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퍼포먼스 ‘베셀’에서 영감....사후세계 표현
회화, 조각, 설치 등 30여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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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최윤진 기자]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 찬 전시장 안에서 빛나는 조각들. 빛을 따라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은 마치 덩어리 같은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머리를 감싸 쥐고 서로 몸을 포개고 있다. 

"댄스와 조각의 융화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성별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거의 덩어리라는 느낌으로 시각화하려 애썼습니다." 

아름다움과 기이함을 동시에 주는 인체 조각 '베셀'은 지난 2017년 일본인 미술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44)와 프랑스 안무가 데미앙 잘레와 함께 연출한 동명의 공연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 세계 순회 공연 중인 ‘베셀’은 사후 세계를 표현한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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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Ⅰ라이즈 호텔에서 "영혼이 없는 신체라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일부러 감췄다"라면서 "공연도 신체가 영혼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는 모습을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7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나와의 개인전이다. 조각 ‘베셀’은 전시의 대표작이다.

길이 30m의 커다란 무대에 전시되어 반짝거리는 인체 조각들은 관람객들의 시각적 감각을 압도한다. 조각의 표면에는 탄화규소 발라 각도에 따라 빛의 반짝임이 달라지게 만들었다. 작가의 철학인 ’감각의 울림’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베셀'에서 관객은 여러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무엇이 옳고 바르고 정확한지 말하기 어려운 시대이지 않습니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대에 머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항적으로 대항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나와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스타 조각가로, 사슴 등 박제 동물에 투명 크리스털과 유리, 우레탄 등을 붙인 '픽셀' 작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 도쿄도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을 통해 유명 작가로 떠올랐고 그의 작품이 세계 유수 기관에 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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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에 설치된 황금조각 ‘스론’(Throne)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 또 한번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이번 서울 전시에도 ‘스론’의 축소 조각 한 점이 공개된다.

언뜻 보면 유물 불상처럼 보이는 황금 조각은 권력을 뜻한다. 작가는 루브르 미술관과 피라미드라는 장소에서 권력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아직도 왕이 있는 곳도 있고 권력이란 것은 계속 존재한다"라면서 "다만 새 시대가 오고 있고 그 왕좌는 인공지능이 차지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나와는 지난 20년 동안 지난 조각과 건축, 디자인,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화두는 무엇일까. 그는 ‘세포’라고 답했다. "제 작업의 원점에는 세포가 있습니다. 세포라는 것이 끊임없이 살아와서 지금 우리가 만드는 세상을 만들었잖아요. 세포가 몇억년에 걸쳐 진화했기에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합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2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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