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센인 살인사건 ⓒ 연합뉴스TV 방송화면

[문화뉴스] 한센인의 마을로 알려진 소록도에서 100년 만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9일 오전 4시 49분께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의 한센인 마을에 사는 A 씨(64)와 B씨(61·여)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한센인 남녀를 살해한 혐의로 한센인 오 모 씨(68)를 입건했다.

같은 한센인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오 모(68) 씨는 1960년대 소록도병원에서 퇴원하고 다른 지역 한센인 정착촌을 전전하다가 2010년 다시 소록도에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오 씨에 의해 살해된 천 모(65) 씨는 2015년, 최 모(60·여) 씨는 2013년 병원에 입원하고 마을에서 함께 살았다.

오 씨는 소록도병원 조무원으로 일하며 다른 한센인들을 챙기는 일을 했다.

이들은 모두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다가 나이가 들면서 가족과 떨어져 조용한 섬마을 소록도로 옮겨온 한센인들이다.

평소 이들 사이에는 마을 주민이나 병원 종사자들도 짐작하고 있는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인 문제로 치부되며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센인 마을이 조성된 지 100년, 사회적 편견과 불편한 몸 때문에 조용한 섬마을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진 한센인 사이의 살인사건은 100년 만에 처음 일어난 비극이다.

소록도 한센인자치회 관계자는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아픔을 치유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해 놀랐다"며 "병원 개원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더불어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생겨날지 모를 외부의 편견을 경계했다. 자치회 관계자는 "이곳도 대한민국 사람이 사는 곳 중 한 곳"이라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난 것은 안타깝지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곳인 것처럼 외부에 비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승주 국립소록도병원생자치회장도 9일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주민 간 문제가 발생하면 자치회가 해결에 나섰지만, 개인 문제여서 개입이 어려웠고 이 때문에 갈등이 키워진 것도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만큼 경찰이나 군청에서 그동안 외면한 한센인 마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록도병원 관계자는 "외로운 분들끼리 모여 사는 마을이어서 서로 각별히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이런 비극이 생겨 안타깝다"며 "한센인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서 개입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마을 주민은 "이번 사건으로 소록도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소록도는 540세대 7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섬이다. 섬 내에 한센인 마을은 7곳이다.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한센인 환자는 530명으로, 병원과 거주지 마을 7곳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마을에 살면서 아프면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나아지면 다시 돌아가는 식이다.

문화뉴스 박정현 기자 gukja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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