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미디어에서 아마추어 정신의 부재

[문화뉴스] 지난 10년간 우리가 접한 미디어 채널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급격히 변화해 왔다.

주요 신문사와 잡지사들이 이런 흐름에 흡수되거나 도태되는 등 미디어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새로운 문화를 직접 창조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살게 되었고,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통해 우리는 누구나 미디어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수동적으로 전문가 집단의 방향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마추어 소비자들 스스로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고, 제시하는 주체적 위치로 큰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큰 흐름 속에서도 '한국적'인 다름을 찾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가장 활발한 영역 중 하나인 뷰티 채널들을 보더라도 한국은 CJ E&M, 에뛰드하우스 등 기업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팟캐스트 영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기순위 1~100위에 랭크되는 대부분이 딴지일보 등의 독립언론매체이거나 연예인이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교수나 강사 등 유명 전문가들이다.

아마추어들을 위한 채널에서 전문가 집단이 아마추어인 것처럼 들어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마추어의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기 보다는 기존 산업의 영역을 일반인을 통해 견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그친다. 컨텐츠뿐 아니라 촬영이나 녹음 편집 등 기술적인 면까지 전문가 집단에서 주도한다. 이러하기에 한국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아마추어들의 강세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결국 1인미디어 채널까지 전문가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아마추어' 정신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의 대중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도 스스로 이해하거나 해석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거나 생각을 하게 하는 모호한 작품보다는 결론이 명확하고 오락성이 강한 작품에 대중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전까지 스스로 이것이 맞는 말인가 하는 자기 검열을 하고, 얼마나 많은 양을 알고 있는가 하는 객관적 지표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문화․예술에는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즐기지 못하고 전문가적 정답을 바라다보니, 결국 문화․예술이 어렵고 숙제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작품의 객관적 지식은 그저 정보일 뿐이다. 누가 더 많이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객관적 정보는 검색엔진에서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 사람들은 같은 작품을 보고도 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의 근거가 설득력이 있을 때 그 생각은 전문성과 상관없이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고, 다양한 공감은 작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타인과 자주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 세상 음식에 꼭 한 가지 훌륭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만이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듯, 음식을 맛있게 즐기는 데에는 전문가여야 할 필요가 없다. 많이 먹고, 즐기고,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소화력을 기른다면, 문화․예술 생태계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것이며 건강해질 것이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정답을 말하는 전문가보다, 다양한 생각을 말하는 많은 아마추어 정신을 가진 대중이 필요하다.

   
 

[글] 아띠에터 박으뜸나리 artietor@mhns.co.kr

서울대 디자인학부, 한예종 조형예술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팟캐스트 '상수약국'(http://m.podbbang.com/ch/6432)에서 문화·예술의 다양한 해석 소화를 돕는 독한약 처방 전문 약사 '독사'다. 독서토론 '리딩홀'을 운영한다.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