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주관방송사 'KBS', 느리고 부실한 정보 전달로 뭇매
MBC,SBS 마찬가지...한 발 늦은 특보 체제 전환

[문화뉴스 MHN 한진리 기자] 간밤 산불이 동해안을 삼켜버린 '국가재난사태' 에 재난주관방송사 KBS를 비롯한 지상파가 일제히 부실한 보도 역량을 노출하며 비판을 받았다.

ⓒKBS

전날 오후 7시 17분 시작된 강원 고성·속초 지역 산불은 오후 9시 이후에는 속초 시내까지 위협,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소방청은 오후 9시 44분을 기해 화재 대응 등급을 최고 단계인 3단계로 올리고, 전국에 소방차 지원 출동을 지시했다.

이번 화재로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1명이 숨지고 가구 4011세대가 대피했으며 산림 약 250ha와 주택 125여채가 소실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지난 2005년 4월 강원도 양양산불과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사고 후 첫 국가재난사태 선포다. 

사태의 긴박함 속에도 지상파 3사는 한참 뒤늦게야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산림청이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때에도 드라마와 예능, 시사 프로그램 편성을 지속해, 국민들은 보도 전문 채널이나 SNS에서 정보를 접해야만 했다.

ⓒKBS

KBS는 '재난주관방송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KBS 뉴스 9'에서 3차례 현지와 연결 방송을 하기는 했지만 특보는 오후 10시 53분에야 시작했다. 게다가 첫 특보는 겨우 11시 5분까지 10여분 이어졌고, 이후에는 정규 방송 '오늘밤 김제동' 이 방송됐다.

'오늘밤 김제동' 역시 생방송 프로그램이지만 MC의 산불 언급은 없었고, 20분 간 산불과는 상관없는 4·3보궐선거 등에 대한 이야기만 이어졌다. 11시 25분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때는 이미 청와대에서 위기관리센터 긴급회의를 준비하고, 사망자마저 나온 시점이었다.

특보 내용 자체도 크게 부실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SNS에서는 실시간으로 산불 상황이 전파되며 국민들이 공포와 우려에 휩싸였지만, 지상파에서는 현지 주민과의 전화 연결이나 이미 다 알려진 화재 원인·피해 상황만 반복적으로 전달할 뿐이었다.

특히 대피소 정보나 대피 요령, 추가 피해 방지 등 현지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재난 관련 정보에 더 접근성이 낮을 수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도 사고 다음 날인 5일 오전부터야 제공됐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페이스북에 "재난 속보에 수어통역을 지원하라. 장애인도 재난 속보를 듣고 안전해질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MBC

부실 보도는 MBC와 SBS도 마찬가지였다.

MBC는 오후 11시 드라마 '더 뱅커'가 끝난 후에야 예능 '킬빌'을 결방하고 특보 체제에 돌입했다.

SBS는 예능 '가로채널'을 방송하다가 오후 11시 52분부터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이때는 이미 JTBC 같은 종합편성채널도 예능을 결방하고 특보를 시작할 때였다.

지상파 3사는 뒤늦게 특보 경쟁에 불이 붙어 이날 오전 아침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을 일제히 결방하고 뉴스를 전달했지만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시민들은 "강원도 국민들은 국민이 아니냐", "상황이 급박한데 웃고 떠드는 예능만 내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 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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