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집중시킨 '푸시 라이엇'과 힙합 문화에 기반한 솔직한 가사로 체포된 '허스키'

© 연합뉴스, 2012년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공연하는 '푸시 라이엇'

[문화뉴스 MHN 이상인 기자] 러시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군가? 대부분의 사람은 가장 먼저 현재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미디르 푸틴'을 떠올릴 것이다. 

푸틴은 '신 러시아의 차르(Tsar of The New Russia)'라는 별명을 가진 대통령으로, 1999년 12월 31일 옐친 대통령 사임 후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이래 2019년 현재까지 약 20년 가까이 집권하고 있다.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목을 받았고, 1990년대 사회주의 소련의 붕괴 후 엄청난 혼돈 속에 표류하던 러시아 사회에서 난세의 영웅과도 같은 등장으로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그 결과 푸틴은 20년이란 시간동안 러시아를 이끌고 있다.

© 연합뉴스, 랩 음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푸틴 대통령

푸틴의 장기집권의 원동력은 그가 가진 마초적인 이미지에 기반한다. 그는 정보기관 KGB 출신으로 독일의 정보원으로 활약했다는 특이한 이력과 유도, 사격 등 각종 스포츠에 능하고 심지어 조종기를 직접 몰기도 하는, 어디에도 볼 수 없었던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뽐내왔다. 집권 초기 러시아의 큰 사회문제였던 체첸 분쟁을 비윤리적이었지만 그가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적인 투표로 독재에 가까운 집권을 하는 푸틴의 행보는 그의 마초적인 이미지 뿐만 아니라 강력한 언론 통제에 기반한다. 러시아는 표면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실제로 반푸틴 인사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 등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언론 탄압이 이뤄지는 곳이다. 푸틴의 장기집권 역시 이런 언론 탄압이 큰 역할을 했고, 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것일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푸틴에 저항하는 인물들이 존재한다. 정치적으로 푸틴에 반하는 야당을 이끌며 정치적인 저항을 하는 사람들과 사회 운동, 음악 등 문화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중 문화적인 방법으로 푸틴에 반하는 운동을 진행해온 러시아 저항 문화인들을 소개한다.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난입한 푸시 라이엇(좌), 푸시 라이엇 전 멤버의 자서전(우)

 

# 푸시 라이엇(Pussy Riot)

푸시 라이엇은 러시아의 여성주의 펑크록 그룹으로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의 정치상황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즉석 공연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챙겨봤던 사람이라면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에 난입했던 여성들을 기억할텐데, 그들이 바로 '푸시 라이엇' 이었다. 월드컵에서의 행보를 통해 푸시 라이엇은 전 세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다.

푸시 라이엇의 상징은 형형색색의 발라클라바이다. 현재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래퍼 ‘마미손’이 쓴 것이 바로 발라클라바다. 푸시 라이엇은 2012년 러시아 대선 직전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사전 허가 없이 종교와 정치권력이 결탁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즉석 공연을 가졌고 이로 인해 체포되어 징역을 살기도 했다. 당시 푸시 라이엇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구명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푸시 라이엇을 격려하는 편지를 올리기도 했고, 마돈나는 러시아에서 열린 자신의 콘서트에서 등에 PUSSY RIOT이라는 글자를 그려 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푸시 라이엇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파격적면서 노골적이다. 이런 그들의 거침없는 표현으로 러시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알리는 것에 성공했다. 2012년 체포되었던 푸시 라이엇의 멤버들은 미국에 망명하며 자신들의 활동에 관련된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새로운 멤버들로 새롭게 팀을 꾸려 러시아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12일 구류처분을 받은 래퍼 '허스키'

# 허스키(Husky)

2018년 12월 15일, 푸틴은 "랩은 섹스, 마약, 시위라는 세 가지 기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하며 젊은 세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힙합 문화를 통제하리라는 뜻을 내비쳤다. 

푸틴은 "마약은 국가를 타락으로 이끄는 길이며 랩으로 인해 널리 퍼진 마약에 대해 특히 걱정하고 있다.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이끌고 지시해야만 한다"고 하며 랩 음악에 대해 압박을 가하겠다는 암시를 보였는데, 이는 2018년 11월 23일 구류 처분을 받은 래퍼 허스키(드미트리 쿠츠네초프) 사건을 염두한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래퍼 허스키는 러시아 당국을 풍자하고 푸틴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가사를 담은 곡을 불렀던 래퍼로,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린 래퍼였다. 그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라는 앨범은 2017년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런 허스키가 지난 11월, 러시아의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에서 공연을 하려다 당국의 압력을 받아 공연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분노한 허스키는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가 랩을 했고 이 때문에 그는 체포되어 12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기에 이른다. 당시 허스키의 가사 일부가 가난, 부패, 경찰의 잔혹성, 푸틴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 있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 사건은 당시 문화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이런 사건 이후 푸틴 대통령이 랩에 대한 제재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는 푸틴이 허스키 사건을 의식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힙합 자체가 흑인들이 당시 차별받는 사회에 대한 저항정신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저항 정신이 깔려있는 힙합 문화가 러시아에서 어떤 저항 문화를 만들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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