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과 위선으로 뭉친 인물들의 유치하지만 치열한 싸움

ⓒ신시컴퍼니

[문화뉴스 MHN 이종환 기자] '대학살'이라는 이름을 듣고 공포극을 생각했다면, 연극 시작과 함께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극 중 언급된 '아프리카 다르푸르 유혈사태'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인 '대학살'도 인간 내면에 내재된 이기심과 폭력성으로부터 '대학살의 신'이 자라난다는 메시지를 제목을 통해 전하고 있다.

연극의 등장인물은 알랭, 아네뜨. 미셸, 베로니끄까지 모두 네 명이다. 부도덕한 제약회사의 재판을 담당하는 변호사 알랭, 겉으로는 교양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압감에 못이겨 남의 집 안방에 구토를 하는 아네뜨, 평화주의자인 척하지만 딸의 햄스터를 몰래 버리는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미셸, 세계의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한 원칙주의자 베로니끄까지 가식과 위선으로 뭉친 인물들이다.

11살 소년들의 몸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가 부러지자, 이들은 후속 해결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 모인다. 하지만, 대화를 거듭하며  점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이내 육탄전으로까지 번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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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17년 공연 당시 검증된 실력파 배우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참여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2년 만에 같은 캐스트 그대로 다시 뭉쳐 더욱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 배우들 모두 "이미 높은 친밀감이 쌓여있어서 연습하는 내내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고 자평하며 작품의 완성도에 자신감을 밝히기도 했다.

연극의 공연 시간은 90분으로, 길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하지만 90분동안 별도의 무대이동 없이, 한 무대에서 끊임없이 이야기와 행동을 주고받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 밖으로 돌리지 못하게 한다. 또한, 평범한 가정집인 무대에서 토사물을 치우고 꽃과 핸드폰이 바닥에 나뒹구는 등 점점 난장판이 된 모습을 보며 카타르시스까지 안겨준다.

작품을 보는 내내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 대화의 의도 등을 보며 마냥 웃기만 하다보면, 어느 때엔가는 자신과 등장인물들을 비교해보며 '나도 이들과 다른 것이 있을까?'하는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훌륭한 연기력과 재미, 배우들의 앙상블까지 모두 다 잡은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오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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