 보는데, 이제는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라는 의문도 가지지 않고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TV 속 세상은 나랑은 '상관없는'일들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서 분노하고, 그것에 관해 얘기하고, 그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걸 본다"며 입을 열었다.
 
박 연출은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분명히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인데 나와 상관이 없나?'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러면 안 된다는 반성을 하면서도 내일이 되면 똑같은 삶을 반복한다. 그리고 다시 반성하고 또 내일이 되면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내가 정상인지 아니면 저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정상인지 모르겠다. 같이 행동하지 않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고 있는 내가 '비겁자'인지, 저 TV속에 나오는 사람들이 '올바른'건지. 그러면서 내가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유가 머릿속을 맴돌고 그걸로 저를 안심시키고, 다시 한걸음 물러나게 하고 다시 반성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성찬 연출은 "'누드왕'은 이 시대상을 대변하는 그런 거창한 연극이 아니다. 그리고 제목 때문에 떠올릴 수 있는 야한 연극도 아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어떤 때의 용기 있는 우리와 어떨 때의 비겁한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아마 이런 사람이 쓴 글이고 연출이니 용기보다는 비겁자들이 판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은 조그마한 용기를 꿈꿔본다. 힘들고, 무섭고, 두렵고, 외면하고 싶지만,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걸을 수 있는 소심하지만 작은 용기를, 그리고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주는 연극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엔 함수연, 조문홍, 이경민, 박병호, 정재진, 김기성, 이가현, 최창준, 이동훈 등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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