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스' 에 내포된 상징과 결말 해석

[문화뉴스 MHN 한진리 기자] 영화 '어스' 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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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의 글로벌 흥행 수익은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285억 원)를 돌파했고, 국내 누적 관객수도 30만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어스' 는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를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낸 공포물 '겟 아웃'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이다.

바닷가로 휴가를 온 네 가족이 집 앞에서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얼굴을 한 또 다른 가족(도플갱어)을 만난 후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스' 는 아는 만큼 해석이 가능한 다수의 상징을 품고있다. 결말 한 장면만 따로 분리해서 해석하는 것이 아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를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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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

'11'은 영화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타포다.

주인공 소녀가 마주치는 노숙자가 들고있는 피켓에는 성경에 나오는 예레미야서 11장 11절이 써있다.

"...보라 내가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리니 그들이 피할 수 없을 것이라. 그들이 내게 부르직을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할 것인즉" 이라는 말씀으로, 주인공들에게 닥칠 재앙을 경고하는 인용구로 사용된다.

'11' 이라는 숫자는 상·하·좌·우가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숫자다. 이는 완전히 같은 모양의 '도플갱어'와 '나'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초반, 가족들이 쭉 서있는 그림자의 모양은 '1111' 로 표현할 수 있다.

TV 중계 장면에서 야구 스코어도 11:11 이며, 주인공이 시계를 봤을때의 시각도 11시 11분,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의 엠뷸런스 번호도 1111 이다.

빨간 옷을 입은 도플갱어 가족이 나타난 장면도 1111 로 볼 수 있으며 오프닝 당시 줌아웃 되며 화면을 가득 채운 토끼 우리도 가로 11칸, 세로 11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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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Hands Across America​)

영화적 배경인 1980년대, 당시 약 650만명이 참가한 미국의 자선 모금 행사 '핸드 어크로스 아메리카' 가 열렸다.

행사는 사람들이 길게 손을 잡고 옆으로 줄을 서는 방식으로 15분간 열렸는데, 이는 애들레이드가 15분간 거울방에 있었던 시간과 일치한다.

감독 조던 필은 이 부분이 공포영화로 차용하기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대적 배경과 연관한 역설성에 기인한다.

당시 미국은 냉전시대를 겪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형 모금행사를 벌였지만, 정작 그들에게 희생당한 다른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했다.

감독은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를 마주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플갱어들이 언덕 너머까지 길게 손을 잡고 줄지어 서있는 장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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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말

결말에서 주인공(애들레이드 윌슨)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토끼로 가득한 지하로 향한다.

주인공은 도플갱어가 어디 숨어있는지 모르지만, 어릴 적 자신의 도플갱어를 만났던 'FIND YOURSELF' 거울방으로 갔던 위치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도, 자신이 어디로 찾아 들어가야 하는지 길을 정확히 알고 있다.

주인공 애들레이드가 과거 'FIND YOURSELF' 거울방에 15분 동안 들어갔다 나온 이후, 부모님은 딸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고 한다.

결국엔 현실의 애들레이드가 자신의 도플갱어를 죽여 이기게 되지만, 사실 싸움에서 이긴 현실의 주인공은 가짜다.

'가짜' 애들레이드는 마지막에 '진짜' 애들레이드를 죽일 때까지 내내 손에 수갑을 차고 돌아다닌다. 이는 상징적으로 그녀가 진정한 '묶인 사람(the tethered)' 임을 나타내는 힌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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