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디오 대담에서 '한센병' 발언으로 김현아 의원이 막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출처: 연합뉴스

[문화뉴스 MHN 박현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한센병 환자`에 비유한 것이 막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6일 김 의원은 YTN 라디오 `더뉴스-더정치`에 출연해 "상처가 났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병이 한센병"이라며 "만약 문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이를 지칭해 의학용어를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이는 바로 전날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함께 출연한 민주당 표창원 의원과의 논쟁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센인을 비하하고 문 대통령을 모욕했다`며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을 했다. 이러한 논란을 일으킨 한센병이 도대체 어떤 병이기에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었을까?

 

사과하는 김현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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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병이라고도 알려져있는 한센병은 노르웨이의 의사인 한센 박사의 이름을 따서 지은 병이다. 한센 박사는 나병 환자의 조직에 세균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센병은 세균의 일종인 나균과 나종균에 의한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이다. 감염된 직후에는 증상이 없지만 5년에서 20년 가량의 잠복기 이후에 증상이 발현한다. 증상이 발현하면 신경계, 피부 등에 육아종이 발생한다. 육아종은 백혈구가 뭉쳐있는 것으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제거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육아종으로 인해 신경계가 손상되어 환자가 통각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환자가 모르는 사이에 부상과 2차 감염이 발생하여 부패해 신체 말단부위가 떨어져 나간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던 과거에는 '산채로 신체가 썩는 병'으로 천형병(하늘이 형벌을 내리는 병), 업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한센병 환자들은 차별을 받아왔다. 신체 말단 부위가 떨어지고, 감염으로 인한 냄새 그리고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이 그들과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기독교에 나오는 예수와 한센병 환자들의 이야기에서도 그 차별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핍박 받던 열명의 한센병 환자를 기적으로 고친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에 한센병을 대하던 사람들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서 생활하기도 했다. 전라남도에 위치한 소록도가 바로 한센병들이 모여 살던 섬이다. 구한 말 선교사들이 병원 등을 지으며 한센병 환자들이 소록도에 모여 치료를 받으며 함께 살았다. 소록도에는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이 있다. 1945년에는 병원 운영문제를 두고 환자들과 직원사이를 갈등이 있었는데 협상을 제안한 직원들이 한센병 환자 80여명을 무참히 학살했다. 정부 수립이후에는 한센병이 유전병이 아님에도 정부로부터 낙태를 강요받는 등 차별이 있어왔다. 또 소록도에서 40년간 헌신으로 봉사를 하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의 이야기 역시 잘 알려져있다. 건강악화로 환자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편지 한 통만 남기고 떠난 일화는 유명하고 후에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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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마가렛 피사렉 수녀(위),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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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때와 달리 현대의 한센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비록 한센병이 전염을 통해서 감염되는 병이지만, 세계 인구의 95%가 한센병에 대한 자연 저항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체내로 들어오더라도 쉽게 걸리는 병은 아니다. 항나제 복합요법을 통해서 리팜피신, 다손 등의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가 가능하고 한국에서는 국가가 치료비용을 전부 부담한다. 그렇지만 감염 후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매년 20명 안팍의 신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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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염률이 낮고 뚜렷한 치료법도 있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가진 환자들이 많은 병이 바로 한센병이다. 그러한 병을 두고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상처와 고통을 주는 언행은 삼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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