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고려대 졸업 후 LG에서만 15년 뛰며 대기록 달성

▲ 지난 11일 잠실 NC전에서 개인 통산 2,000안타(역대 6번째)를 기록한 LG의 박용택. 사진ⓒLG 트윈스 제공
 
[문화뉴스]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에서 하계 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프로야구 역시 여전히 뜨거운 열기 속에 6년 연속 600만 관중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과 해외 원정 도박, 전직 KBO 심판 위원의 금품 대차 의혹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얻어낸 값진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라 해도 이러한 악재가 발생하면, 팬들이 발길을 끊는 것은 순간이라는 사실을 역사는 이미 몇 차례 경험을 통해 증명해 준 바 있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프로야구는 600만 관중 돌파라는 성과에 축배를 들 때가 아닌 셈이다. 팬들 앞에 무릎을 꿇고, 뼈를 깎는 노력을 각오하고서라도 그들이 그토록 외쳐 온 '클린 베이스볼'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 것도 역시 '선수'에서 찾아야 하지 않나 싶다. 그만큼 정정당당하게 승부에 임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할 줄 아는 선수들이 더 많고, 또 이러한 자세를 갖는 것이 진정한 프로이기 때문이다. LG 트윈스의 이상훈 '피칭 아카데미' 원장도 현역 시절, 유난히 프로다운 마음가짐을 강조한 바 있다. 공식/비공식적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가질 때마다 이 원장은 늘 "나는 프로페셔널 베이스볼 플레이어(professional baseball player, 프로야구 선수)다."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해 왔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 야구 보여주는 남자 열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2,000안타 박용택, 그가 '전설'이 되기까지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핫(hot)'한 팀을 고르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LG 트윈스를 꼽을 것이다. 비록 승률은 50%가 되지 않고, 순위 역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8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서서히 중상위권으로 올라서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최하위 추락을 걱정하며, 9위권을 전전했던 그 LG가 맞나 싶을 정도다. 지난 11일, NC와의 잠실 홈경기에서도 4-2로 완승하며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쯤 되면, 상위권이냐 아니냐를 떠나 가파른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팀에게 상대가 누군지는 크게 의미가 없을 법하다.
 
그러한 가운데, '미스터 LG'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한 선수가 꽤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 특히 주목을 해 볼 만하다. 베테랑 박용택(37)이 그 주인공이다. 이 날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1,998안타를 기록중이었던 박용택은 자신의 1,999번째 안타를 결승 쐐기타로 만들어 낸 이후, 7회 2사 이후 대망의 2,000번째 안타를 기록하면서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로써 박용택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2,000안타 클럽에 가입한 6번째 선수가 됐다. 프로야구 탄생 이후 34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박용택 이전에 2,000안타 고지를 정복한 이는 '양신' 양준혁을 필두로 '스나이퍼' 장성호, 홍성흔, 이병규, 전준호 등 5명뿐이었다. 산술적으로 따져 보아도 20년 동안 100안타를 기록해야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기록 그 자체를 달성하기도 어렵지만, 부상 없이 장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도전해 볼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LG 팬들에게 '박용택'은 상당히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선수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무려 15년간 LG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LG가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2000년대에 묵묵히 제 몫을 다 했던 선수였음을 감안해 본다면, 가을 잔치를 갈망했던 팬들에게 박용택의 존재가 유난히 빛났던 것도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박용택의 존재 가치는 기록으로 금방 나타난다. 그는 부상으로 주춤했던 2008년을 제외하면, 14년간 단 한 번도 100-100(100경기 이상 출장-100안타 이상 기록)을 놓치지 않았다. 데뷔 연도였던 2002년에도 '조라이더' 조용준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신인왕 수상도 불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당시 타율 0.288, 108안타, 55타점, 20도루 기록). 그만큼 소리 없이 강한 남자였다.
 
박용택은 유독 팬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선수다. LG 팬들 사이에서 '달마 아저씨'로 불리며 꽤 많은 유명세를 탔던 박제찬 씨가 유명을 달리하자, 박용택이 직접 조문을 왔다는 사실은 알려진 지 오래다. 박제찬 씨가 생전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박용택이었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바쁜 일정을 쪼개어 본인이 직접 예를 표했다는 점에서 꽤 많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미담은 특히 팬들 사이에서 더욱 이야깃거리가 되는 법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구단과 기록이 아닌, 팬이 만들어준다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얼마 전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자신이 친 공에 후배 정재훈이 부상을 당한 것을 알고 난 이후 바쁜 일정을 쪼개어 병문안을 간 사실이 다시금 알려지면서 '역시 박용택 답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1979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벌써 38세. 숫자만 놓고 보면, 박용택은 이제 선수 말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38세의 선수는 2015시즌을 앞두고 소속 구단과 4년 FA 계약을 맺었고, 계약 첫 해에 3할 타율과 100안타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역시 일찌감치 100안타 기록을 돌파한 가운데, 이변이 없다면 2009년부터 이어 온 8년 연속 3할 타율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제 남은 것은 FA 계약의 마지막 해가 되는 2018년에 박용택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우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은 양준혁 해설위원이 보유하고 있는 2,318안타다. 2016년 잔여 시즌을 포함하여 2017~2018시즌에 318안타를 추가한다면 '양신' 양준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며, 여기에서 하나라도 안타를 더 추가하면, 역대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잠실야구장으로 야구를 보러 오는 이들은 '박용택 주연'의 또 다른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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