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영화 '로마' 스틸컷

[문화뉴스 MHN 임우진 PD]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영화 '로마'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달성했다. 

'로마'는 1970년대 혼란의 시기를 겪던 멕시코시티 로마를 배경으로 중산층 가정의 젊은 가정부의 시선을 따라 감독의 경험을 차분한 앵글의 흑백 화면으로 재현하며 역사적 사실과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표현한 작품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그래비티'로 감독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촬영상, 편집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경력이 있는 현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3개 부문 수상은 이변과 같이 여길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로마'의 아카데미 3관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65mm 필름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극장 상영에 최적화된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으로 배급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스트리밍은 자리에 앉아 영화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극장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만 비연속적으로 관람 하는 것이 가능하고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 짬을 내어 여가를 즐기는 생활 패턴과 맞물리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들이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며 유능한 감독들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가 하나 둘 등장하자 영화 상영에 보수적 시각을 가진 영화인, 단체와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을 두고 "스트리밍 플랫폼이 기존의 극장 상영 방식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며 '큰 스크린에서 보는 영화가 아니면 황금종려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영화의 수상에 대한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SF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두 곳의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TV 포맷을 선택한 이상 넷플릭스의 영화들은 TV영화이다. 그러므로 그 영화 들은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을 받아야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영화의 작품성이 재생되는 매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남긴다. 

1900년대 초반 찰리 채플린과 알프레드 히치콕이 만든 무성영화는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얻는 명작으로 남아있고 현재 이들 작품을 감상하려면 인터넷을 통하는 것이 거의 유일방법이지만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평가절하 받지 않는다.

지난 12월 열린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멕시코 언어로 만든 흑백영화에 관심있는 관객이 쉽게 접근하려면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과거 극장에서 다양한 국가의 영화가 상영된 것과 달리 슈퍼히어로 영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극장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발언으로 영화 다양성 부족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로마'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은 넷플릭스 뿐 아니라 아마존,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자체 제작 작품을 배급하려는 사업자와 그런 작품을 평가하는 이들에게 플랫폼과는 상관 없이 작품이 표현하는 메시지와 내용 자체에 집중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좋은 작품이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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