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추천도서]
조선에서 추방된 20세기 일본의 참여시인 유작 '흙담에 그리다' 발간
네 편의 시를 엮은 장편시... 자유에 대한 갈망과 참여와 단결 노래하며 자유로운 조선 그려

출처 : YES24

MHN 책 추천]

[문화뉴스 MHN 김재정 기자] 식민 지배에 시달리던 1921년 조선에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철도 중심지인 대전에서 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문학 청년 우치노 겐지가 있었다. 

부임 1년 후 문학 모임을 결성하고 시 전문잡지인 '경인'을 창간한 그는 억눌림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조선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을 받아 시를 짓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우치노는 1923년 그동안의 문학 활동을 결산하는 첫 시집 '흙담에 그리다'를 발표하는데, 해당 작품에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혼용하며 조선 풍광을 모더니즘적으로 표현해 주목받았다. |

그의 작품 중 시집과 같은 제목을 가진 장편 표제시 '흙담에 그리다'는 좌파 프롤레탈리아 문학에 심취한 그가 핍박받는 민중의 고통으르 조선 풍광에 연결한 시어로 표현한 참여시였다. 

또한 그의 시는 단순한 핍박과 고난을 넘어 각성과 행동을 촉구했으며 결국 총독부의 심의에 걸려 시집 발간을 금지당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저항 정신이 부추겨진 겐지는 경성을 거점으로 조선 프롤레탈리아 예술가 동맹인 카프 문인들과 교류하며 잡지 발간, 문예 결사 결성,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보인다. 

이에 결국 총독부는 1928년 우치노를 교사직에서 파면하고 조선에서 추방했으나 도쿄로 이동하 그는 이러한 총독부의 행태에 날을 세운 시집을 발간하며 두 번째 시집 '까치'를 조선어 제목으로 발표하고 아라이데쓰라는 필명으로 활동한다. 

이에 일제는 우치노를 불순분자, 위험분자로 분류하고 체포 및 구금, 고문 등을 가하면 박해했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향토문학적 기조에서 탐미적 모더니즘과 참여 문학이 혼재해 있는 발표되지 못한 그의 첫 시집 '흙담에 그리다'는 시어 마저 일본어와 조선어가 함께하는 독특한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이윽고 짓밟히고 학대당하다/ 결국에는 살아남지 못하는 가로수의 슬픔이 우리의/ 슬픔 아니겠는가// (중략) 우리 마음의 아궁이에는/ 억누를 수 없는 저주의 장작이 타서/ 지금 바로 분방하게 아궁이의 불길을 당기려한다//' ('흙담에 그리다' 중 '어둠의 곡' 일부)

'하지만, 하지만/ 총검에 보복하려 총검을 든다 한들/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힘이 있는가?/ 백년하청을 기다린다는 속담을 모르는가/ 파괴, 파괴, 파괴가 있을 뿐/ 무한한 저주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 하늘도 찢고, 땅도 무너뜨려라/ 천지간에 있는 모든 것을 불어 날려라'('흙담에 그리다' 중 '꿈의 곡' 일부)

도서출판 '필요한책'이 펴낸 시집 '흙담에 그리다'의 표제시는 이처럼 '서곡-어둠의 곡-꿈의 곡-새벽의 곡' 네 편의 시를 엮은 장편시로, 일본인의 시각에서 조선인의 억눌림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그려내면서 행동과 참여, 단결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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