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정영주 기자] 미술 양정욱은 미술가만이 아니다. 개인전 준비와 글쓰기뿐 아니라 그는 지난해 바쁜 시간을 쪼개 연극까지 올렸다.

"연극을 준비할 때 사람들과 한창 '으으' 했는데 이제는 그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어요. 각종 레지던시에 참가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죠."  양정욱은 그의 신작 '단체 사진'을 구상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작가가 소개한 '단체 사진' 연작은 바위같이 큰 덩어리들을 줄 따위로 연결한 형태였다. 작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의 덩어리들을 두고, 한번 단체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권했다.

 

"사람들이 쭈뼛쭈뼛하는 가운데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도, 모여서 찍을 때의 에너지 같은 것이 있잖아요. 촬영에 임하는 구성원과 상황, 환경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체 사진에는 특유의 유대감 또한 남아 있어요."

 

또한, 양정욱은 소리, 빛 그리고 움직임을 활용한 공감각적인 설치 작업으로 인상적인 작가다.

양정욱 작품을 처음 보면 세련된 장난감 같은 외관에 먼저 끌린다. 작가는 "빛이나 그림자, 소리는 관람객 눈길을 잡아끄는 책 표지 같은 것"이라면서 "작업을 하면서 움직임을 더 연구하게 됐고, 이제는 그 에센스를 뽑으려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단체 사진' 연작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양정욱의 작업 소재는 소소한 일상이다. 갤러리현대 2층의 '이제는 만나지 않는 친구들' 연작은 요즘은 멀어진 옛 친구를 재현하여 만들었고, 지하 1층의 '대화의 풍경'은 집 보수공사 때 아내와 싸운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떠올리며 만든 작품다.

 

누군가는 개인사에 지나치게 편향된 작품이라고 지적할지 모른다. 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명쾌하다. "우리 삶의 바닥에 있는 가장 딴딴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은 이야기를 탄탄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차곡차곡 그렇게 그가 쌓은 작은 이야기들은 거대한 사회 담론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늦은 밤 근무를 서는 경비원의 초상을 구현한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2013)와 같은 작품은 노동자의 현실을 비추는 작품으로도 읽힌다. '단체 사진'이나 '이제는 만나지 않는 친구들'은 현대사회의 흔한 인간관계의 다양한 일면을 보여준다.

 

갤러리현대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 전시는 27일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