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3·1운동 100주년 맞아 이를 기리는 전시 '모두를 위한 세계' 개최

민족, 국가 중심의 시선 버리고 제 3자의 시선에서 3·1운동 정신 바라봐

일본인 작가 히카루 후지이, 베트남인 목소리로 2·8 독립 선언문 낭독하는 작품 선보여 눈길

ⓒ 서울시립미술관

[문화뉴스 MHN 주재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 '모두를 위한 세계'에 일본인 미술가가 2·8독립선언서를 주제로 작품을 출품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작품은 2·8독립선언서를 푸른색 작업복 차림의 일본 내 베트남 유학생이 낭독하는 장면을 3채널 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작품을 만든 히카루 후지이는 "처음 미술관으로부터 3·1운동 100주년 기념 작품 제작을 의뢰받았을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하며 "그러나 일본인으로서, 예술가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2·8독립선언서를 작품으로 재현하는 일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국주의의 흔적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2·8 독립선언은 3·1운동이 있기 약 한 달 전인 1919년 2월 8일 일본의 조선인 유학생들이 도쿄 한복판에서 벌인 독립 선언이다. 2·8 독립선언은 일본 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국내 독립운동가들도 각성시켜 3·1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일본 내 베트남 유학생들이 2·8독립선언서를 읽었다는 것이다. 베트남인 노동자는 일본에서 가장 차별받는 존재다. 100년 전 조선 유학생들의 정신이 베트남 노동자의 목소리로 전달됨으로써 2·8독립 선언문의 의미를 역사 속의 '민족주의 운동'에 제한하지 않고 현재까지 만연한 '차별'과 '이민자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인본주의 운동'으로 확장한다.

  

'모두를 위한 세계' 공식 포스터 ⓒ 서울시립미술관

한편 이번 작품이 전시되는 '모두를 위한 세계'는 기존의 한일 양자간 민족주의적 대립을 넘어 '보편적 인류애'를 추구한 3·1운동 정신을 돌아보려는 전시다. 따라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을 아흐멧 우트, 야오 루이중, 윌리엄 켄트리지, 응우옌 트린 티, 제인 진 카이젠 등 여러 국적과 배경의 작가들에게 맡겼다. 이들은 각국의 역사를 3·1운동 정신을 통해 되돌아보거나 민족주의, 국가주의적 관점 밖에서 제 3자의 눈으로 3·1운동 정신을 조명했다. 전시는 3·1운동 100주년인 1일부터 오는 5월 2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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