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시선에서 반려문화를 바라보는 작품인 만큼 적극적 관람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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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문수영 기자] 토종 장편 애니메이션 '언더독'이 기대보다 부진한 결과를 얻고있는 가운데, 오성윤 감독은 "너무 속상할 뿐입니다"라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토종 장편 애니메이션 '언더독'을 공동 연출한 오성윤 감독은 이춘백 감독과 함께 7년간 피땀 어린 노력으로 빚어낸 '언더독'이 예상보다 관객의 관심을 얻지 못해서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 18만여 명이 관람했다.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의 흥행 성적 220만 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행복과 자유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유기견 이야기를 담은 '언더독'은 회화 같은 그림체에 개성 있는 3D 캐릭터, 탄탄한 드라마 그리고 사회성 있는 메시지를 균형 있게 담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전화로 만난 오 감독은 평단과 관객의 좋은 평가에도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토로하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높은 편견의 벽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토종 장편 애니는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별다른 흥행작이 나오지 않았지만, 제작비 1천억∼2천억원을 들인 디즈니·픽사 등 할리우드와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서는 종종 흥행작이 나왔다. 특히 올겨울에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비롯해 디즈니 신작 '주먹왕 랄프2', '그린치', '드래곤 길들이기3' 등 애니메이션이 쏟아지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언더독'의 순제작비는 33억원. 해외 작품과 제작비면에서는 경쟁이 안 된다. 그래도 작품성 하나를 믿고 뛰어들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오 감독은 "그동안 한국 장편 애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해외 작품에 대한 신뢰는 커지면서 같은 시기에 개봉할 경우 해외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다"면서 "편견의 벽을 깨는 것은 외롭고 힘든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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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봉 전에는 국내 반려인구가 1천만 명이니까 그중 10%만 봐도 100만 명은 될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와서 실패할 줄은 몰랐다"면서 "반려인들이 영화 내용이 너무 슬플까 봐 주저하는 것 같은데, 유기견 시선에서 반려문화를 바라보는 작품인 만큼 적극적으로 관람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감독은 '언더독'이 이대로 극장에서 내려갈 경우 "앞으로 오리지널 장편 애니에 대한 투자나 론칭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된다"며 "방학 때 더는 한국 장편 애니를 못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언더독'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언더독'을 관람한 뒤 힘을 실어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명필름 심재명 대표도 지난 1월 30일에 이어 2일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대화를 갖는다.

심 대표는 "1년에 장편 실사 영화가 300편 이상씩 나오는 한국시장에서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언더독(약자) 입장에 있다"면서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언더독'은 장편 실사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깊이 있는 주제를 어른도, 어린이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에 잘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오는 9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임순례 감독도 영화를 관람하고 관객과 만난다.

배급사 뉴 관계자는 "스크린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작은 관에서라도 상영을 이어갈 수 있게 힘쓰고 있다"고 말하며 '언더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편 '언더독'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3월 8일 개막하는 도쿄애니메이션 어워드 페스티벌에 한국작품 최초로 초청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실크로드국제영화제에서 베스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미국과 프랑스 등 69개국에도 팔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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