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최윤진 기자] 익인(翼人)은 인간과 같은 외형을 갖고 있지만, 날개가 있고 치유의 능력을 가졌다. 

‘비오’는 도시인과 익인의 혼혈로 날개가 보통 익인들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아 익인 공동체에서 외면당한다.

동료들과 함께 도시인들이 잡아간 익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 비오는 그 과정에서 도시인들에게 붙잡혔다가 시청 우두머리인 시행의 이복동생 ‘루’를 인질로 삼아 탈출한다.

혼자 시 청사에서 외롭게 살던 루는 익인 공동체에서 머무는 동안 어딘가 자신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비오와 친해지고, 둘은 비오의 18세 이행식을 계기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들며 훌륭한 작품을 출간해 온 구병모가 영어덜트를 위한 신작 장편소설 '버드 스트라이크'(창비)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는 것을 일컫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이 작품에서 익인이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과 충돌을 의미한다.

소설 초반부터 고원지대에 사는 익인들은 도시로 날아와 시청 건물을 습격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실행한다.

왜 그들은 도시를 공격했을까? 고원지대로 가게 된 루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다채로운 성격, 특징을 가진 인물들을 상상하며 루와 비오의 환상적인 모험을 함께하다 보면 익인과 도시인 사이의 해묵은 반목의 역사와 그 속에 숨어 있는 비밀들이 하나 둘 밝혀진다.

작가가 새로 창조된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타인과 다르게 작고 보잘것없이 태어난 주인공들이 함께 세계에 대항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감명을 준다. 

배타적인 사회에서 멸시받으며 자랐지만 이에 굴복하지도,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용기 있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어린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절벽 너머로 도약할 힘을 얻는다.

'네가 어디 있건, 어디서 날고 있든 간에 기다려줘. 지금 곧 거기로 갈게. (…) 아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기다리지 말고 원하는 어디든 날아가라. 내가 따라가면 되니까. 너무 멀리 너무 높이 날아간 까닭에 이 세상을 벗어났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간격만큼 내가 쫓아갈 것이다.'(352쪽)

이번 소설은 구 작가가 지난 2011년 구상을 시작해 초고 완성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그의 역작이자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첫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의 발간 10주년에 출간돼 더 의미깊은 책이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영어덜트 소설의 초석이 된 작품이라고 평가된다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판타지적 요소와 영화처럼 이어지는 극적인 전개의 하모니로 영어덜트 소설의 진화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