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삭제조치에도 불구 복사본 등장
인공지능 감시 시스템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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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최윤진 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찍은 동영상과 관련 계정에 대해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들이 일제히 삭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총격 동영상 복사본이 다시 업로드되었으며, 페이스북 등은 사본 동영상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정치권에서는 페이스북이 '늑장 대처'를 했기 때문에 총격 영상이 마음대로 돌아다녔다며 질책했다.

CNN에 의하면 체포된 총격 용의자 중 한 명은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약 17분 분량의 라이브 총격 영상을 촬영해 방송했다.

총격 용의자는 트위터 및 이미지 보드 사이트 '8chan'에 반이민 선언문을 게시하고 페이스북 계정 링크를 걸어 놓았다. 해당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슬람 사원 테러 생방송을 진행하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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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계정의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에는 범인이 차량을 타고 이슬람 사원으로 움직이는 과정과 트렁크에서 소총을 꺼내 들고 사원에 들어가 난사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동영상에 나온 용의자는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사람을 쏜다. 범인은 자신이 비디오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를 통해서 킬러 훈련을 했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이번 총격사건으로 인해 4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호주·뉴질랜드 지역 정책담당 미아 갈릭 국장은 "뉴질랜드 경찰이 라이브 스트리밍이 진행된 직후 영상에 대해 알려왔고 즉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용의자 계정 및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해당 총격 영상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얼마 동안 노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페이스북 측이 영상을 삭제 조치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페이스북에 영상 사본이 다시 등장했다.

페이스북 이외에도 유튜브, 트위터에 영상 복사본이 업로드 된 것으로 파악됐다.

트위터는 "뉴질랜드 총격 또는 총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계정, 비디오 영상 등을 플랫폼에서 모두 제거했다"라고 밝혔다.

유튜브 또한 폭력 콘텐츠에 관한 회사 정책에 따라 총격 영상에 대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에게 총격 영상을 다운로드 하거나 또는 확산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엄중 경고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나름대로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떠돌아다니는 영상의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반극단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루신다 크레이튼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가 공조해서 협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이런 비디오들이 다시 나타날 수 있게끔 허용해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CNN 법률자문역을 맡고 있는 스티브 무어는 "총격 비디오를 공유하는 것이 모방범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테크기업들이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난 그들의 수익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더 빨리 (총격 영상을) 끌어내렸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도 "이런 증오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생중계되고, 삭제 후에도 유튜브와 레딧 등을 통해 마구 증폭되는 게 현실"이라며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이 인공지능(AI) 감시를 통한 증오 콘텐츠 적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이번 총격 영상을 사전에 감지·차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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