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그의 목소리도 그의 멜로디도 여전히 익숙했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대부분의 가수들에게 늘 실망을 하는 편인데, 그의 익숙한 멜로디도 그의 목소리도 정말 반가울 뿐이었다. 그 익숙함이 편안하고 좋았다. 앨범에 담겨 있는 트랙 구성마저도 이전 앨범들과 다를 것이 없는데, 그의 익숙함이 설렘을 가지고 올 정도로 좋았다. 첫 트랙 전주가 흘러나오는데 심장이 두근대고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고백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두근댔다. 김동률이 '동행'으로 돌아왔다.

김동률의 노래는 반복된다. 그리고 변주된다. 타이틀 곡 '그게 나야'의 주인공은 'Replay',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다시 시작해보자' 에서 등장했던 주인공과 동일인물 같다. '그게 나야'에서 우리는 김동률의 음악에서 아주 예전부터 반복되는 추억 속에 잠겨버린 주인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Replay'에서도 주인공은 연인이 내밀었던 손을 놓치고 추억 속에 잠겨있었다. 그런데 '그게 나야'의 주인공 역시 추억에 잠겨있다. 'Replay'에는 너 머물렀던 그 때로 거슬러 멈추고, 너의 기억들과 살아가고 죽어가는 내가 있고, 그 시간에서 떠다니는 내가 있다. '그게 나야' 에는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 좀처럼 잊지지 않는 네 얼굴을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면서 그 시절을 아직 살아가는 내가 있다. 이렇게 추억에 잠겨 헤매는 주인공은 다른 트랙에서도 만날 수 있다. '내 마음은'과 '오늘', '그 노래'에서도 추억에 잠겨 헤매는 내가 있다.

앨범의 다른 트랙들도 이전 앨범의 소재들을 반복하고, 또 변주하고 있다. '그 노래'는 5집 Monologue에 있는 '오래된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노래 속 주인공은 노래 한 곡을 통해 과거의 연인을 떠올리고, 그 노래를 통해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청춘'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과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고독한 항해'를 떠올리게 한다. '고독한 항해'는 함께 가던 길을 떠나간 친구들과 그로 인한 고독을 표현했다면, '청춘'은 다른 길을 걸어도 여전히 함께인 친구들과 과거의 열정과 꿈을 그리워한다. 이 열정과 꿈은 과거 '우리가 쏜 화살은 어디로 갔을까'에서도 등장했던 소재이다. '청춘'에서의 공허감과 그리움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들으며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재가 돌고 돌아 그리워하고 위로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앨범의 구성도 반복되고 있는데, 각 앨범의 시작에는 사랑에 설레는 주인공이 있고,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추억에 헤매는 또는 추억 속 상대를 현실로 이끌어내는 주인공이 있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 김동률 식 스토리 속 캐릭터는 한 앨범 내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간다. 하나의 소설을 듣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삶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트랙이나 친구들과의 이야기나 위로,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트랙도 반드시 존재한다.

사실 이렇게 모든 것이 익숙한 김동률의 앨범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 앨범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좀처럼 잊히지 않는 얼굴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또 그리는, 그 시절을 아직 살아가고(그게 나야)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피곤해지고, 이러다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까 걱정되고 체념하다 또 너를 생각(내 마음은) 하기도 한다. 너로 설레고 온통 흔들리던 그 날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 노래를 핑계 삼아 널 그리워하기도 하고, 널 사랑했었다 말하는 그때 우리의 그 노래를 들으며(그 노래) 추억에 빠지기도 한다. 우린 결국 이렇게 어른이 되었고 푸르던 그때 그 시절은 추억이 되었고 우린 아직 가슴이 뜨겁게 뛰고 그때와 다른 게 없는데 뭐가 달라지고 뭐가 이리 어려운지(청춘) 고민하고 있다.

누구나 때로는 추억에 잠겨 추억 속에서 허우적대기도 한다. 누구나 지친 하루 끝에 친구들을 만나면 열정이 가득했던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즉, 김동률이 노래하는 것들은 우리의 일상이고, 일상이기에 익숙할 수밖에 없고, 익숙하기 때문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눈물을 쏟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를 받게도 된다. 이러한 것들이 김동률 식 익숙함을 설렘으로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타이틀곡 '그게 나아'는 아마도 그 설렘을 설명해주는 제목 같다. 물론 노래의 내용은 전혀 별개의 내용이지만, 그냥 그 익숙함을 설렘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김동률이다. 이런 공감 가고 일상적인 스토리에는 이런 멜로디가 어울리고, 그리고 김동률의 목소리가 제일 잘 어울린다. 그게 김동률이다. 그래서 변하지 않아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것이다.

나는 당분간은 타이틀 곡보다는 '청춘'과 '내 마음은'에 빠져있을 것 같다. 무엇을 해도 무던해지고 뜨겁지 않고, 웬만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사람이 되어버려 뜨거웠던 열정이 그립기 때문이다. 김동률의 익숙한 목소리도 당분간은 위로를 조금 받고 싶다.

반복적이지만 소소한 변주를 통해 익숙함을 설렘으로 만들어 내는 김동률, 그게 너다. 그의 매력에 조용히 빠져드는 가을이 될 것 같다. 몇 번을 반복해 들어도 첫 트랙 전주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설렐 것만 같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대중문화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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