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올해 2월 금강산서 '새해맞이 연대모임' 가져

[문화뉴스 MHN 박리디아 기자] 2005년 결성 후 주춤했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이하 ‘6.15문예본부’)가 새 출발을 다짐하는 기지개를 폈다. ‘6.15문예본부는 지난 125일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로비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본격적인 남북문화예술교류를 준비하는 사실상의 첫걸음이다.

문성근 6·15공동선언실천 문화예술본부 준비위원장이문화예술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극, 영화, 음악, 미술, , 풍물 등의 다양한 장르위원회로 재구성된 6.15문예본부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노래와 춤 공연을 통해 남북문화예술교류에 대한 계획과 포부를 다지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예술인들의 마음을 밝혔다.

출범 기자회견은 조재현 6.15문예본부 사무처장의 개회를 시작으로 풍물위원회의 하애정 풍물 꾼의 <비나리_평화맞이 소원 말풀이> 공연으로 문을 열고, 이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이창복 상임의장의 축사와 문예본부 문성근 준비위원장의 대표발언, 음악 위원회_가수 김원중<그대 오르는 언덕>, 각 장르 위원들의 인사 발언 그리고 이날의 핵심 취지를 담은 연극위원회 배우들의 출범선언문 낭독 순으로 준비됐다.

공식 기자회견 후 본지 기자는 문예본부의 실무 담당자인 조재현 사무처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출범에 대한 보다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 조재현 사무처장이 출범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 및 진행을 하고있다.

2005년 결성 후 활동이 미진했던 이유와 2019년 다시 재출범 하게 된 계기

조 사무처장: 실제 활동이 미진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으로 인해서 남북 간의 교류 사업이 완전히 단절되면서 부터다. 북에 대한 강경책은 남쪽의 통일운동을 위축시켜 많은 단체들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문예본부도 교류가 끊어지면서 활동이 정지된 형태가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남북교륙사업이 남북을 오가는 공동행사 정도로 되다보니 고리가 약화되었다. 이번 재출범은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힘입어 다시 열리는 남북의 관계의 동선이 그동안과는 확연히 다른 질적인 변화의 필요를 강조하는데 의의를 두었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615남북 실무자회의에서 그동안의 공동행사 중심의 교류 차원을 뛰어 넘어서 실제적인 교류를 이루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에 반응하여 남측의 문화예술인들도 더 넓게 참여하는 형태와 더불어 실제적인 교류를 위한 준비로 재출범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재출범은 다시는 퇴보하지 말자는 의지를 문화예술인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기도 하다.

4년 만의 재출범은 실무진 입장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조 사무처장: 힘든 점이 많았다. 남북 간의 통일 사업은 불확실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게 가장 큰 힘든 점이다. 민간이 이루어 놓은 것을 한꺼번에 뒤집는 상황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남측의 북맹적 관점 또한 힘든 점이다. 한동안 교류가 없다 보니 서로를 너무나 모른다. 다시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시작의 과정이 필요해졌다. 10여년 단절된 상황에서 북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나 안 좋게 변화되었다. 하지만 요즘 증명된 것을 보면 그 단절된 10여년이 북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는 거다. 이번 재출범을 준비하면서 실무적으로는 남측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이를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지속적으로 통일을 위해 노력하던 예술인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예술인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남측의 예술인들은 존재와 활동방식 또한 너무나 다르다. 과거에는 사실 예총, 민예총으로 모든 예술단위가 포괄적으로 표현이 가는 한 형태였다면 현재는 예총, 민예총으로 방대한 예술단위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런 다양한 이들과 다양한 의견들과 함께 논의하고 제안하고 기존에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단위에 새로운 형태를 제안하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이번에 예총과 민예총이 처음에는 같이 논의를 시작했지만 현재 출범을 앞두고는 잠시 보류라는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은 두 단체가 가지는 내부이해의 온도차도 있겠고 이런 지형을 무시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서로간의 이해를 높이고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한 대중적 동의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재정확보의 부담과 조직과 인력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하는 일까지 산적한 일들로 몸은 힘들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남북관계가 제고되고 서로의 예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찾는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 위원들이 출범 기자회견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문예본부의 조직구성과 사업 계획의 추진방향

조 사무처장: 문예본부는 615공동선언의 정신과 4,27판문점선언, 9월 평양선언의 실현에 동의하는 모든 예술인들은 단체와 개인 상관없이 참가를 열어 놓고 있다. 현재는 문학, 영화, 음악, 미술, 연극, , 풍물의 7개 장르 위원회로 조직골간을 만들고 출발했다. 앞으로 조직은 더 세분화되고 장르도 확대되리라 본다. 올해 가장 먼저 목적하는 일은 남북의 예술인들만 따로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자한다. 올해 예정된 많은 남북공동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겠지만 무엇보다 남북의 예술인들이 허심하게 만나 서로 부대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나 얘기하다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들도 더 많이 생길 테고 새로운 창작의 씨앗들도 발견될 거라 믿는다.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내년에서 남북의 예술이 함께 만드는 한마당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9월 공동선언 1주년을 즈음해서는 남측의 더 많은 예술인과 대중들을 위해서 북의 예술을 바르게 이해하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2월 금강산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연대모임의 의미와 목적

