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포와 도쿄', 근대 격변기 도쿄를 묘사한 란포를 통해 인간 내면의 심리를 드러내

'여성과 몸', 여성의 몸에대한 관음증적 시각을 비판하고 이를 넘어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

[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2019년이 시작된 것이 어제같은데 벌써 2월 마지막주가 찾아왔다. 겨울이 끝나고 봄기운이 찾아들 시점이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도록 바쁘게 살다보면 독서에 소홀해지기 쉽다. 그럴수록 책장에서 책을 꺼내들어야 독서하는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 봄의 계절 3월을 맞는 시점, 읽어볼만한 신간 두 편을 소개한다. 

 

추리소설로 바라본 '도쿄'의 민낯, 마쓰야마 이와오의 '란포와 도쿄'

ⓒ 네이버북스 / 케포이북스

애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 거장이다. 추리소설 마니아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일본 추리소설의 신기원을 연 그는 '심리실험', '인간의자'등 수 많은 작품에서 독자들을 이성과 추론의 세계로 데려가는 한편 인간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오싹할 정도로 선명하게 묘사되는 심리는 란포 소설의 묘미다. 

문학연구자이자 건축학 연구자인 저자 마쓰야마 이와오는 이러한 란포의 소설을 독착적으로 다시읽어냈다. 그는 란포의 소설을 통해 1920년대 전통을 벗어던지고 빠르게 근대화되던 도쿄의 모습을 그려냈다. 시가지가 정비되고 도로가 확장되고 공원과 아파트가 지어지며 서양 메트로폴리스의 모습을 갖추는 한편 빈민가가 강제로 내몰리고 전통 공동체가 빠르게 해체돼는 도쿄의 모습에서 현대 인간의 병리적 심리를 읽어낸다.

란포의 소설에는 대도시적 삶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다이쇼 시대(1912~1926 일본 다이쇼 덴노 재위기, 일본이 근대 제국주의 국가로서 면모를 다지던 시대) 삶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전통 마을 공동체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그로부터 벗어나 현대 대도시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카페에서 익명성을 즐기며 사람들과 애화를 나누고, 네온이 켜진 밤거리를 취한듯 배회한다. 도시는 진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개인은 소외감을 느끼고 단절돼간다. 

마쓰야마 이와오는 란포의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시대적 현상을 철저히 재구성해 인간의 음습한 내면, 관음증, 편집증, 과대망상적 광기를 사회 시스템과 결부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1920년대 도쿄 사람들이 겪던 심리상태가 다름아닌 우리의 모습임을 발견한다. 

 

  

여성이 먼저 자신의 몸을 바라볼 때,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의 '여성과 몸'

ⓒ 네이버북스 / 소명출판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에서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8편의 글을 엮었다. '여성과 몸'에서는 저자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관음증적 시선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을 다시 바라보도록 촉구한다. 

첫 장은 '여성의 몸은 출산기계인가'라는 제목으로 출산 정책과 여성의 역학 관계를 비판한다. 126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이고도 해결되지 않는 '출산율의 난제'에 맞서 출산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즉 수치를 극복하고 출산의 주체인 여성으로 시선을 돌린다. 

3장 '생명공학 기술과 여성의 몸'에서는 난임과 부림 해결을 위한 생식보조기술이 오히려 모성을 위해 자기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 발생을 강제한다고 지적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집단 재생산 과정에서 여성이 주변인화 되는 과정에 주목하는 것이다. 저자는 각종 출산 관련 윤리 이슈에 대해 여성의 목소리에 보다 귀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나라의 이슈도 포함돼있다. 5장 '중국 계획출산정책 배경하의 여성노동권인보호 현황'은 최근 2자녀 정책으로 전환한 중국의 출산 실태를 이야기한다. 특히 한 자녀 정책에 이어 2자녀 정책에도 드러나는 중국 여성의 희생을 논하며 중국 역시 한국과 다를 바 없이 고용차별, 경력단절, 승진제한 등의 차별을 겪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외에도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타자화된 여성상에 주목해 여성이 '비인격화'되는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한편, 우리 문학에 나타나는 강간 모티브를 분석해 우리 문학이 그 스스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모습을 반영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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