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박현철 기자]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인간 그 자체가 보이길 바랍니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된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이 인터뷰에서 내뱉은 말이다.

3일 그를 전주시 완산구에서 만났을 때, "가치판단이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인간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래야만 숨은 사회 모습이 드러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인간 자체를 드러내야만 관객이 공감할 수 있어요.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은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16살 소녀가 겪는 첫사랑과 나폴리의 16세 범죄자 소년이 느끼는 첫사랑은 결국 같은 것이죠. 한국 관객들도 등장인물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에서는 그곳의 10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돈을 벌기 위해 마피아 세계에 발을 들인 소년들은 점차 어른들의 조직을 조금씩 잠식해가면서 마침내 한 구역의 실세가 되기까지 한다. 어린 나이에 폭력에 노출된 소년들은 폭력을 좇고, 그들 안의 순수성을 점점 사라져간다.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는 10대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조반네시 감독은 말했다.

"10대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나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죠. 10대는 뭐가 선이고 악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변화해가는 모습도 표현할 수 있고요. 우정을 중요시하고 사랑에 죽고 살고 하는 10대 감성이 저에게 와닿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나폴리에 사는 10대 소년들이기 때문에 영화를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영화속에서 인물들이 하는 대화에는 나폴리 밖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방언들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 나폴리 출신 소년들입니다. 실제로 범죄와 관련되진 않았지만 그런 범죄에 노출된 곳에 사는 사람들이죠. 영화 속 소년들처럼 실제 배우 8명 중 6명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한 친구들이에요. 캐릭터와 가까운 이미지의 배우를 찾으려고 했고요. 배우가 등장인물을 감독이나 작가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됐죠."

전작 '플라워'(2016)에 이어 조반네시 감독은 이번에 두 번째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렇지만 이번이 처음으로 하는 한국 방문이다.

조반네시 감독은 "어제 개막작 상영이 아시아 첫 상영인데,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전세계에 진출하는 것이겠죠. 전주국제영화제는 특히 관객들이 훌륭한 것 같아요."라며 그의 포부와 처음 방문한 전주영화제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