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 '패왕별희' 창극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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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김인규 기자] 초패왕 항우와 우희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경극 '패왕별희'가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창극단은 다음 달 5일부터 14일까지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창극 '패왕별희'를 올린다. 연극과 뮤지컬, 서양 고전 등 외부 장르와의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국립창극단의 또 한 번의 실험이다.

연출을 맡은 대만 당대전기극장 대표 우싱궈(66)는 어제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판소리를 깨뜨리거나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며 "제가 노력할 수 있는 측면에서 판소리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싱궈는 평생을 경극의 현대화·세계화 작업에 헌신해온 경극의 대가이다. '리어왕', '템페스트', '고도를 기다리며' 등 서양 고전을 경극 양식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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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이번 창극은 새 도전이다. 그는 "양국 역사와 전통이 만나는 작업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큰 압박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도 있었습니다. 경극의 위기라 불리는 시대에서도 30여년간 경극을 해온 경험이 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고 전했다.

그는 경극뿐 아니라 세계 다양한 전통문화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으며, 그러나 "모든 것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 전통은 더 용감해야 져야 한다"며 "전통이 세계 관객과 만나고 현대와 융합할 수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리꾼 이자람(40)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이번 작업에 더 이목이 쏠린다. 이자람 역시 '억척가', '사천가' 등 브레히트의 희곡을 창작 판소리극으로 재탄생시키며 판소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섭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소리 단편선 '추물-살인', 남미 문학을 대표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품을 판소리화한 '이방인의 노래' 등으로 솜씨를 인정받았다.

우싱궈와 이자람 모두 전통예술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시도해온 공통점을 지녔다.

이자람은 "처음에는 경극의 아름다움을 잘 못 느꼈다"며 "배우들의 연습 장면을 보면서 경극과 창극을 하는 사람들의 만남만으로도 무엇인가가 벌어지고, 무엇인가가 탄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경극은 손끝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손짓, 눈짓,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상징적이다. 또 그만큼 시각적인 부분이 강조된 장르다.

반면, 판소리는 소리꾼의 창(노래)과 아니리(말), 발림(몸동작)으로 긴 서사와 모든 내적 표현을 해내는 예술이다.

창극 작품을 5~6편 관람했다는 우싱궈는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은 생명력과 안에서부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외침"이라고 평가했다.

"판소리는 한국의 가장 중요하고 빛이 나는 보물입니다. 제가 비록 한국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작품을 관람하며 한민족의 용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극이 무용이나 연기, 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원화를 시도한 양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판소리 역시 다양한 장르를 결합·융합하고 습득할 수 있는 큰 그릇임을 깨달았습니다.”며 다만 그는 "판소리의 내적인 요소를 경극의 시각적인 요소로 표현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며 "기존의 청각적 감동이 경극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드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패왕별희'는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장국영) 주연의 동명 영화(1993)로 친숙하지만, 이번 작품은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항우가 패하고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이 담겼다.

대본과 안무를 맡은 린슈웨이는 "장궈룽 주연 영화의 전설을 깨트릴 수 있을지, 전통적 이야기가 현대 관객과 잘 만날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며 "다만 항우와 우희란 두 인물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라고 말했다.

초나라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이, 우희는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 김준수가, 책사 범증은 허종열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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