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 시장의 사람 냄새 그대로 옮겨 담은 연극 '망원동브라더스'
[문화리뷰] 시장의 사람 냄새 그대로 옮겨 담은 연극 '망원동브라더스'
  • 문화뉴스 서정준
  • 승인 2016.07.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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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센(문화센터)'에서 한다고 깊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마포아트센터 플레이 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망원동브라더스'는 소설가 김호연의 장편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를 극화한 작품이다. 8평짜리 옥탑방에서 함께 모여 살게 된 네 남자 오영준, 김부장, 싸부, 삼동이의 삶을 그리고 있다. 집주인 슈퍼할아버지(슈퍼맨의 그 '슈퍼'다), 조선화, 주연 등이 등장해 이들과 함께 어울린다.

오영준 역에 윤박과 권오율, 슈퍼할아버지 역에 지우석과 송영재, 싸부 역에 임학순과 노진원, 김부장 역에 신정만과 윤성원, 삼동이 역에 황규인과 이형구, 조선화 역에 심연화와 임혜진, 주연 역에 권귀빈과 박가영이 출연한다. 윤박은 '잘나가는' 탤런트로 활동하다 '관객 모독' 이후 오랜만의 연극 무대기도 해서 반갑다.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하면 약간의 구멍이 보이기는 한다. (슈퍼할아버지가 복덕방 주인일 텐데 영준이 전화로 집 내놓는다고 할 때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하듯이 한다거나) 하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가 작품의 퀄리티에 별다른 문제를 끼치진 않는다.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전해지는 시장의 맛집 느낌이랄까.

동네에 한 명쯤 있을법한 잔소리 많은 집주인 슈퍼할아버지, 20대 고시생 삼동이, 30대 만화가 영준, 40대 기러기 아빠 김부장, 50대 황혼이혼남 싸부에 반지하 8년 차 알바 전문가 선화, 성공을 위해 꿈을 접고 술을 파는 주연까지, 작품의 어느 하나 현실을 닮지 않은 구석이 없다. 하지만 차가운 현실을 따듯하게 그려내고 있는 점이 '망원동브라더스'의 미덕이 아닐까. 이들의 이야기는 담담히 적어보면 가슴아픈 냉혹한 현실일 수도 있지만, 포장마차, 망원시장, 옥탑방, 소주, 라면 같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을 잘 활용해 지칠 수도 있는 현실을 버틸 만 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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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봤을 때는 무대의 활용을 넓혀서 관객석과 무대 사이의 공간까지 끌어들이는 점이 매력적이다. 단순히 관객을 참여시키거나 하기 위해 관객에게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관객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옥탑방만큼이나 먼 무대와의 거리를 한층 좁힌다.

또 '문센'에서 하는 공연이란 점은 선입견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관객과 밀착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작품에서 거의 손꼽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어떤 장면을 보고 나면 일반적으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른 연극에서 또 한 발 더 나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밀도 있는 사건의 전개가 이뤄지기보다는 담담히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현실과 싸워가는지 보여주는 이 연극을 보다 보면 요즘에는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옛날 시장통 한가운데에서 먹는 해장국이 생각난다. 세련되거나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기보다는, 투박함과 정겨움이 돋보이는 연극 '망원동브라더스'는 8월 21일까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 맥에서 공연된다.

다만 앞서 말했듯 지역 밀착형 공연이라 관객층이 일반적인 작품들과 판이한 만큼 공연을 볼 때 주변에 민감해 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재고해볼 여지는 있지만, 아마도 '망원동브라더스'를 보다 보면 그마저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박한 생활 속에 잊고 살던 어릴 적 '우리 동네' 같은 느낌이 들 테니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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