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대학·극단 측 “블랙 페이스 아냐...전통 따른 것”
학생들 “어떠한 형태의 블랙페이스도 있어서는 안 돼”

ⓒpixabay

[문화뉴스 MHN 최윤진 기자] 파리 명문대학 소르본 대학 극장에서 무대에 올리려고 했던 고대 그리스 비극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왔다. 결국 공연은 취소됐다. 

지난 25일 연례 행사인 그리스 비극 축제를 위해 마련한 아이스킬로스의 ‘탄원하는 여인들’의 공연장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진행하며 반발하자 소르본 대학 측이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 

학생들은 공연 준비를 위해 극장으로 출근하던 출연진들을 막으면서 이번 연극이 “아프리카 공포증, 식민주의, 인종차별” 은유적으로 전달한다고 비난하며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배우들이 검은 가면을 착용하고 연기하는 것이 ‘블랙페이스’ 분장이라고 주장한다. 블랙페이스는 노예제도가 존재하던 19세기 백인 배우가 흑인 연기를 할 때 흑인의 신체적 특징을 과장하여 분장한 것을 말한다. 

ⓒ소르본 대학 홈페이지

소르본 대학이 웹사이트에 게시한 행사 홍보 사진에는 여배우가 짙은 피부로 분장하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대학과 극단은 이번 논란은 학생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고대 그리스 연극인 만큼 당시 전통을 따라 배우들이 검은 가면과 흰 가면을 착용하기로 한 것일뿐, ‘블랙페이스’를 의도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물리력으로 저지하고 출연진을 모욕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하면서 예술적 자유에 대한 전혀 부당한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극단 측 필립 브뤼네 단장은 배우들이 블랙페이스가 아니라 가면을 착용하고 등장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소동은 구릿빛으로 분장한 여배우의 리허설 장면을 촬영한 사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그리스에서는 무대에 나설 수 없던 여성 역할을 맡거나 또는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았을 때 배우들이 이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가면을 사용했다. 무대와 멀리 떨어진 관객들이 역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얼굴의 특징을 부각한 가면을 이용하기도 했다. 

공연 주최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학생측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프랑스흑인협회대표자회의(Cran)는 "소르본에서 벌어지는 식민주의 선동"이라는 제목 하에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전국대학생연합(UNEF)은 "사회, 특히 대학에서 온갖 형태의 블랙페이스를 사용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학생들의 태도에 대해 정부측이 비판의 입장을 표명했다. 고등교육·연구 장관과 문화장관은 지난 27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여 "어이없는 일"이라며 "모든 학구적 가치, 공화주의 원칙에 반하는, 대학내 표현와 창작의 자유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르본 대학측은 향후 새로운 형태의 '탄원하는 여인들'을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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