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에세이부터 장편소설까지...페미니즘에 관한 도서 추천

[문화뉴스 MHN 한진리 기자] 지난 3월 8일은 111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분명해지는 시대, 진정한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도서들을 소개한다.
 

1. '헝거(Hunger),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 록산 게이

ⓒ 사이행성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대체로 우리 욕망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원하고 원하니까. 아, 우리는 얼마나 원하는가, 우리는 허기로 가득하다."

페미니즘 분야 1위, 아마존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된 책 '나쁜 페미니스트'로 잘 알려진 록산 게이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끔찍한 성폭력을 겪은 후 몸집이 커지면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해질 거라 믿고 거구가 되기로 한다. 

저자는 성폭행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하며, 몸에 새겨진 상처의 기록과 성폭력, 그리고 '뚱뚱한' 사람에 대한 혐오의 시선 등 자신에게 가한 고통을 낱낱이 증언한다.

2.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권보드래 외 12명

ⓒ민음사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남성들은 여성의 책 읽기를 보바리슴으로 폄훼했다.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 '엠마'가 많은 책을 읽은 후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불륜'을 저지르다 결국 자살에 이르는 것처럼, 책 읽는 여성들을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비정상의 여성으로 간주한 것이다."

2017년 2월,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어 매회 100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참여했던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를 책으로 엮었다. 강좌의 기획 의도이자 목적은 '페미니즘적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문학 다시 읽기'였다. 신소설에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서사까지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 문학의 중요한 마디들을 재검토한다.

총 3부로 나누어 묶인 열세 편의 글들이 지닌 문제의식은 근대문학, 신여성, 위안부, 교양, 남성성, 민주화 등으로 모두 다르지만, 주류 문학사의 남성 중심적 질서가 규정한 ‘문학(성)’을 의심없이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공통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3. '이갈리아의 딸들' - 게르드 브란튼 베르그

ⓒ황금가지

"아버지는 "저 애는 내 딸이야!" 라고 뻔뻔스럽게 말할 수가 없었다. 어떤 증거도 없었던 것이다. 가계를 잇는 책임은 엄마에게만 있었다. 아버지가 재산을 물려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래서 불합리한 것이었다."

1977년 출간된 이후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책이다. 유쾌한 상상력과 재치가 넘치는 유토피아 소설로,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체계가 완전히 뒤바뀐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최근에는 책을 패러디한 연극 '미러링'이 상연되기도 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도서명을 딴 '웹사이트 메갈리아'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4. '달콤한 노래' - 레일라 슬리마니

ⓒarte

"그녀는 광신도처럼 격렬하게, 악마에 들린 사람처럼 맹목적으로 그 아기를 욕망한다. 자신과 욕망의 만족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것의 숨통을 끊고, 불태우고, 없애버릴 수도 있을 만큼"

책은 감미로운 자장가가 아닌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울부짖음과 함께 시작된다. 저자는 경력 단절 여성, 산후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 그리고 이민자, 계급적 소외를 겪는 빈곤층 등 배척당하고 모욕받으며 삶 전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특히 여성이 겪는 소외를 “숨겨진 고통”이라고 표현하면서, 하찮게 여겨지고 은폐되어 있던 여성의 삶을 무대의 한가운데로 끌어와 보여 준다.

결국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인생, 자기 자신도 외면하고자 했던 여성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리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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