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90에 한글 배우고 '두번째 청춘' 맞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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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31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8090 '할매 시인'들의 유쾌한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시사회가 열렸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천지 빼까리다, 박금분(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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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로 '영화배우'타이틀까지 거머쥔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할매들은 사실 이미 유명하다. 지난 2015년 첫 시집 '시가 뭐고?'로 화제를 모은 뒤, 이듬해 시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 머'를 출판하는 등 칠곡군을 대표하는 어엿한 시인이다. 지난 2016년에는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하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칠곡군 평생교육 프로그램 '배움학교' 학생들이다. 평생 글을 모르고 살다가 90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야 처음으로 글을 배웠다. 9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글을 배우니 세상이 새롭다.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써내려간 시에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꾸밈없이 담겨있다. '칠곡가시나들'은 할머니들의 일상을 그 분들의 시와 함께 솔직하게 보여준다.

  

"원투쓰리포 영어도 배우고 한번 해보자, 안윤선(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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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은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는 '이슈메이커'다. 지난 2011년 '트루맛쇼'로 미디어의 본질을 맛깔나게 풍자하며 데뷔한 이후 'MB의 추억', '쿼바디스', '미스 프레지던트'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첨예한 주제를 과감하게 건들여왔다. 그래서 김재환 감독의 '칠곡 가시나들'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이번엔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이전 작품만큼 민감한 문제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역시 김재환은 김재환이다. 다른 영화들과 다르다. "내 나이 팔십팔, 그래도 아직 팔팔하다!"고 외치며 시작하는 '칠곡 가시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함이 넘친다. '워낭소리'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같이 시니어 세대를 다룬 일반적인 영화의 쓸쓸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가 '노인'을 '회고의 대상', '죽음을 맞는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오히려 할머니들의 소풍, 노래자랑, 화투판같이 즐거운 일상으로 가득 차있다. 연출이나 음악도 '코믹영화'에 가깝다. 할머니들의 수 십년 내공이 담긴 입담에 울고 웃다보면 10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게 웃음으로 가득찬 '칠곡 가시나들'의 삶에 김재환 감독은 '설렘'을 녹여냈다. 죽음마저 쿨하게 이야기하는 할머니들이지만 그렇다고 그 삶이 설레지 말란 법 없다. 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의 삶은 하루 하루가 '처음'이다. 80년을 다니던 읍내의 간판을 읽는 것도 처음이고, 편지를 부치는 것도 처음이다. 삶이 새로움으로 가득 차있고 그래서 내일이 기대되니 그것이 곧 청춘이다. 인생 90줄에 맞이하는 두번째 청춘이다. 

영화 부제가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다. 90을 넘긴 나이에도 오지게 재밌게 살아가는 '칠곡 할매들'의 '두번째 청춘'이야기, '칠곡 가시나들'은 오는 2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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