조 사무처장: 지난해 11월 중국 선양(심양)에서 진행된 6.15남측위와 6.15북측위의 집행회의에서 남북은 2019년이 참 소중한 해가 되게 하자는 의견을 나눴다.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 그전의 10.4선언처럼 실효성 없는 선언이 되느냐 아니면 실제로 현실화 되느냐가 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는 거다. 이번 금강산의 새해맞이 연대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민이 평화의 원년을 선포하는 첫 출발이다. 북의 신년사에서도 올해는 남북교류를 전면화하자는데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아직 분단의 이데올로기는 남측에서 굳건하다. 그리고 대북의 제재 또한 평화로 가는 발목을 잡고 있다. 실례로 이번 금강산 행사에 대북제재 때문에 노트북을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다. 이런 현실을 뚫어내는 것은 무엇보다 민의 힘이 필요하다. 역사를 볼 때 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구조는 쉽게 되돌려지지 않았다. 그러한 의도로 이번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남측에서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615남측위원회의 단위를 넓혀서 새해맞이 추진위를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첫 행사인 새해맞이 연대모임의 성공으로 이후 3.1, 4,27, 9,19, 10.4 등 시기별로 예정된 행사들 그리고 남북노동, 남북농민, 남북여성, 남북청년, 남북예술 등의 단위로 확대되어 더 많은 남북의 만남으로 이어져 발전하리라 소망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문턱에서 615문예본부의 역할과 각오

조 사무처장: 북을 이해하는 가장 처음 출발은 아무런 편견 없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같음을 찾고 그것을 더욱 증대해 나간다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예술인들의 강점은 강요된 대중적 흐름과 다른 시각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창작물들은 대중에게 올바른 시각을 되찾게 하는 힘으로써 가치가 있다. 예술인들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창작물들은 진정한 평화의 원동력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런 과정에서 통일의 미학을 만들어가는 게 문예본부가 해야 할 일이다. 남북예술인들의 허심한 교류를 통해서 남북의 사회 구성원들이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연극위원회 남녀배우가 출범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출범선언 전문

문화예술인들에게 조국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실존적 삶 그 자체이다. 그 삶 위에서 문화예술은 별과 꿈을 노래했으며 위험하면서도 불꽃같은 상상력으로 존재해왔다. 우리의 상상력은 일제에 의하여 철저하게 파괴되거나 유린당했던 적도 있었고, 일제를 물리친 뒤에는 36년의 두 배가 넘는 기간 가까이 분단체제 속에서 지금까지 관리 당하고 있기도 하다. 분단체제는 거대한 국가폭력을 앞세워 상상력을 체포했고, 고문했으며 투옥했다. 하지만 상상력의 불꽃을 문화예술인 스스로 끈 적은 없다. 우리는 분단을 관리하고 있는 두 개의 정부와 체제에 대해 개인의 실존과 민족공동체의 평화와 번영을 무엇보다 앞에 두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촉구해왔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분단체제의 정부와 체제보다 개인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실존적 삶이 자유롭고 풍요롭기를 꿈꾸어 왔다. 분단체제 속에서 실존은 갈가리 찢기곤 하였다. 거기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은 비판과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나가야 할 때가 왔다.

2018년 한반도는 날마다 증강현실이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책임진 두 정상은 새로운 운명의 파도 위에서 위태로운 항해를 계속했다. 남과 북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두 정상은 4월과 5월에 판문점에서 만났고, 9월에는 평양에서 만나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특히 4월의 봄날에, 남북의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감동적인 장면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우리는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 가는 대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9, 평양과 백두산에서 맞잡은 남북의 손과 손은 그 어떤 예술보다 큰 감동이었다. 또한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온 누리에 보여주기도 하였다.

2019년 우리는 한반도의 현실을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증강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분단의 상상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분단체제의 참혹한 비극과 끝나지 않는 상처의 실존들이 우리 문화예술의 뿌리라는 것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평화체제와 통일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문화영토이다. 평화와 통일의 시작은 정치와 경제에 있지만 그 완성은 결국 문화예술에 있다. 문화예술은 실존적 삶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분단의 상상력 위에서 평화와 통일의 상상력으로 문화예술의 가치와 방향이 증강되도록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

20192월 금강산에서 열리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은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남녘땅의 문화예술가들은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참가하면서 4.2선언, 6.15선언을 비롯한 모든 선언들을 열렬히 지지한다. 이 땅의 문화예술가들이 탈분단의 상상력으로 그 선언들을 형상화하고, 선언의 실천에 앞장서고자 한다. 그것을 위해 문학, 음악, 미술, 영화, 연극, , 풍물 등의 각 장르별 특성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며 그 과정에서 북녘의 문화예술가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실천적 교류에 나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를 결성하며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와 함께 부문본부로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4.2공동선언과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하며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실현을 위하여 한반도 통일의 길에서 문화예술로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하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에 머물지 않고 공동선언실천 문화예술연대로 확대발전할 것을 다짐한다.

하나, 실질적인 남북문화예술 교류협력사업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문화예술적인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2019125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문화예술본부 일동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