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날을 살아온 로자 아줌마와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할 모모의 대화... 현대 사회에 메시지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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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김대권 기자] 프랑스 문학계의 거장 로맹 가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자기 앞의 생'이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에서 작가 겸 배우로 활동하는 자비에 제이야르 각색으로 2007년 초연됐다.

국립극단 2019년 첫 공연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는 처음 소개된다.

극 ‘자기 앞의 생’에서 아랍계 소년 모모는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로자 아줌마와 산다.

삶이 쉽진 않아도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모모의 눈에는 세상이 매일매일 새롭다.

로자 아줌마와 나누는 소소한 대화는 외로운 모모의 삶을 지탱해주고, 혈육도 아닌데다 인종, 종교, 세대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모모와 로자 아줌마는 오로지 깊은 애정만으로 서로의 삶을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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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진행된 프레스콜 전막 시연에서 배우들은 흠잡을 데 없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였다.

제55회 동아연극상에 빛나는 이수미, 30년 넘게 쌓아온 연기 관록을 자랑하는 양희경은 외롭고 힘든 삶 속에서도 모모를 깊이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수미의 안정적인 발성과 양희경의 독특한 목소리는 관객들을 휘어잡기에 충분했으며, 10살 소년 모모를 연기한 오정택의 표현력도 돋보였다.

오정택은 조숙하지만 순수한 모모를 본인만의 색깔로 표현하면서 극 내용을 설명하는 내레이터 역할까지 제대로 해냈다. 다만 30대인 오정택이 10살 소년을 연기하다 보니 이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대개 모모와 로자 아줌마의 연기만으로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음악 및 퍼포먼스를 활용해 재미를 더한 점도 특징이다.

연극은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오면서도 모모와 로자 아줌마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며 소설과는 또 다른 밀도를 선보인다.

극은 인종, 종교, 세대 등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는 두 사람 관계에 집중해 인간애를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날을 살아온 로자 아줌마와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할 모모의 대화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박혜선 연출은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관객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무대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세트를 객석에 가깝게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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