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돼

출처 : 서울시극단

[문화뉴스 MHN 정영주 기자] 휘몰아치는 감정을 겨우 억누른 채 거울을 바라보는 여자 앞에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비친다.

그는 바로 여자의 분신인 '익'이다.
 
여자와 분신은 절규하고, 슬픔에 몸부림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다시 밀어내는 등 마치 한 몸인 것같이 무대 위에서 완벽한 호흡의 춤을 춘다.
 
온통 검은색으로 자신을 숨겨버린 여자는 '익' 앞에서만은 모든 것을 내보이며 내면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꺼낸다.
 
서울시극단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늘(1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공연하는 창작극 '함익'은 2016년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이하여 고전 '햄릿'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창작한 연극이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400년 전 어머니의 배신에 고통받으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쳤던 햄릿은 '함익'에서 21세기 아버지에게 복수를 꿈꾸는 한국 여성 '함익'으로 다시 탄생하였다.
 
재벌 마하그룹의 외동딸로 태어난 함익은 '햄릿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꾸는 여자'이다.
 
함익은 친엄마가 아버지와 새엄마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의심을 20년 가까이 품고 살아가며 외부인과 진솔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대학교수인 함익은 학생들의 '햄릿' 공연에 파수꾼 버나드 역으로 참여한 연우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함익은 연우가 햄릿 역을 맡게끔 일을 꾸미고 극 내용도 자기 입맛에 따라 바꾸자 '햄릿' 공연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번 공연은 제목이 '함익'인 만큼 '함익' 역을 맡은 배우 최나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함익' 역을 맡은 최나라는 오늘(12일) 진행이 된 프레스콜 전막 시연에서 분노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함익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최나라는 "함익은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기며 고독한 삶을 살지만, 그 안의 섬세함, 유연함을 좀 더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하였다.
 
함익과 익이 서로 대사를 주고받고 내면의 아픔을 쏟아내는 장면은 마치 한편의 세련된 무용극을 보는 듯이 아름답다.
 
연우가 햄릿 연기를 연습할 때 감정이입을 한 함익이 그와 함께 대사를 말하는 장면은 마치 완벽한 화음을 내는 한편의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대를 장악하는 최나라의 카리스마도 인상적이지만 그에게 압도되지 않고 때로는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융화되기도 하는 다른 배우들의 무대도 인상적이다.
 
김광보 연출은 "연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과 어떤 교감을 주고받느냐, 앙상블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며 "대사의 답은 앞뒤 대사에 있다는 것을 연습 내내 강조하였고 배우들도 잘 따라와 주었다"고 돌아보았다.
 
'함익'에서는 학생들의 '햄릿' 공연 준비를 통하여 햄릿에 대한 새로운 시각또한 제시한다.
 
주로 연우의 입을 통하여 전달되는 햄릿은 복수를 앞두고 결정을 못 내리는 우유부단한 왕자가 아닌 각자의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김은성 작가는 "원작에서 '햄릿'은 인간이 할 법한 모든 고민을 다 짊어졌던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로 상징되는 원작의 무거움을 깨고 싶었다"고 하며 "햄릿의 겉은 남성적이지만 그 심리는 매우 여성적이라 느꼈고, '함익'에서는 햄릿이 가졌을 듯한 이면의 심리를 드러냈다"고 설명하였다.'
출처 : 서울시극단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후 신발을 벗고 죽음을 향해가는 함익의 마지막 장면은 생각보다 쓸쓸하지만은 않다.

고통과 억압뿐이었던 삶에서 해탈할 마지막 방법을 찾은 그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평온하여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최나라는 "극 중 연우가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하여 계속 질문을 던지는데, 함익은 복수가 실패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지 않다는 걸 느낀다"고 하며 "진정한 해탈의 의미로 죽음을 선택한 것 같고 나 또한 그렇게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배우들의 무대외에도 긴장감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 연극인 만큼 속도감이 느껴지게 장면이 전환이 되도록 무대 앞뒤를 활용한 연출력또한 볼만하다.
 
함익이 죽음을 향하여 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이 스쳐지나가는 기억들을 모래성이 무너지는 모습으로 표현한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함익의 분신인 '익' 역은 강렬한 에너지와 독특한 개성을 분출하는 배우 이지연이 맡았다.
 
함익 내면을 흔드는 '연우' 역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약중인 배우 오종혁과 조상웅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은 배우 강신구가 함익 아버지 '함병주'역을 맡아 함익의 내면을 병들게 하는 인물을 소화한다.
 
티켓가격은 R석은 5만원, S석은 3만원, A석은 2만원이다.
출처 : 서울시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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