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조작 다룬 장강명 동명 소설, 2년 만에 다시 무대 올라

출처 : 극단 비바서커스

[문화뉴스 MHN 김인규 기자] "내 생각엔 우리가 그 영화 '폭망' 시키면서 뭔가를 뛰어넘은 거 같아. 우리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 같아." 연극 ‘댓글부대’에 나오는 대목이다.

권력과 결탁해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젊은이들 이야기를 담은 연극 ‘댓글부대는 지난 3일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언론에 먼저 공개됐다. 

2015년 출간된 장강명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한 연극은, 극단 바바서커스는 2017년 권리장전 프로젝트 당시 이를 무대에 처음 올렸으며,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다시 선보인다.

연극은 찻탓캇으로 불리는 젊은이가 온라인에서 유명한 여기자 임소진을 찾아와 자신이 몸담은 '팀-알렙'이 가담한 인터넷 여론조작 실체를 털어놓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작은 인터넷 마케팅 업체였던 '팀-알렙'이 수수께끼의 조직 합포회 의뢰를 받아 진보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하나씩 무너뜨리고, 여론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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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인터넷에 거짓 여행 후기 등을 올려 돈을 번다. 이들은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다룬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공작'에 뛰어든다. 노동자 영화임에도 정작 해당 작품 스태프는 임금 체불을 당했다는 거짓 고백 글을 온라인에 띄운 것. 진실을 조금 섞은 거짓으로 영화에 치명상을 가한 셋은 성취감을 만끽하며 더 거대한 공작을 향해 내달린다.

무대는 현실과 무시로 교차한다. 여론은 선동당하기 쉬우며 언론도 그 최전선에 있다. 여론을 조작하는 이들의 수법은 전보다 교묘해졌다. '내가 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게 된 젊은이들이 노회한 권력자들에 의해 다시 용도 폐기되는 모습은 섬뜩하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게 누구인지 모른다. (드러난) 얼굴만 본다"라는 합포회의 이철수 이야기는 현실과 닿아 있다.

연극은 인터넷을 넘어 우리 일상에 퍼진 혐오와 조롱의 정서를 적극 조명하려 애썼다. 특히 여성 혐오 세태를 겨냥한 일부 장면은 거북할 만치 적나라하다.

백두산 성공회대 열림교양대 교수는 드라마투르그의 글에서 "대본을 고치면서 초연에서 전면화하지 못했던 여성 혐오의 보다 깊은 문제와 기자 임소진이 지닌 언론인이자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연극 '댓글부대'는 12일까지 진행된다. 17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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