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출신 리처드 록웰(92), 전쟁 직후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경판 반환

 

ⓒ신흥사

 

[문화뉴스 MHN 이채원 기자]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 있던 불교 경판을 가져갔던 미군이 65년 만에 이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했다. 

설악산 신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제반문'(諸般文) 목판을 보관하는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신흥사는 전쟁으로 황폐해져 있었고, 경내 전각은 파괴되어 있었다. 

미군 해병대에서 복무한 리처드 록웰(92)씨는 중위 시절이던 1954년 10월 황폐한 신흥사에서 경판 1점을 수습하고 다음달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는 한국에서 가져온 경판이 중요한 문화재라고 판단했고, 이를 한국에 돌려주고자 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속초시립박물관에 경판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아울러 록웰은 자신이 한국에 장교로 머물 때인 1953~1954년에 촬영한 슬라이드 사진 279점을 함께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속초시립박물관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이 유물의 가치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재단은 현지 직원들을 통해 유물이 진품임을 확인했다. 

유물 반환 의사를 전달받고 유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한 신흥사는 능인사 주지 지상 스님을 미국의 록웰 자택에 보냈고 경판을 돌려받았다. 

이날 록웰의 자택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함께 방문했다. 

지상 스님과 안민석 의원은 조건 없이 경판을 자진 반환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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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반문은 사찰에서 행한 일상의 천도의식과 상용(相容)의례를 기록한 문서이다. 신흥사 제반문 경판은 88장·44점이 존재했다고 전하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소실됐다. 현재 14점만이 남아있다. 

이번에 돌려받은 유물은 제반문 목판의 마지막 부분인 87~88장에 해당한다. 

경판의 상태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17세기 중·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경판의 크기는 가로 48.2㎝·세로 18㎝이다. 

경판에는 '연옥'(連玉)과 '김우상양주'(金祐尙兩主)라는 시주자와 관련된 정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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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관계자는 "국가적 혼란기에 국외로 나간 성보문화재의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간다)를 위해 사부대중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반환된 경판에 대해서는 "제반문 경판은 당대 경전 간행 과정과 승려들의 생활상, 불교의례, 인쇄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오늘부터 신흥사 유물전시관에서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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