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극동 유교국가들이 공자철학의 근대적 활용에 게을렀던 탓에 서구에 휘둘리는 역사적 징벌을 받았지만, 이제는 높은 근대로의 도약에 성공하였다고 진단헤

출처 : 연합뉴스

[문화뉴스 MHN 정영주 기자] 정치학자이면서도 역사학과 동양철학에 큰 관심을 보여온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800쪽이 넘는 책 두 권으로 이루어진 신간 '공자철학과 서구 계몽주의의 기원'을 펴내었다.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이었던 2017년 황 교수는 고종이 경복궁을 빠져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향한 사건을 정치적 망명으로 규정짓고, 대한제국이 근대화를 이룬 나라였다고 주장한 저서를 연달아 출간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에 발간했던 '한국 근대화의 정치사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중심 사상은 유교였으며, 서구 근대화의 사상적 기원 역시 기독교가 아니라 유교였다는 파격적인 견해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공자철학과 서구 계몽주의의 기원'은 이 같은 생각을 더욱 심도 깊게 논증한 책이다. 그는 르네상스도, 계몽주의도 모두 동양 공자철학에 뿌리를 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권력 분립적 제한군주국과 민본주의를 지향한 유교문명이 유럽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시기를 13세기로 본다. 유교의 서천(西遷)으로 유럽은 암흑기 같았던 중세시대를 벗어났고, 소생한 물질적 토대 위에서 문예부흥 운동인 르네상스가 일어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육중하고 어둠침한 질감과 심각한 기질의 예술 풍조인 바로크 또한 중국적 문화와 풍미가 중세 유럽의 무거운 정조와 뒤섞여 생겨난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관념의 바탕에는 중국이 송나라(960∼1279)시기에 이미 낮은 단계의 근대국가에 도달하였고, 11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극동의 경제적 풍요를 촉진시킨 사상이 공자와 맹자의 경제철학이었다는 생각이 있다.
 
서구적 근대 또는 보편사적 차원에서 '높은 근대'(High Modernity)의 모태는 유교적 근대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저자는 서양 계몽철학자들이 공자철학과 극동문화를 단지 자기들의 독창적 사상을 검증하는 사례나 이 사상을 비춰보는 거울로만 이용했다며 계몽주의의 본질 구성적 요소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잠시 극동 유교국가들이 공자철학의 근대적 활용에 게을렀던 탓에 지난 한세기동안 서구에 휘둘리는 역사적 징벌을 받았지만, 이제는 높은 근대로의 도약에 성공하였다고 진단한다.
 
저자의 이 같은 주장은 독특하고 신선하다. 그러나 문명의 독자성은 고려하지 않는 듯하고 인류 역사를 단선적 발전론으로만 이해한 듯한 시각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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